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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장애인 이동권 실태보고

by Yeon posted May 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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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장애인 이동권 실태 보고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제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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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장애인 이동권 실태 보고를 시작하며


- 이동권 : 이동할 수 있는 권리(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0

- 장애인 이동권 :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고자 하는 데 불편함이 없이 움직일 권리(위키백과)



2001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노부부가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로도 끊임없이 장애인이 리프트에서 떨어져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중증장애인들이 세상에 나와 '이동할 권리'를 외치며 이동권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당시 이들의 구호는 '더이상 죽을 수 없다. 장애인 이동권 쟁취하자'였다. 그리고 그 용어는 국립국어원에 등록되었다.


이동권 투쟁은 2002년 발산역 리프트사고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점거농성에서 진행한 39일 단식투쟁으로 일정한 성과를 도출했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저상버스를 도입하기로 약속했다. 2003년에는 서울에서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가 시동을 걸었고, 2005년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됐다.


그렇다면 2001년부터 중증장애인들이 처절하게 외쳤던 이동할 권리는 2014년 현재 얼마나 보장되고 있을까? 13년이 지난 오늘,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이동권 현실을 파헤쳐보자.


먼저 2013년 말 기준 전국 저상버스 비율은 16.4%로 100대 중 16대만 저상버스다. 그나마도 서울, 경남, 강원 등이 20% 후반대여서 전국 평균이 높을 뿐 10%도 채 되지 않는 지역이 수두룩하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들여다보자. 저상버스 도입률은 28.5%로 전국 최고를 달리고 있다. 4대 중 1대는 저상버스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모든 노선에 골고루 저상버스가 분배된 것이 아니기에, 저상버스가 많은 노선이 있는가 하면 저상버스가 한 대도 없는 노선도 꽤 있다.


더군다나 서울 시내에서도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많은 지역에서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마저 저상버스가 아니라면, 그곳에 사는 장애인에게는 2001년이나 2014년이나 이동의 권리는 별로 다르지 않다.


저상버스 도입률 최고를 자랑하는 서울이 이 모양인데 다른 지역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꼴찌인 경북은 4.1%, 100대 중 단 4대만이 저상버스다. 배차 간격을 5분으로 생각해도 최악에는 2시간하고도 5분을 꼬박 기다려야 저상버스를 탈 수 있다. 10분마다 한 대씩 오는 버스는 4시간 10분을 기다려야 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것보다 휠체어로 굴러가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나열해도 한숨이 나온다. 도입률 4.1%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우롱하는 처사이다. 누군가는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아래 장콜)를 타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 장콜은 어떨까? 기다리지 않고 잘 탈 수 있을까?


현재 법에서 정한 장콜 대수는 등록장애인구 중 1, 2급 장애인 200명당 1대이다. 법정대수가 409대인 서울시는 현재 433대의 장콜을 운행 중이다. 경남 지역도 205대인 법정대수를 넘어 309대를 도입했다. 그러나 ‘혹시 장애해방이 온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면 오산이다. 200명당 1대로 법정대수를 규정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


장콜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특별교통수단으로, 장애인 대중교통수단 중 하나다. 따라서 저상버스처럼 오래 기다리고, ‘특별’한 교통수단처럼 예약한다면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기다림과 예약’의 굴레를 타고 돌아간다. 서울은 자신이 타고자 하는 시각의 2시간 전부터 장콜을 부를 수 있다. 당장 바로 부를 수도 있지만 2시간 전 예약한 사람들이 우선순위이다. 사람이 앞날을 내다보고 2시간 후에 이동할 것을 고려해 바로바로 예약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그런 일정도 꽤 있다. 그러나 비장애인은 일상생활에서 지하철, 버스, 택시를 예약하고 타는가? 사람을 만나서 식사한 뒤 기분이 좋으면 차 한 잔 더 마시는 게 사람 사는 일인데 장애인은 예약한 시간에 약속이 끝났든 끝나지 않았든 이동해야 한다.


대게 서울에서는 장콜을 즉시 부르면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고 2시간 전에 예약을 한다고 해도 대기자가 많으면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때가 잦다. 보통 1시간은 추가로 기다린다. 법정대수를 초과한 서울이 이 정도라면 다른 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 아예 하루 전 예약, 이틀 전 예약으로 당일 급하게 잡힌 약속은 이용할 수 없게끔 한 지자체도 있고 장콜을 예약하고 몇 분 이상 늦으면 이용을 제한한다는 규정을 만든 지자체까지 있다.


경기도 김포에서 수원까지 이동하는 사례를 보자. 기자가 사는 곳 인 경기도 김포는 지하철이 없다. 경기도는 저상버스 도입률도 12%로 낮다. 게다가 기자가 사는 곳의 버스정류장에는 저상버스가 한 대도 다니지 않는다. 같은 경기도인데도 김포에서 수원으로 이동하려면 기막힌 일들이 벌어진다.


하루 전에 장콜을 예약해서 9호선 개화역까지 이동하고, 거기서 지하철을 타고 동작역으로 가 4호선을 갈아타고, 또 금정까지 가서 1호선을 갈아타 수원역에 도착할 수 있다. 3시간 걸린다. 비장애인은 김포-수원 간 시외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면 한 번에 갈 수 있다.


