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배정학 전 활보노조 위원장
2017.11.13 14:54
[부고]
배정학 전 활보노조 위원장, 성북 장수마을협의회 대표님이 오늘(11월 13일) 운명하셨습니다.
- 빈소: 안암 고려대학병원 장례식장 206호
- 주소: 서울 성북구 개운사2길 46(안암동5가)
- 발인: 11월 15일
*참고: 언덕이 높다고 합니다.
*안암역 1번출구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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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늦은가을 노들 후원팀에서 배정학 동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노들바람』 94호 [동네 한 바퀴] 코너에 실린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네 한 바퀴]
동네, 방네 알림통
우리 동네 이야기
< < < by 노들야학 교사 명희
노들바람 이번 호부터 노들야학, 센터, 현수막공장, 극단이 터를 잡은 성북구/종로구에 함께 살고 있는 아름다운 단체, 가게를 찾아가 그 발자취를 보여 드리려 합니다. 언젠가 술 한잔하다가 옆 자리 그즈음에 앉았을 수도, 지나가다 숱하게 지나가다 부딪쳤을 수도 있는 동네 사람과 노들이 친구하려구요. 이제, 만나러갑니다. - 후원팀
정 든 이 웃 과 함 께 사 는 마 을 기 업 ‘ 동 네 목 수 ’ 배 정 학 님
9 월 2 0 일 낙 산 의 꼭 지 를 넘 어 장 수 마 을 카 페 에 가 다
후원팀
맹희: 맹 , 밍구: 밍 , 민희: 민 , 정학: 배
낙산의 꼭지까지 올라가는 길은 참 가팔랐지만, 그 가는 길 풍경과 색은 참 예뻤습니다. 조금 더운 감이 있었던 9월 말, 오랜만에 나타난 땀방울 녀석들조차 반가웠습니다. 그렇게 누군가의 기다림이 있는 곳으로 가는 발걸음은 항상 설렙니다. 몰랐습니다. 예전에 활동보조제도화 투쟁을 함께했고 농성장 천막을 함께 쳤던 동지가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반갑습니다. 배정학 동지. 오랜만이에요.
배정학 동지가 ‘동네목수’의 로고가 빨갛게 박힌 명함을 건네주십니다.
맹) 동네목수의 총무 일과 장수마을 카페 일을 함께하시는 건가요?
배) 동네목수 직영으로 장수마을 카페가 있는 거예요. 마을 기업으로(사회적 기업은 아니고 말 그대로 마을에서 하는 기업) 하다가 주식회사로 전환하였습니다. 원래는 주민과 두레처럼 운영하려 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장기적으로는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주민을 주주 형태로 모집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민) 투자회사의 형태운영이 더 어려운 거 아닌가요?
밍) 주식회사 개념이 좀 낯서네요. 출자해서 자본을 마련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령 예를 들면 코스닥 같은?
배) 상장이나 그런 것은 아니고요. 주민이 후원하는 의미로 한 주에 천 원 정도로도 받고 있어요.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게 해야 하는 거니까요. 마을 사람도 받고 외부사람도 받고 있어요. 지금은 주로 외부사람이 많지요.
밍) 저도 주주 해야겠어요. 그러면 주주 총회도 하시나요?
배) 주주 모집하고 총회도 하려고 하고 있지요.
맹) 공동체 사업으로 동네목수가 운영되고 있는 건가요?
배) 마을이 노후화돼서 집수리가 많이 필요해요. 동네주민에게 집수리를 해드리는데 조금 더 저렴하게 집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하지요. 동네 주민분들이 좀 더 깨끗한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거지요. 그래서 동네목수가 만들어졌어요.
맹) 사무실이 따로 있는 건가요?
배) 동네 경로당 2층을 점유해서 쓰고 있어요. 원래는 공부방을 하던 곳인데 아무도 쓰지 않고 있어서 우리가 들어갔어요. 지하는 거의 귀곡산장 같은 분위기였는데 동네목수에서 수리해서 공방도 만들었지요.
밍) 공방에서는 주로 무엇을 하나요?
배) 나무로 집수리에 필요한 가구를 만들죠. 가끔 동네 가게들에 경사로를 깔아주거나 필요한 가구 주문을 받기도 하거든요.
민) 목공을 하시는 건가요?
배) 그런 기술을 가진 목수분들이 있어요. 거의 지역 자원을 활용하고 있지요. 집수리의 기술을 다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마을분들을 우선 고용하고 있어요. 우리가 아는 경로를 통해서 섭외도 하고 있고, 되도록 인력소개소에서 사람들을 받지 않으려고 해요. 상근하는 직원은 4명 정도 있어요. 더 같이, 이래저래 일하게 된 사람은 30명 정도가 되구요. 아, 그리고 장수마을 카페는 지역 주민 2명이 돌아가면서 운영하고 계시지요.
밍) 저도 시간 될 때 맞으면 와서 뭐 만드는 거 거들고 해도 될까요?
