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부착한 ‘부랑인’ 기표와 그 효과:* **1)
형제복지원 기억의 재현과 과거청산 논의의 예에서
이소영***1)
<국문초록>
본고는 ‘한국의 아우슈비츠’ ‘한국의 홀로코스트’로 회자되는 형제복지원 사 건을 예로 하여 법이 부착한 ‘부랑인’ 기표와 그 효과에 관하여 다룬다. 내무부 훈령 제410호(1975년 제정)의 법적 규제가 어떻게 부랑인에 한 지배적 재현 을 구성하으며, 그 지배적 재현이 어떻게 다시금 피해자의 목소리와 사회적 기억에 각인되는가가 본고에서 제기하는 고유한 연구질문이다. 본고의 문제의식은 시설감금과 폭력, 노동착취와 국가보조금 착복이 문제시 되었던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에 관한 당시 언론보도의 초점이 ‘부랑인 아닌 이들도 억울하게 수용’에 일관되게 맞추어져 있었다는 데 한 의문에서 출발
하다.
여기서 민간인, 정상인, 멀쩡한 사람 등으로 호명된 이들과 반짝에 놓인 부랑인은 무엇을 표상하는가? 또 부랑인 시설수용을 규정한 내무부훈 령 제410호는 어떻게 정상인/비정상인을 가르고, 주체를 비/부랑인으로 각각 분리하는 효과를 가져왔는가? 본고에서는 먼저 형제복지원이 사건화된 1987 년의 언론보도, 사설·논평·독자투고, 사건조사 보고서, 법원 판결문 안에 서 ‘부랑인’이라는 기표가 무엇을 표상하으며, ‘자활을 통해 노동시장으로 편 입되어야 할 상인 동시에 공적 공간에서 배제되어야 할 상’으로 부랑인을 주체화하는 매커니즘이 형제복지원 사건 이전과 이후를 관통하며 어떻게 부랑 인이라는 기표에 각인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아울러 26여 년이 지난 현재, 법이 부착하던 그 ‘부랑인’ 기표가 피해자 기억의 재현에 있어 무엇을 말하지 않게 혹은 못하게 하는지 다루고자 하 다. 즉 형제복지원 기억이 과거청산의 상으로 다시금 소환된 오늘날, 그러한 부랑인 기표(의 효과)가 피해자의 현재 목소리에 각인되어 “부랑인이 아닙니 다” “일반시민이었다” “성실한 이 사회구성원이었습니다”의 반복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읽어내려는 것이다. 이로써 비부랑인 수용자를 ‘부랑인으로 몰린 억울 한’ 피해자로, 부랑인 수용자를 ‘적절한 교화와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애처로운’ 피해자로 각각 새겨넣음(mark)으로써, 부랑인을 벌거벗은 생명으로 기입하는 ‘권력의 폭력적 본성’ 신 비부랑인까지 부랑인 범주에 밀어넣은 ‘권력의 현현 으로서의 폭력’에만 방점이 찍히게 만드는 담론 효과를 분석하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
터 우 냐 에 따 라 가 름 될 것 만 같 다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