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이 세계 사회복지사들의 요청으로 세계사회복지대회 폐막식에 공식 초대됐다. 이들은 앞서 지난 27일, 세계사회복지대회 개회식 중 정진엽 복지부 장관 축사 시간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와 복지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
세계사회복지대회 개회식에서 무참히 끌려나갔던 이들이 사흘 후 폐회식에 ‘특별한 손님’으로 초청됐다.
앞서 지난 27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세계사회복지대회 개회식 중 정진엽 복지부 장관 축사 시간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와 복지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이들은 5분 만에 경호원들에 의해 폭력적으로 진압됐다. 이들이 끌려나간 뒤, 정 장관은 이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없이 준비된 축사만을 담담히 읽어나갔다. 세계‘사회복지’대회 현장에서 장애여성이 사지가 들린 채 끌려나가는 등 모든 과정을 생생히 지켜본 세계 사회복지사들은 이에 경악했다.
이번 사태는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에 두 차례에 걸쳐 보도됐다. 이번 대회에 참석한 노르웨이 사회복지잡지 기자도 이 상황을 자국에 전했다. 대회에 참석한 사회복지사들은 ‘이들이 대체 왜 그런 시위를 벌였고, 그렇게 끌려나가야 했는지’ 궁금해했다. 결국 공동행동은 주최 측으로부터 폐회식 전에 10분간 정식 발언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받았다.
30일 오전 10시 30분 시작된 폐회식에서 사회자는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다”며 이들을 소개했다. 무대 위엔 이미 십여 명의 활동가들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알리는 손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세계사회복지대회 폐막식에 오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박경석 공동행동 공동대표는 “개막식 때 여기서 끌려나갔다. 하지만 여기에 계신 분들의 지지로 우리가 왜 복지부 장관 앞에서 끌려나갔는가에 대한 과정을 이야기하게 됐다”면서 “이건 단 하루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4년 전부터 정부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30일로 1411일째 광화문역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4년간의 투쟁과 광화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 이야기가 담긴 짧은 동영상이 상영됐다. 해외 사회복지사들은 영상을 주의 깊게 보며 자신의 핸드폰으로 이를 촬영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의 지난 4년간 활동이 담긴 영상을 보는 사람들
영상 상영이 끝난 후, 박 대표의 발언은 이어졌다. 박 대표는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과 장애인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성하는 1411일 동안 열두 명의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을 떠나보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공약이었다”면서 “2014년도에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라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하지 않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부양의무제를 설명하면서 “거제도에 사는 70대 할머니는 결혼한 자기 딸의 남편, 즉 사위 소득이 높다는 이유로 수급비를 삭감당했다. 그래서 자살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번 대회의 슬로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증진시키자(Promoting The Dignity and Worth of People)'를 언급하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사회복지사들이 행동해서 이 사회를 바꿔나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전 세계 사회복지사들을 향해 "대한민국 정부에 약속을 지키고,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해줄 것을 함께 항의해달라"고 요청하며 10분간의 발언을 마무리했다. 발언이 끝남과 동시에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힘찬 환호로 지지를 표했다.
발언이 끝나자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힘찬 환호로 지지를 표했다.
공동행동의 활동에 박수를 치며 지지를 표하는 세계사회복지대회 참가자들
박 대표가 “Solidarity(연대하자)!”라고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 올리자, 객석에 있던 사람들도 “Solidarity(연대하자)!”라고 응답했다. 십여 명의 활동가들이 무대를 내려와 행사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는 계속됐다. 객석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이들이 지나갈 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행사장 바깥에선 이후 구체적인 제안이 오갔다. 루스 스타크(Ruth Stark) 세계사회복지사연맹 회장 등은 공동행동 측에 자세한 요구안이 담긴 서한을 요청했다. 이들은 이러한 서한을 각국 대사관에 보내겠다고 말했다.
로리 트루엘(Rory Truell) 세계사회복지사연맹 사무총장 또한 “이들 활동은 인간 존엄을 위해 굉장히 긍정적이고 정말 멋진 활동이었다. 너무 감사하다.”면서 “전 세계에서 이 사안에 대해 조명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연대할 것이다”고 전했다.
스위스 HIV 감염인 인권단체(Positive Council Switzerland)에서 활동하는 로미 마스(Romy Maths)는 “이것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바로 그 사람들 자체가 해결책이다. 이들을 문제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복지부 장관은 마음을 열고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폐회식 마지막에 세계사회복지대회 의장은 개회식 때 일어난 강제진압에 대해 공동행동 측에 공식 사과를 전했다.
세계사회복지사연맹 등은 공동행동의 요구안이 담긴 서한을 각국 대사관에 보내겠다고 답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라고 쓰여 있는 조끼를 입고 연대의 뜻을 밝힌 세계사회복지사연맹 소속 사회복지사들과 공동행동 활동가들.
비마이너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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