배) 당연히 해도 되죠!
민) 목공수업이 정기적으로 있나요?
배) ‘마을학교’라고 해서 우편함이나 공구함이나 상자 텃밭 등등을 만들려고 했는데요. 주민의 참여가 많지는 않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하죠. 아이들하고는 목공교실을 운영해 봤구요. 아직 우리가 그것을 꾸준히 할 만한 여력이 있지는 않아요. 정기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구요. 공방은 계속 주민들한테 개방되어 있고 필요한 물건을 재단한다든지 등등을 하고 있지요.
맹) 주민회 자치구조가 따로 있나요?
배) 주민번영회가 있긴 한데요. 여기 장수마을이 04년도에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었지만, 성곽주변에 고층건물을 지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건설업자들이 수지가 안 맞아서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이죠. 계속 재개발이 밀리다가 07년에 대안개발연구모임이라는 대안적인 주거환경을 고민하는 분들이 모여서 대안적인 방향의 주거 환경 조성이 어떻게 가능할까 의논하다가 주민협의회라는 것을 구성했는데 실제로 주민이 모이는 것이 활성화되고 있지는 않아요. 서울시의 장수마을 지원 프로그램 안에 ‘주민회 구성’이 잡혀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요즘은 동네 골목마다 비정기적인 골목모임을 하고 있고 앞으로 주민협의회에서도 주기적인 골목모임의 프로그램을 계획하려고 합니다.
밍) 재개발은 항상 무작위로 하는 것만 봐서요. 함께 공동으로 연구해서 하는 방식은 어떻게 하게 되나요?
배) 서울시가 재개발 예정구역을 해체한 상황이에요. 주거환경 정비구역으로 다시 정해졌구요. 주민들이 스스로도 개선하고, 물리적 도시환경(도시가스, 하수도, 도로정비) 정비 같은 경우에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아직도 도시가스가 나오지 않는 곳이 많이 있거든요. 그럴 경우 한 달에 난방비만 몇백만 원씩 나오는 집들도 있구요. 여기가 예전에 국·공유지, 시유지인 곳이 있어요. 자기 땅이 아닌 그 위에 건물을 지은 경우가 있는데요. 김영삼 정부 때 토지사용료를 월세처럼 계속 내게 했는데 그것을 못 내다보니 집은 자기 집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동안 못 낸 변상금을 다 내고 나면 살고 있는 사람들 처지에서는 집값도 안 나오는 거죠. 이런 곳에서 재개발을 하면 여기에 정착할 수 있는 주민들은 10% 정도밖에 안 될 거예요.
맹) 장수마을은 몇 명 정도가 거주하나요?
배) 여기는 4구역이구요. 165가구 200명 정도의 사람이 살아요. 일부 재개발 문제에 대한 피해나 고민을, 활동하는 사람들이 주민과 소통하고 나누려고 한 거죠. 주민들도 개선하려는 직접적인 의지와 방향이 있었기 때문에 언론에 대한 주목을 받고 있지요. 그런데 여기는 그 고민의 시작지점인데 너무 잘되고 있는 것으로 포장되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해서 그런 것들이 부담이 되기도 해요.
밍) 장수마을(동네목수)에 주주가 되면, CMS처럼 내는 것인가요?
배) 아뇨, 매달 납부하는 방식이 아니라 만 원 내면 만 원어치의 주주가 되는 거예요. 10주 사면 평생 10주의 주주가 되는 거고,그리고 이후에 더 투자해야겠다 하면 더 살 수 있는 겁니다.
밍) 주를 사고 입금하고 나서 연락하면 되는 건가요?
“정든 이웃과 함께 사는 마을기업”
계좌: 신한은행/100-028-170013
(주)동네목수
전화: 02-747-6004
민) 어떻게 동네목수에서 같이 일하시게 된 거예요?
배) 2010년도에 대안개발연구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때 마침 개발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어요. 지역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장애인운동 하면서 지역운동에 대한 필요성을 고민했고. 그러다 보니 장수마을을 알고 대안개발연구모임에 참여하다가 마을기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여기에 가장 필요한 게 뭘까 라는 생각을 했죠. 장수마을에 떡집이 필요한 거는 아닌 거 같고 가장 필요한 것이 집수리인 거 같았어요. 그리고 서울시에 사업을 낸 집수리 마을기업이 선정된 거죠. 그리고 동네목수 직영으로 하는 장수마을 카페는 마을에 주민들이 거점으로 모일 곳이 필요한 거 아니냐는 고민에서 시작된 거구요. 가령 장애인운동단체에서 센터나 야학 그리고 당사자들이 모일 공간으로 별꼴을 생각했던 것일 수 있죠. 처음에는 별꼴이랑 공동으로 운영을 해보자는 제안도 나왔었던 게 있었어요.
민) 지금은 별꼴이랑 무슨 관계인 건가요?
배) 친한 사람이 있는 곳이죠. 지금 장수마을 카페에 재료도 별꼴에서 많이 가져온 거예요. 기술지원도 그렇고 많은 도움을 받았죠.
