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90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3.02.27 17:20:45

현장인문학/ 장애학 / 마지막 시간/ 자유의 실천으로서의 자아에의 배려 / by 박정수

지난 시간에 우리는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국에서 들어온 이 자기결정권이란 개념은 분명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핵심적인 권리이지만 자립의 조건으로 설정될 때 그 개념은 강제수용과 같은 권리박탈의 근거로 기능한다. 자기결정권은 ‘자유’라는 전통적인 개념을 법률적 권리 개념으로 구체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런 구체화 과정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자기결정권 내지 자기결정 능력을 자유라는 개념의 새로운 이해를 통해 재검토 해 보자. 지난 번 타테와 신야의 글에서도 흥미롭게 제기된 것은 자기결정권은 (법률적, 정신의학적, 사회학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있다 없다는 문제) 좋은 삶을 위해 일상적으로, 제도적으로, 사회적으로 신장시켜야 할 능력이라는 점이다.


이번 시간에 볼 미셀 푸코의 자유 개념도 비슷하다. 흔히 자유를 구속과 대비시켜 구속이나 억압에서 해방된 상태,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발하는 상태, 인간이 도달해야 할 초월적인 상태로 정의한다. 하지만 푸코는 자유를 이렇게 어떤 ‘상태’ 내지 ‘조건’으로 정의하는 것은 특정한 역사와 권력의 배치 하에서(중세 기독교의 사목권력과 근대의 인간주의적 권력장치들) 생긴 것으로, 자유의 개념사 안에는 이와는 다른 역사가 있음을 찾아낸다.


푸코는 고대 그리스 시대와 헬레니즘 시대 철학의 중심에 자기 삶에 대한 자기 지배력을 신장시키는 실천으로서, 즉 자유를 확장시키는 실천으로서 자기 배려(돌봄, 통치)의 실천이 놓여있음을 밝혀낸다. 자유를 법과 형이상학, 혹은 (인간, 사회)과학의 장이 아니라 윤리적 실천의 장 속에서 파악한 역사를 되찾자는 게 푸코의 주장일 텐데, 대담자의 거듭된 의문처럼 자유의 실천이란 곧 (정치적) 해방운동이 아나겠는가, 윤리의 차원에서 자유의 실천이란 너무 개인적이거나 모호하지 않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푸코 역시 해방운동을 자유의 실천을 위한 조건의 창출로서 중요하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없으며 그와는 다른 자유의 실천이 분명히 존재하며 자신의 존재양식(에토스)을 형성하는 그 윤리적 자유의 실천을 간과할 때 예속의 끈은 곧바로 우리의 손발과 영혼을 사로잡게 된다고 말한다.


흔히 윤리(ethics) 하면 타자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되지만 푸코가 본 그리스 철학에서 윤리란 자기에 대한 배려, 자기의 품행과 처신방식, 즉 존재양식에 대한 배려이며 그런 윤리적 실천을 통해 타자에 예속되지 않고 자신의 존재양식에 대한 지배력을 신장시키는 실천이 곧 자유의 실천이다. 자신의 존재양식에 대한 자기 결정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표현해도 좋겠다. 그것이 푸코가 생각하는 윤리적 실천이다. 자기결정(권)을 확대하는 실천이 윤리적 실천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자기결정권(혹은 자유)을 권리 다툼의 법적 차원에서만 파악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와 오류를 개선할 여지를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자기 결정권을 요구함에 있어서 정부나 시설장이나 일상생활에서의 타인(가령, 활보노동자)에게, 그리고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자신의 요구는 자신이 윤리적 존재가 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자기결정권을 법적 권리로서 요구하는 것과 어떻게 다르며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자기에의 배려를 자꾸 개인주의적인 이기심으로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푸코는 그리스인들의 자기배려는 반드시 스승과 친구를 필요로 하며 ‘에로스’나 ‘필리아’란 바로 그런 자기 배려의 상호적 관계 안에서 생기는 정서임을 역설합니다. 동거인들과, 활보노동자와, 활동가와 우정 내지 사랑의 관계를 만드는 것이 자기배려의 실천, 자유의 실천, 자기결정권의 실천에 필수적이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해 보자.


