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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5 10:37:45


박카스


우리는 얼마 전 여러 부족들에서의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 장애를 가진 사람과 함께 사는 방식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때 함께 장애등급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경우, 복지부의 행정편의상 만들어진 제도로 의사의 판단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매겨진 등급에 따라 활동보조인서비스 지원여부를 판가름함으로써 장애인의 자립생활 여부를 단지 신체구조와 기능,활용에 대해 알고 있는 이의 판단에 맡겨야함도 발견했다. 지난 주 모임에서는 부양의무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부양의무제가 기초생활수급제도와 얽혀있는지를 들었고, 부양의무제가 기본소득보장의 이야기로 넘어가야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로 나누었다. 그리고 11월 28일, 장애등급제 *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100인의 일인 시위에 함께하며 이런 현상을 알리고, 이런 현상으로 인한 고통들을 드러내고 싶었다.

 

일인 시위에 참가하여 발언을 했다. ‘장애등급제는 의사의 기준에 의한 등급 매김으로 우리가 함께 하면서 보고 나눌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등급이라는 이름으로 볼 수 없게한다. 등급매기는 사람, 매겨지는 사람 모두에게 그렇다. (...) 우리는 다른 관계들을 맺으면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우리의 좋음을 부양의무자기준, 가족이라는 단위, 그 무엇 때문이든 포기할 수 없다.’ 라고 말했다. 그런데 바로 그 현장이 등급으로, 의무로 맺어진 것들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드러난 자리이기도 했다. 장애빈곤운동가 고 이덕인 열사와 함께 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산책 전 각 단위의 발언이 있었고, 균도 부자의 힘찬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광화문광장을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가 적인 푯말을 들고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상황에 가장 구체적인 요구로 ‘장애등급과 부양의무 폐지’를 내걸었고, 각자 나름의 무언가를 들고 이곳을 찾고, 광장을 돌기 시작했다. 경찰은 산책단에게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 여러분’이라고 방송하며 우리에게 소속을 부여하며 묶어두려 했지만, 장애인차별철폐연대라는 이름으로 여기 무수히 얽히고, 닿아있는 인연과 체험들을 한 이름으로 묶어둘 수는 없었다. 산책을 하며, 틈틈이 도로를 향해 높이 판을 들어올렸다. 바로 앞 번호에는 비마이너의 유미쌤이 도로에 대고 두 팔을 번쩍 든다.

 

유미쌤 : “이야, 형광조끼가 훨씬 많네. 우리 다음 번 나올 때는 형광조끼를 입고 오면 어떨까?

그럼 수가 배로 보이고, 헤깔리고 재밌지 않을까? 웃기겠따. 진짜”

 

걷다가 해니쌤을 만나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해니쌤 :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이젠 좀 적응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쉽지않아.. 쉽지않아’

 

또 지나가다는 상희님과는 이따가 먹을 육개장을 상상하며 웃으며 걸음을 이어가기도 했다.

산책을 하며 처음 만난 분 에게 말도 걸어본다.

 

 

‘춥죠?’

‘네, 완전 춥네요! 산책하기엔요. 추워요. 추워. 하하하’

광화문 역 안에 있는 문화공연을 위한 공간에서 자리를 깔고 육개장을 먹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활동보조인권리찾기 모임 회원, 전에 용산에 함께지냈던 이주노동자방송 MWTV 활동가, 빈곤사회연대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보인다. 많은 말은 못 나눴지만 함께 있는 것 자체로 반가움을 나눴다. 밥을 먹으면서는 어쩌다 발을 옮긴 이곳에서 새로운 상상들이 오가는 소리도 들린다.

 

“ 여기 좋은데, 넓고, 다음번 농성은 여기 좋을 것 같지 않아요? 넓고 따뜻하고 사람들도 많이 모이고.”

“좋긴 한데. 경찰들이 가만히 있겠어? ”

“그래도 여기 문화공연하라고 만들어도 놨는데. 나쁜 일 하자는 것도 아니잖아. 하하하. 그렇지 않아요? 언니?”

 

 

이어 장애빈곤운동가 이덕인 열사에 대한 추모제가 열렸다. 이번 해로 17주년이 된 이덕인 열사는 노점상 생활을 하면서 장애빈곤운동을 하다가 의문사하였다. 숨진 당시 발견된 시신에서 누군가에게 맞은 흔적들이 남아있었고, 바로 공권력에 의해 시신을 빼앗기고, 부검으로 온 몸이 찢겨져 돌아왔다. 추모제에서는 살아생전의 그와 함께했던 사람들, 지금 그의 뜻을 기리며 활동하는 이들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박준님의 추모곡도 들었다. 박준님은 전 날 이덕인 열사의 묘에도 다녀왔다고 전하며 ‘이상한 짓 하나보다 여겨주세요.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겁니다.’라고 말하고는 노래를 시작했다. 열사의 어머니를 마주보며 ‘어머니’에게 바치는 노래를 불렀다. 열사의 어머니는 ‘덕인아, 사랑한다. 엄마가 사랑한다.’라고 말하며 잠시 이곳에 내려온 열사의 ‘혼’에 답하였다. 무언가를 향해 두드리다가, 두드리다가 떠난 혼을 애도 한다는 것은 어떠해야할까? 슬픔에 머물러있는 것은 꽤나 스스로를 오만하게 남겨두는 것 같았다. 다만 그 분의 혼이 여기 내려와있음을 다른 이들의 얼굴을 통해 보고 있었다.