맹) 손님은 많이 오나요?
배) 공무원들이나 마을 탐방하는 사람들(행정견학)이 오지요. 성곽 주변을 데이트하는 연인들도 많이 오구요. 그런데 동네 분들은 자주 안 와요. 원래 커피 마시는 스타일이 아니신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이번 여름에는 너무 더우니까 에어컨 쐬러 오시는 분들도 있구요. 카페는 젊은 분들이 많이 와요. 가족 단위로 성곽 길을 걷다가 종종 들르기도 하구요.
민) 성곽을 하나 두고 이렇게 노들과 맞은편에 계셨었다니 재미있네요.
배) 장수마을 카페 겨울 공사는 진짜 힘들었어요. 밑에서부터 물건을 옮기려니까 육체적… 가슴이 뛰더라고요. 너무 힘들어서요. 짐을 사십 킬로 매고 올라야 하니까요. 차를 옆에 대고 갖다 놓는 게 아니라 사람의 힘으로 전부 옮겨야 하니까요. 마을버스타고 올라오는 데가 가장 많이 올라올 수 있는 곳이라 거기서부터는 다 사람 손으로 날라야 해요.
밍) 미리 알았으면 노들에서도 좀 함께했을 텐데요.
민) 장수마을 카페 뒤에는 감나무인가요?
배) 위에는 대추나무 여기는 감나무예요.
맹) 동네목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배) 카페는 동네목수 사무국장님과 마을주민 두 분과 함께하고 있어요. 여기 일요일하고 월요일만 쉬고요. 평일은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해요. 주말에 사람들이 이화마을 쪽으로 많이 와요. 벽화마을 가다가 길을 잘못 들면 여기 카페 쪽으로 빠지거든요.
밍) 집 고치는 일은 많이 바쁘신가요?
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고 주말에도 많이 바쁘면 일을 나가죠. 겨울에는 1, 2월이 조금 비수기인데 작년에는 카페 공사한다고 바빴고요. 내년에는 정말 정신없을 것 같아요.
민) 오래된 집들이 많다 보니 한두 집이 아니라 여러 집을 다 수리해야 하는군요.
(까까까까 까마귀 우는 소리
달그락 커피 잔 내려두는 소리)
민) 카페 문은 언제 열었나요?
배) 5월 정도부터 시작했고, 작년에 벼룩시장도 진행했어요. 올해 6월에는 성곽에서 마을잔치도 진행했었지요.
맹) 총무 일 말고 다른 일도 같이 하시나요?
배) 저라고 해서 시멘트 안 나르겠어요. 나무도 나르고 시멘트도 두들기고 해요. 속된 말로 잡부 역할을 주로 하고 있구요. 하는 일이 공정과정 중에 무슨 문제가 있으면 처리하고 자재 조달도 하고 있어요.
민) 크게 공사할 때가 있을 때 인력이 모자라거나 하면 노들하고 같이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배) 홈리스행동 쪽에서 함께하기도 해요. 저희 카페에 휠체어 접근도 가능해요. 성북센터에서 와서 이야기 조각보 모임을 진행한 적도 있었어요. 허나,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겨서 해야 하죠. 그래서 그런지 이후엔 여기서 모임을…
밍) 주민분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시겠어요?
배) 여기 동네에서 목수가 생기면서 집수리를 예전보다는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게 됐지요. 아직 공동체적인 거라기보다는 평상에서 주로 사람들이 오다가다 하며 모여요. 동네 주민분들이요. 이런 평상의 모임이 자연스럽게 골목길 모임으로 이어지게 된 거죠. 평상에서 주민분들이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가지면서요.
밍) 장수마을에 아이들은 얼마나 사나요?
배) 딱히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거나 하지는 않아요. 학교에 주로 있다가 동네에 오면 별로 할 게 없잖아요. 그래서 주말에는 목공 교실이나 공부방을 하고 있어요. 이 어린아이들이 좀 더 나이를 먹어서 마을에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터전 속에서 계속 고민하고 살 수 있게 하는 게 바램이죠.
민) 오래전부터 주민과 함께하기 위해서 서로가 소통하고 진행했던 과정이 있었던 거 같아요.
배) 단기간의 성과를 위해 하는 것은 무엇이든 잘 안 돼요. 단순히 집수리만 있는 게 아니라 공공의료서비스 등을 통한 보건소 연계도 하고 있어요. 마을 안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것들을 함께 만드는 거죠. 장수마을 자주 놀러 오세요.
이후, 잡다한 서로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찻잔 밑에 짙게 조금 남은 차를 마시며 헤어졌습니다.
노들로 다시 돌아오는 길 갈 때와는 달리 더 선명하게 보이는 장수마을입니다.
마을마다 작게 보이는 골목들도 그렇구요.
장수마을 카페에서 우리 만나요.
날씨가 쌀쌀해졌네요. 따뜻한 차 한잔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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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