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애초 대선공약으로 약속했던 것과는 달리 특수교사 충원 계획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지자, 전국 특수교육과 대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특수교육과대학생연합회(아래 특대연)와 전국유아특수교육과학생연대(아래 유특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은 18일 늦은 2시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1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장애인 교육권 확보 및 특수교사 법정정원 이행약속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가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에 당장 나서라고 촉구했다.
현재 우리나라 정규 특수교사 수는 1만 명을 겨우 넘긴 수준으로, 법정 정원에 약 7천여 명이나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5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안을 발표해 2017년까지 총 7000명을 증원해 임기 내에 법정 정원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서는 한 해에 대략 1500명가량의 증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지난해 630명만을 증원하는 데 그쳤고, 안전행정부가 올해 충원이 가능하다고 밝힌 인원은 오히려 지난해보다도 더 적은 500명에 불과하다. 전체 공무원 수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특수교사 수만 늘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대연 등은 현재의 특수교사 인원으로는 현장에서 정상적인 특수교육을 해 나갈 수 없으며, 또한 일반 초등교원의 법정정원 확보율이 90%를 넘어선 것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고 비판해 왔다.
특대연은 지난주부터 각 시·도 교육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 등 관계 당국을 압박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전체 공무원 채용을 관장하고 있는 안전행정부를 향해 특수교사 충원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발언에 나선 전국 특수교육과협의회 대표인 원광대학교 강경숙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양성되고 있는 특수교원은 외국의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우수한 인력들인데도, 정부가 법정 정원도 확보하지 못해 갈 곳이 없는 상태”라며 “특수교육에 대한 국가교육과정도 마련되어 있지만, 이를 수행할 교원이 없어 비정규직들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박인용 회장도 “이미 지금으로부터 12년 전부터 많은 예비특수교사들과 특수교사 법정정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워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라며 “이미 실제 학급에선 한 학급당 학생 정원이 법적 기준을 넘어 10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고등학교 과정에 가면 아예 부모들이 학교에서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학교를 안 보내거나 시설로 보내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또 “올해 최소 1500명을 더 충원해야만 정부가 약속했던 법정정원을 채울 수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라면서 “박근혜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특기인가?”라고 질타했다.
대구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노서현 학생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이 투쟁에 참여했는데, 항상 정부에서 턱없이 적은 정원을 발표하면 우리가 항의해서 조금 올리는 수준으로 마무리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온 것 같다”라면서 “현재 특수교육지원센터에만 가 봐도 순회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의 70%가 비정규직이다. 단지 그 해에 정원 늘리는 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장애인 교육권 향상을 위해 싸우자”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결의대회를 통해 △매년 1500명 이상의 신규 특수교사 인원 충원 △기간제 교사 등 특수교사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특수교육기관을 신·증설하고 특수교사 확충 △특수교사의 법정정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 제시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특대연과 유특연대 대표자 등은 안전행정부 기획정책과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대해 특대연 임가희 의장은 “안행부는 현재 특수교사 충원 인원을 결정해서 기획재정부로 넘겨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데, 특수교사를 다른 교사 정원보다 중시하겠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했다”라면서 “오늘 면담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10월 최종 공고 때까지 투쟁해서 정부가 약속을 지키도록 이끌어 내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