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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9 16:38

장애학, Why & What?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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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발의 장애학 연구노트-2] ‘장애학 함께 하기’를 위하여




지난 번 글에서 언급했듯이 기존의 장애 관련 학문에서는 장애인의 삶이 배제되거나 왜곡되어 왔으며, 주류 공론장 및 담론에서도 장애인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가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의 답답함과 서운함을 가라앉히고 조금 냉정한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문제에 대한 원인을 단선적으로 장애인 공동체 외부와 상대방에게서만 찾을 수만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장애인들의 날 것의 말과 몸짓을 ‘현장’에서 ‘직접’ 소통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이 사회의 ‘상대방’들과 공간성 및 시간성의 제약을 뛰어 넘어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매개물이 필요한 건 아닐까, ‘아’라고 했는데 ‘어’라고 듣지 않도록 일정한 리듬 및 코드에 맞춰 소통을 가능케 하는 공동성 자체를 증대시킬 기제가 마련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고민도 해보게 되는 것이지요. 사실 저 자신도 에바다 투쟁을 통해 장애인운동과 접속하기 전까지는 장애인을 타자화시켜 바라보았고, 그들을 위해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특수교육과에 진학했던 무지한 비장애인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어쨌든 결국 장애학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위에서 지적한 두 가지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내기 위함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어지는 연재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가 되겠지만, 장애학은 기본적으로 장애에 대한 인문학적․사회과학적 성찰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운동을 실천하기 위한 이론적 무기이자 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문학은 무엇이며 사회과학이란 무엇입니까? 가장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의미에서 그것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지요. 또 운동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적대’를 해소하고 ‘차이’를 화해시키는 것을 통해 더 나은 ‘공동체(commune)’를 구성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인간, 사회, 적대와 차이, 공동체라는 문제에 있어 장애가 회피될 수 없는 무엇이라고, 아니 그것들을 온전히 해명하기 위한 하나의 키워드 내지 매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대 자본주의로의 이행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형성된 장애라는 범주는, 그러한 범주를 다룰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음으로써 장애를 억압하는 또 하나의 기제로 기능했던 의학과 재활학, 특수교육과 사회복지라는 협소한 틀 내에서는 결코 정당하고 올바르게 다루어질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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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 루이 알튀세르) “마르크스가 미래의 국가 형태를 생각했을 때 그는 ‘비국가’, 요컨대 자신의 소멸을 산출하는 전적으로 새로운 형태에 대해 말했다는 것을 상기합시다. 똑같은 것을 우리는 철학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가 탐구한 것은 ‘비철학’, 그 이론적 헤게모니 기능이 철학의 새로운 존재 형태들에 길을 열어 주기 위해서 소멸할 ‘비철학’입니다.”(루이 알튀세르, 『철학에 대하여』 중에서)

▲ (사진 오른쪽: 고병권) “나는 ‘철학’을 묻는 질문을 접할 때마다 그것을 ‘철학한다는 것’에 대한 물음으로 바꾸곤 한다. 내게 철학은 ‘앎의 대상’이라기보다 ‘행함의 지혜’이고, 결국 ‘행함으로 드러나는 지혜’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앎이지만 또한 행함이다.”(고병권, 『살아가겠다』, 「당신의 삶에서 당신의 철학을 본다」 중에서)




형식화된 텍스트로서의 철학은 거의 생산하지 않았지만 철학이라는 장(場)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철학의 무대인 세계를 변화시켰던, 그리하여 또한 새로운 철학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칼 맑스(Karl Marx)를 염두에 두면서, 프랑스의 맑스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Louis Althusser)는 ‘비(非)철학으로서의 철학’ 내지 ‘철학의 새로운 실천’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조금 상이한 맥락이기는 하지만 형식화된 철학 텍스트의 생산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비철학자로서의 철학자’ 고병권은 “나는 ‘철학’을 묻는 질문을 접할 때마다 그것을 ‘철학한다는 것’에 대한 물음으로 바꾸곤 한다. 내게 철학은 ‘앎의 대상’이라기보다 ‘행함의 지혜’이고, 결국 ‘행함으로 드러나는 지혜’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앎이지만 또한 행함이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장애학 역시 장애학이라는 장을 형성하기 위한 하나의 필요조건으로서 텍스트의 생산이 요구되지만, 앞서 얘기되었던 맥락에 비추어보자면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장애학 하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니 텍스트로서의 장애학은 그러한 장애학 하기의 일부분으로 자리매김 될 때만이 진정한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장애학 하기는 필연적으로 공동의 작업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다시 ‘장애학 함께 하기’라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함께 장애학을 읽고 성찰하는 것, 그러한 성찰을 말과 글을 통해 나누는 것, ‘장애인 되기’를 감행하는 것(즉 장애/비장애라는 분할을 가로지르고 넘어서는 새로운 관계 맺기와 이를 통한 스스로의 변태(變態)를 시도하는 것), 자신의 절실한 삶의 요구를 걸고 아스팔트 위에 서는 것, 그리고 그 곁에 함께 서는 것, 그리하여 장애라는 ‘현상’을 구조화시키는 세계의 배치를 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장애학의 탄생과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것!


결국 이번 연재를 통해 여러분과 나누게 될 장애학은 그러한 총체적인 것으로서의 장애학 함께 하기를 위한 또 하나의 과정이며, 그런 만큼 이 글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장애학을 만나게 되는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와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다음번에는 장애학이란 도대체 어떤 학문인지, 그 기본적인 성격과 특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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