자기에의 배려가 타인에 대한 권력남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에 대해 푸코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서 흥미로운 얘기를 한다. 스토아 학파에서 극단화된 죽음을 수용하는 태도가 세속적 욕망에 사로잡혀 타자에게 권력을 남용하는 것(결국은 자기도 잘 못 돌보게 되는 것)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담자는 거꾸로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 유한성을 인정하는 것,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타자에의 권력남용을 막지 않는가 라고 되묻는다. 타자를 나의 한계 지점에, 구타 유발자로, 죽음의 유발자로 보는 태도이다. 여기선 타자와의 에로스적 관계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신 스토아학파가 권유하듯이 타자에의 권력남용을 유발하는 세속적 욕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늙음으로 달려가는 것, 죽음을 두려워 않는 것, 가난과 시련을 두려워 않는 것, 질병을 두려워 않는 것, 신체적 손상을 두려워 않는 것, 우리가 자신의 장애를 긍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해 보자. 

?

  1. No Image

    쫑파티 발표문 입니다.

    2013.03.22 23:36:35 박카스 ‘내 맘대로’ 의 자유에서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자유로 박카스(수유너머R) * 내 맘대로 하는 자유? -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의 내 몸과 마음을 둔다는 것 장애인자립생활수기를 살펴보았다.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시...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966
    Read More
  2. 장애학 세미나 쭁파티 사진 2

    2013.03.21 19:39:50 ㄴㅁ 에세이 발표가 길어져서 기차놀이와 규호의 공연은 생략. 규호 공연은 3월 매주 일요일에 농성장에서 볼 수 있으니까요. ;; ^ ^ 택균 쌤이 유선에게 주문한 ㅎㅎ 브라우니 케익에 불을 붙이고....... 부를 노래가 없어 뻘쭘하...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968 file
    Read More
  3. 장애학 세미나 쭁파티 사진 1

    2013.03.21 19:35:44 ㄴㅁ 2013년 3월 20일 저녁 7시, 다섯달 가까이 진행한 장애학 세미나의 쭁파티! 장소는 광화문역 안에 있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 농성 212일 차~~~~~~~~ 봄이 온 줄 알았는데 아 추웠어요. 에세이 발표를 하는데, ...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890 file
    Read More
  4. No Image

    쫑파티 발표문, 관계와 노동

    2013.03.21 00:06:38 백납 관계와 노동 백납   1. 활동보조인의 업무, 장애인 이용자와의 관계, 활동보조인을 하면서 많이 드는 질문은 활동보조인이 활동보조 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하는 질문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제공할 것으로 요구되는 ...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947
    Read More
  5. No Image

    첨으로...ㅋ

    2013.03.20 00:24:24 김상 안녕하세요.^^ 세미나 시작하고 첨으로 글을 올리네요;; 지난번에 노동권 세미나 후기도 못 올리고....ㅠ 죄송해요..ㅠ.ㅠ 그래도 마지막은 급성실모드로 에세이를 써보았어요.^^;;; 에세이 형식과 좀 거리가 멀지만;; 뭐라도 ...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792 file
    Read More
  6. ㅌㅈㅌㅈ 장애학 세미나 쭁파티

    2013.03.19 14:33:06 기어가는ㄴㅁ 에세이 다 쓰셨나욤~~~~~~~~~? 우리 모두를 위한 장애학 세미나 쭁파티 때 : 2013년 3월 20일 수요일 저녁 7시 곳 : 광화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853 file
    Read More
  7.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거리에서 먹고 논다! 핫.핫.

    2013.03.15 23:05:07 맹히 거리에서 먹고 논다! 핫.핫. 도대체 당신들은 어디서 왔길래, 어떤 장애에는 등급을 매기며, 고개를 숙이게 하는가! 도대체 당신들은 누구시길래, 부양의무제를 만들어 장애인을 가족들에게 빚진 사람으로 만드는가! 장애등급...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989 file
    Read More
  8. 오! 노동! 장애인 노동!?

    2013.03.11 14:16:55 기어가는 ㄴㅁ 이진경 쌤 강좌 두 번째! '노동의 인간학을 넘어서'는 이번 주 수요일에 합니다~ '노동하지 않는 이들'과 '노동할 수 없는 이들'은 모두 모여주세요. 물론 노동자도 환영합니다! 간식은 더 환영~ (읭?) 우리가 지난 ...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834 file
    Read More
  9. No Image

    20일 광화문 농성장에서 만나요!

