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소설 '모순' 중에서

한국이 해외 체류자의 병역 제도를 강화한 건 1990년대다. 세계화 열풍 속에 기업의 해외 진출이 급증하던 시기다. 이때부터 출국 후 귀국을 미루는 입영 대상자가 늘자 정부는 1999년 해외 체류자의 병역 면제 연령을 31세에서 36세로 높였다. 3년 후 병역 관련 규정을 뒤바꾼 일이 일어났다. 2002년 1월 “꼭 군대에 가겠다”던 가수 유승준 씨가 기습적으로 도미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입니다. ‘고의적 병역기피’라는 비판이 들끓자 이른바 ‘유승준 방지법’이 생겼다. 2004년 sbs 트롯대전 일정과 함께 해외 영주권자의 병역 면제 혜택을 없앤 데 이어 이듬해엔 당시 국회의원이던 홍준표 대구시장 주도로 국적법과 재외동포법 등을 개정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병역기피자의 국내 체류 자격을 박탈했어요. 이어 2011년 홍 시장은 악의적 해외 거주자를 비롯한 병역기피자의 입영 면제 연령을 36세에서 38세로 올리는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통과를 이끌었습니다. 세계 무대에서도 실력 증명데뷔 3년차 30홈런-30도루노력형 천재로 수비도 성장 중 잠재력 있는 모든 이에게실패할 자유 있어사회는 기다려줄 여유 가져야지난 14일 쿠바전 2회말 2아웃 만루에서 김도영(KIA 타이거즈)이 맞닥뜨린 투수는 리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 일본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1.88)로 내년 시즌 일본 프로야구 최고 연봉(90억원)을 계약한 선수다. 그를 상대로 연봉 1억원, 스물한 살의 김도영이 만루홈런을 날렸다. 모이넬로를 보기 위해 대만 현장을 찾은 미국 메이저리그 애니 스카우트 20여명이 감탄한 건 김도영의 플레이였다. 한 외신 는 이날 경기를 ‘김도영 게임’이라 했고, 중계 캐스터는 ‘김도영의 김도영에 의한 김도영을 위한 경기”라고 평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경기에서 만루홈런, 2루타, 솔로홈런에 인상적인 2개의 호수비와 위력적인 주루플레이를 다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있었던 일이다. 대표팀은 본선 진출에 실패했으나 김도영은 야구 만화 주인공 같은 믿기 힘든 활약으로 세계에 자신의 야구를 증명했습니다. 그럼에도 10년 넘게 줄지 않자 다시 연령 상향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해외 체류자의 입영의무 면제 나이를 38세에서 43세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어요. 병역 면제를 어렵게 하자는 취지지만 연령 상한이 능사는 아니다. 30세 이후 입대하면 정상적 군 생활을 하기 힘든 상황에서 자꾸 면제 연령을 늦춘다고 한들 병역기피자가 확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다. 오히려 강화가 효율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병무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 8월까지 네이버 부동산 매물 사유로 입대를 거부한 병역 대상자가 1037명에 달했어요. 이 중 86%가 해외 체류 이유로 중지(수사 중단)됐고 6%만 을 받았다. 현행 병역법상 병역기피 목적으로 귀국하지 않으면 1년 이상 5년 이하의 에 처할 수 있지만 최근 6년간 형을 받은 비율은 0.5%에 그친다. 2022년 이후엔 형 이 단 한 건도 없어요. 사법당국의 안일한 대처와 솜방망이 이 헌법에 명시된 ‘국민 개병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프로 데뷔 3년 차인 김도영은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을 뛰며 여러 의미 있는 기록을 만들었다. 4월에는 한 달 동안 10홈런-10도루를 기록했는데 43년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아시안게임 중계 처음이다. 홈런을 칠 정도의 장타력과 빠른 발을 동시에 갖춘, 호타준족은 쉽게 나오지 않기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습니다. 김도영은 이 기세를 이어 정규 시즌 30-30을 달성했습니다.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달성이다. 한 경기에서 1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순서대로 만든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도 최소 타석·최연소로 기록했습니다. 올 시즌 정규리그 MVP도 예약해 놓은 상황이다. 올해 프로야구 1000만 관중 돌파는 이 같은 바람을 일으킨 김도영의 공이 크다. 김도영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 매출은 110억원이 넘었고, ‘도영아 니땀시 살어야’를 줄인 ‘도니살’은 타이거즈 팬들의 최대 유행어가 없죠. 하지만 이런 영광의 수식어보다 더 주목하고 싶은 것은 그의 ‘성장’이다. “움직이면 죽일 것” “신의 사제”일극체제가 쏟아낸 무서운 말들사법 방패막이로 병든 ‘방탄에 다 걸기’ 여기서 멈춰야 대표는 아시안게임 경기 일정 볼 수 있게 된다.