그럼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지하철을 타면 안전하게 이동할 수는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아래는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가 지난 5월 14일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이다.


“어제 밤 11시경 강변역에서 마실 회원이 전동차에 타려다 승강대와 전동열차 사이에 휠체어 바퀴가 끼었다. 승객들이 바퀴를 빼고 승차를 도우려는 순간 출입문이 몇 차례나 닫혔다 열리기를 반복하고, 일부 승객과 동료는 전동차를 두드리며 앞쪽에 신호를 보내도 문은 또 닫히며 부딪히니 얼마나 놀랐을까. 그래서 바퀴는 더 얼른 빠지지 않고… 끝내 문이 닫혀서 빼내지 못하고 지하철이 출발했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우리 주변에서도 수시로 겪는 일이다. 나 역시 수동휠체어 바퀴가 그 간격에 낀 적도 있고, 단차 높이 때문에 승·하차 시 앞으로 구르거나 뒤로 넘어갈 뻔 한 적도 있다.”


하루 전에 예약해 장콜을 타고, 오지 않은 저상버스를 기다려 타고 지하철로 왔더니 결국 안전이 발목을 잡는다. 지하철을 타는 일까지 목숨을 걸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2010년 서울·수도권 지역 도시철도 26개 정거장에서 지하철 113개 승강구를 대상으로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간격을 조사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41.6%가 발빠짐 방지 규칙인 10cm를 초과했다. 10cm가 넘으면 사람 발도 빠질 수 있고 휠체어 바퀴도 빠질 수 있다. 게다가 간격이 15cm가 넘는 승강장도 있었다.


지난해 5월 대방역 전동차에서 내리던 한 장애여성이 단차 간격 등으로 뒤로 넘어져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승강장 사이의 간격과 단차가 넓은 것을 지적하며 지하철 대방역, 성신여대역 등에서 탑승시범을 보인 적 있다. 물론 앞바퀴는 빠졌다. 어떤 장애인은 ‘무사히’ 탑승하기 위해 고속으로 돌진하듯이 진입한다고 한다.


승강장보다 지하철 입구가 높아 단차가 생기는 경우 전동휠체어를 빨리 달려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그러나 그 결과는 굉장히 참혹할 때가 있다. 턱에 걸려 휠체어가 뒤집어지기도 하고, 바퀴가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에 끼이기도 한다.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버스, 지하철, 그리고 장콜 등 여러 가지 이동수단이 버무려져 최악의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예상시간보다 버스가 늦게 오고, 불안전한 지하철의 승하차와 리프트를 거치다 보면, 늦는 바람에 예약한 장콜을 타지 못하고, 결국 일상은 헝클어진다. 이쯤 되면 2001년과 지금의 차이가 정확히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지하철 엘리베이터도 생겼고 저상버스도 꽤 생겼지만, 아직 안전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을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무언가 많이 불편하다. 그리고 그것은 시내 교통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속버스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탈 수 없고, 편의시설 관련 안내서라도 있지 않으면 아는 동네 말고는 자유로운 여행도 꿈꿀 수 없다. 텔레비전에서 근사한 여행지를 소개해도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입구부터 계단일까 봐 두렵다.


또한 시각장애인은 어떤 교통수단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지하철 안내 스크린이 고장 난 곳에서 청각장애인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과거의 이동권을 보장받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지금 얼마나 세상이 바뀌었는 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바뀌어야 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그래서 2014 장애인 이동권 실태 보고서를 작성한다. 버스는, 지하철은, 고속버스는, 기차는, 비행기는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줌인(Zoom-in)해서 들여다본다. 버스도 타보고 지하철도 타면서 장애인들의 이동 현실을 들여다볼 것이다. 2014년 대한민국은 장애인이 이동할 권리의 어느 즈음에 와 있는지, 우리는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헤쳐 현실을 보고할 예정이다.



2014년 7월 기획취재를 시작하며
비마이너 조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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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며]
2014 장애인 이동권 실태 보고를 시작하며
1. 현실을 뜯어 보다
[지하철을 타다]
수유동 양 씨가 버스정류장 대신 멀고 먼 지하철역까지 가는 이유 | 18
수원에서 의정부까지, 넌 버스 타니? 난 지하철밖에 못타! | 25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타기 무섭다 | 35
[밖으로의 여행]
고속버스 짐칸에 구겨 넣은 휠체어… ‘고향길은 고생길’ | 42
중증장애인 부부, 제주도 우여곡절 깨알 신혼여행 리포트 |51
[시각장애인 이동권]
버스, 지하철, 복지콜… “시각장애인에겐 몽땅 다 불편해!” | 60
[기고] 정지된 호흡의 순간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66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대표 김광이

2. 법을 뜯어 보다 _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의 문제와 쟁점 | 76
-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 배융호
시외이동권 공익소송의 쟁점과 해외 사례 | 102
-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임성택
장애인 이동권 현황과 향후 과제 | 128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 남병준
경기지역 장애인 이동권의 진보와 과제 | 161
-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이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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