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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별난 식구들 이야기, '또리네 집'
아빠는 엄마 대신 날마다 아침밥 하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주부이고, 딸은 다운증후군 장애를 앓고 있다. 늦둥이 막내아들은 마냥 뛰노는 게 좋은 철부지 같다가도 걱정 많은 엄마 표정을 살필 줄 아는 애 어른처럼 군다. 엄마는 집안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 역할을 하며, 아귀 떼 같은 식구들을 이고 지고 살아간다. 가정에서 이들의 역할은 정상의 경계를 넘어선 듯하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이들이 꾸리는 ‘집’의 모습을 잘 들여다보면, 여느 집과 다를 게 없다.
만화가 장차현실이 새로 펴낸 만화 「또리네 집」(보리출판사, 2015년 8월 출간)은 딸의 장애라는 조금은 특별한 모습을 안고 사는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실제로 다운증후군을 가진 딸을 키우며 겪은 자신의 일상을 만화 속 '또리네 집'에 고스란히 담았다.
장애가 있는 식구와 한집에서 살면 고단하고 처절한 불행의 날들만 있을 거라는 편견과 오해는 이 책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또리네 식구들은 자기들의 욕망을 마음껏 뿜어내고, 격렬하게 부딪친다. 그리고 서로 가진 개성과 고유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또리네 식구들은 때론 즐겁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서로가 징글맞고 짠하다. 바로 우리가 식구들과 함께 지내며 느끼는 흔하디흔한 감정인 것이다.
이 책은 어딘가 특별해 보이는 ‘또리네 집’ 이라는 가면을 쓰고, 어느 집이나 식구끼리 지지고 볶으며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어 독자들로 하여금 ‘그래, 가끔 우리 집도 이렇지’ 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더 나아가 우리가 갖고 있던 ‘가족’의 전형을 통쾌하게 부숴 버리며, 어떤 사람들이 모였든 ‘집’이고 ‘식구’가 될 수 있다고 당당하게 외치고 있다.
만화는 오히려 은혜가 뿜어내는 욕구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 욕구가 사회 안에서 부딪힐 때 벌어지는 갈등과 어려움을 생생하게 만화로 그려 낸다. 장애가 있는 사람과 그이의 식구들이 겪게 되는 갈등을 감추어서 그 집의 곪은 상처로 남겨 두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를 사는 사람들이 함께 풀어 가야 할 고민거리로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무거운 고민거리가 만화 속에서 어렵고 절망스럽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장차현실 특유의 유쾌하고도 무겁지 않은 만화적 표현 방식은 삶의 고단함을 살갗까지 파고들지 않도록 한다. 또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짤막하게 이야기하고 끝맺는 형식 역시 무거운 주제의 부담을 덜어내도록 도와준다.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식구와 함께 살며 오늘도 내일도 힘차게 달릴 거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편견과 장애투성이 세상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또리네 식구들은 독자들에게 ‘오늘’을 살아갈 힘을 줄 것이다.
저자 소개 | 장차현실
홍익대 동양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에 ‘색녀열전’을 연재하면서 만화 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로 ‘장차현실의 현실을 봐’ ‘사이사이’ <한겨레>, ‘별아이 현실엄마’ <세계일보>, ‘덕소부인’ <우먼타임즈> 들에 만화를 꾸준히 연재해 왔다.
2006년 10월부터 지금까지 〈개똥이네 집〉에 ‘장차현실 만화-또리네 집’을 연재하면서 장애를 보는 사회적 시선, 아이들 교육,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고민 들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차현실은 앞으로도 계속 여성과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에 맞선 경험들을 만화로 그려 내고자 한다.
직접 쓰고 그린 책으로는 《사이시옷》(공저), 《이어달리기 : 여성과 일에 대한 열 가지 이야기》(공저), 《작은 여자 큰 여자 사이에 낀 두 남자》,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 들이 있으며, 그린 책으로는 《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 《안녕, 나의 자궁》, 《울지 말고 당당하게》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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