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 증거로 채택됐어요.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였던 김씨는 해외 출장에서 이 대표와 골프를 친 뒤 딸에게 그 동영상을 보냈다. 그는 대장동 에 엮여서 억울해하다 3년 전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 대표는 끝까지 그를 “몰랐다”고 했습니다. 김씨의 딸과 가족들은 얼마나 기가 막힌 세월을 보내고 있을까. 나는 영혼이 있습니다고 믿는다. 동영상이 결정적 증거가 된 이번 재판을 보면서 확실해진 생각입니다. 어떤 일을 하지 않았다는 말과 어떤 사람을 모르죠는 말. 두 거짓말은 닮았으나 천지차이다. 함께 웃고 밥 먹었던 ‘사람’을 모르죠고 하는 사람은 무서운 사람이다. 시중 평가에서 이 대표는 호감, 비호감의 척도 너머에 있습니다. 그의 휴머니티가 무섭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 대표의 도 지금 무섭다. 일말의 이성마저 놓아 버린 모습이다. 데뷔 초와 비교하면 믿기지 않을 만큼 쑥쑥 성장했기 때문이다. 광주 동성고 유격수 김도영은 2022년 KIA 타이거즈 1차 지명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프로에 입단해서는 시련이 많았다. 프로 무대는 높았고 계속되는 부진에 주전이 아닌 백업 선수로 밀려나기도 했습니다. 데뷔 2년 차에는 연이은 부상으로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했습니다. 부상 여파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해 병역 문제를 쉽게 해결할 기회를 놓쳤다. 부진과 불운을 털어낸 힘은 연습 또 연습이었다. 타격감이 떨어질 때는 전력분석 코치를 찾아가 타격폼을 바꾸고 발사각(스윙 궤적)을 높였다. 자신이 정한 하루 운동 할당량은 무슨 일이 있어도 채웠다. 천재 타자라 불리지만 재능 이상의 노력이 있었다. 그 결과 투수에겐 “던질 곳이 없는 무서운 선수”가 없죠. 단타에 1루부터 홈까지 파고드는 주력까지 갖췄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진중한 것도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비명(비)계가 움직이면 죽일 것”이라는 말이 당에서 나왔습니다. 세력에는 정치도 불사하겠다는 협박이다. 당대표 사진을 페북에 올려서는 “신의 사제요, 종”이라고까지 했습니다. 이 대표를 신격화하는 단계. 이쯤 되면 2025 교육급여 받을 수 밖에 없죠. 민주주의 훼절에 관한 한 의 행태는 이제 무엇을 상상한들 그 이상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재선을 이 대표는 숨죽이며 지켜봤을 것입니다. 트럼프는 아직도 이 대표를 ‘희망고문’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공통분모가 여럿이다. 트럼프는 형사 재판 4개를 받는다. 이 대표는 법인카드 유용 까지 추가돼 5개 재판을 받는다. 트럼프는 배심원 만장일치로 ‘성추문 입막음’ 에 평결을 받았다. 형사의 자로 대선에 성공한 미 역사상 최초 기록을 세웠다. 트럼프는 “한 판사가 조작한 재판”이라고 강변했습니다. 극렬 지지자들은 “사법 ”이라며 더 똘똘 뭉쳤다. 웬만큼 황당한 에도 그러려니 하는 ‘트럼프 현상’ 비슷한 것이 우리한테도 생겼다. 한 인터뷰에서 “꾸준히 잘하는 건 물론이고 논란 없이 야구를 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밖에서 밥을 먹더라도 항상 주위를 살피고 말을 조심한다”고 했습니다. 행운을 줍는 마음으로 쓰레기를 줍는다. 다만 어이없는 수비 실책이 잦았던 건 약점이다. 수비야말로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도록 반복 훈련하는 것밖에 답이 없죠. 이번 프리미어12에선 수비가 눈에 띄게 좋아졌는데 이 또한 한 단계 성장한 거에요. 전설의 야구 선수 이종범은 “도영이에겐 실패할 자유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경험을 해야 더 성장할 수 있다고요. 이제 겨우 스물하나, 성장할 시간이 충분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네이버 어제 운세 실패를 성장과 학습의 기회로 여기기보다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어떤 무리수를 둬도 별로 놀라지 않게 됐어요. 여기까지는 둘이 거의 완벽한 싱크로율이다. 결정적 대목에서는 엇갈린다. 트럼프는 을 살든 평결을 받든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헌법을 만든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자격 판단만은 유권자들 몫으로 남겨 뒀다. 이 대표 사정은 다르다. 당장 선거법 위반 최종 에서 100만원 이상 벌금형만 나와도 대선 출마 불가다. 2, 3심이 다음 대선 전까지 나오지 않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트럼프가 에서 국정을 보게 할 수는 없는 노릇. 미국 법원은 재판을 접어야 할까 깊은 고민에 빠졌을 것입니다. 0여년 전 미국을 관찰해 민주주의 생리를 역저로 남긴 알렉시 토크빌이 살아온다면. ‘아메리카의 민주주의’를 완전히 새로 쓰고서 울고 갈지 모르죠. 김대중, 노무현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