    2013.03.11 12:41:08 박카스 20일에는 광화문 농성장에서 쫑파티가 있지요~ 그 때 이렇게 진행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준비는 첫마당, 둘째마당, 셋째마당 중 하고 싶은 만큼 그러나 한 가지는 꼭 하는 걸로 하면 어떨까합니다.   넷째마...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905
    Read More
  10. No Image

    장애학세미나 마지막 발제문

    2013.02.27 17:20:45 덤 현장인문학/ 장애학 / 마지막 시간/ 자유의 실천으로서의 자아에의 배려 / by 박정수 지난 시간에 우리는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국에서 들어온 이 자기결정권이란 개념은 분명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핵심적...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901
    Read More
  11. No Image

    3월 2일 별꼴 <END:CIV>상영회 놀러오세요~ :> ///동영상태그

    2013.02.24 00:20:09 달팽이달팽이 지난 시간에 광고했던 다큐멘터리 상영회에 관한 정보 올립니다. 원작은 데릭 젠센의 <문명의 엔드게임>이라는 책인데요, 한국어로도 번역이 나와 있어요. 문명과 개발, 파괴에 대한 다큐인데 재미있어요. 장애학과 ...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889
    Read More
  12. No Image

    방울이야기

    2013.02.22 20:31:59 박카스 형, 요새 프로메테우스를 다시 읽고 있거든요.. 그래? 들려줘봐... 그걸 동화로 바꿔봐야겠따. 재밌겠는데...       22.wlmp           인간들     방울 * 어린사자가 늙은 사자들의 신의 돌을 바라보았다. 늙은 사자들은 ...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760 file
    Read More
  13. 강의 들으실 분 신청해주세요

    2013.02.20 15:24:00 ㄴㅁ     비마이너 창간 3주년 기념 이진경 선생 연속 강좌  강좌 1 - '폐를 끼치는 자들'의 존재론 때 : 2월 28일 목요일 저녁 7시  곳 : 노들장애인야학 교실 강좌 2 - 노동의 인간학을 넘어서 때 : 3월 13일 수요일 저녁 7시  ...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768 file
    Read More
  14. No Image

    이진경 쌤 강좌 엽니다_비마이너

    2013.02.18 13:51:41 ㄴㅁ 비마이너 창간 3주년 기념 강좌입니다. ㅎㅎ 지금 웹자보 같은 홍보물을 만들고 있는데, 장애학 세미나 팀에 미리 알려요. 1) 2013.2.28.(목)  ‘폐를 끼치는 자들’의 존재론 장애인, 폐를 끼치는 자라고들 한다. 그러나 남에...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998
    Read More
  15. 놀고시퍼라~ 후훗.

    2013.02.17 18:41:24 박카스     놀고 시퍼라~ 놀고 시퍼라~ 이마음~ 떠나보면 알꺼야~ 아마..알..꺼야~   2주 뒤면 이번 현장인문학 시간이 끝이 나네요. (아쉬워라!!^^)   그간도 자알 놀았지만, 끝마무리는 농성장 발표축제로 더 신나게! 어떠세요? ...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813 file
    Read More
  16. No Image

    발제문 - 『장애학으로의 초대』 제2장 장애, 테크놀로지, 정체성

    2013.02.13 15:33:18 백납 발제문 올립니다. ㅜㅠ 정리하려니 힘들군요. 발제문이 너무 긴 것 같기도... 장애학 세미나 발제 장애, 테크놀로지, 정체성.hwp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783 file
    Read More
  17. No Image

    영화 <나비와 바다> 감독의 다른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 #_ #

    2013.02.01 15:31:29 강여사 다음주 수요일 세미나 시간에 <나비와 바다>를 본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올립니다.  나비와 바다를 만든 박배일 감독은 부산 지역에서 꾸준히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영화 작업을 한 감독이라고 해요.  나비와 바다를 비롯해 ...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1170
    Read More
  18. No Image

    오늘 세미나 (1/30) 발제문입니다.

    2013.01.30 18:20:40 하금철 막 갈겨 써 버렸네요. 엄메...   장애학 발제문.hwp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820 file
    Read More
  19. No Image

    <핑크팰리스> 볼 수 있는 곳

    2013.01.30 16:49:45 ㄴㅁ '장애인의 성'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서동일 감독의 [핑크팰리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홈페이지에서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습니다. 좀 저 화 질     핑크 팰리스 (Pink Palace, 2005) 한...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1298
    Read More
  20. No Image

    도움글) 참을 수 없는 ‘생명존중’의 가벼움

    2013.01.30 16:35:40 ㄴㅁ   지지지난 주 쯤 읽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그땐 생각이 안 났으니까. 지금이라도 공유.     참을 수 없는 ‘생명존중’의 가벼움:  장애여성의 선택에서 드러나는 재생산 정치 황지성 (장애여성공감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896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