 

이후, 광화문 농성장에 모여 지난 주에 이어 부양의무자기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빈곤사회연대의 김윤영님이 설명을 잘해주셨다. 이해한대로 정리를 해보면 이렇다. (김윤영님의 다른 글을 참조)

 

부양의무자기준이란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수급자를 선정하는 기준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존 생활보호법과 다르게 1)수급자격에서 근로능력에 따른 인구학적 기준을 폐지하고 2)개인의 소득에 근거해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모든 이들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3)전 국민의 권리로서 보장된다는 점에서 ‘복지’차원에서 더 나아간 제도로 평가된다고 한다. 이날 법에는 ‘최저생계비를 보장하여 전 국민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보장하고자한다.’ 라고 나와있다고 들었다.

이를 듣던,

 

“시라소니쌤왈, 조항은 참 좋아. 말 만들어보면 참 좋아. 아주 기가 막혀.”

 

전 시간 이야기가 되었던 ‘가구’에 대한 이야기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말해지는 것으로 최저생계비에 대한 선정기준이 살고 있는 집 단위로 측정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부양의무기준이 폐지되더라도 부모와 함께 사는 근로 능력 없는 부잣집 자식의 경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적용대상이 될 수는 없다. 같이 사는 가구로 묶인다.

 

부양의무자기준 대상은 (만 19세 이상 65세미만) 수급신청자의 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부모와 자식, 배우자, 부모나 자식의 배우자를 포괄한다. 사위나 며느리가 소득이 많으면 수급대상자의 부양의무를 갖는다. 그래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해 기초생활수급을 받으려면,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는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미약해야 한다.

문제는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로 선정되려면 취지와는 조금 떨어진 다음과 같은 기준들을 통과해야한다. 첫 번째로는 소득인정액(소득환산률을 통해 소득으로 추정된 재산, 근로능력평가를 통한 추정소득 등을 합산)이 기준 이하여야하고 두 번째로는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 또한 그 이하여야 한다. 그러니까 특정 기준에 의한 근로능력 평가, 부양의무자의 지출, 소득(고용한 사업자와 연계하여 일하는 사람의 지출을 확인)을 조사하여 그것이 특정 소득이상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지면 최저생계비를 받을 수 없다.

 

여기에 최빈곤층의 부양의 책임을 가족에게 맡기는 제도를 통해 ‘함께 살 의사가 없는 가족’, ‘근로능력 기준에는 가능하다고 평가될지라도 부양능력이 없는데 혈족으로 엮여있어 가족’에게 부양의 의무가 지어져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게 되는 사건, 심지어 기초생활수급을 받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부양의무자기준에서 취약계층에 대해서만 가구소득자체의 상한선율을 올리겠다는 정책을 공략으로 내걸고 있는 경우, 수급을 보장 받는 사람의 비율을 130%~185%로 증가 시켰다라고 말하는 보도의 허황됨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첫 번째, 가구소득자체의 상한선율을 올릴 경우 즉 ‘돈이 더 많은 집에서 한에서만 부양 의무를 지게 하겠다.’라는 것은 또 그 상한선율 바깥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수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한다. (아니면 그 비율을 많이 올리고 실제로 수급을 받는 사람의 수를 늘게해야한다고 들었다.) 그래도 상한선율만 올리는 것은 여전히 부양할 수 없는 경우, 부양을 거부하는 경우 (시설로 보내지는 장애인의 경우) 여전히 부양의무제로 인한 문제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수급율을 130~180% 으로 올렸다는 보도가 되었지만 실제로 이것은 부양능력미약구간을 늘린 것이지, 실제로 수급을 받는 수는 많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한 소득인정액의 경우는 그대로 130%를 유지했기 때문에 수급신청을 할 수 있는 사람만 늘어나서 수급자가 될 수 는 있어도 소득인정액(소득환산률을 통해 소득으로 추정된 재산, 근로능력평가를 통한 추정소득 등을 합산)을 통해 실제 수급자는 그대로의 수준이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에서는 수급보장상한선율을 올리는 동시에 사람을 고용하여 보다 엄밀한 지출내역조사(과거의 기록까지 이용하는 통에 최근 3년전 사위의 소득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에서 탈락한 할머니의 자살 사례가 발생하기도 함), 추정소득의 기준을 변경하여 실수급자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또한 노동능력 평가에 의해(관찰을 통해) ‘사칙연산가능, 자신의 주장을 잘 편다.’ 등 이런 기준으로 자활사업 의무화, 근로노동을 의무화 하고 있기 때문에 가난한 가구는 계속해서 가난할 수 밖에 없는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쌤왈, 아침에 세 개 줄까, 저녁에 세 개 줄까 하고 있구나!

수치는 올리고, 내리고 장난을 칠 수 있다 이런거군요.

 

 

“근로능력평가를 없애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취약계층에 대한 우선 지원이 이뤄져야지 기초법에 대한 효과가 생겨날 것 같애요. 노동을 안 하고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것을 문제 삼을 수 있는데 어차피 근로능력평가가 아니더라도 지출, 가구소득으로 취약계층인지 아닌지는 판단가능하고, 근로능력평가에 의해 자활의 의무, 노동의 의무가 우선시 되는 기준에서는 가난한 생계유지에도 벅찬 가구의 빈곤의 재생산은 필연적이잖아요.”

 

“그래서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새로들어올 정부의 임기기간동안 부양의무자기준에 의해 수급을 못 받는 사람이 수급을 받을 수 있도록 첫 해는 %, 그 다음해에는 % 로로 늘리는 식으로 해서 임기내 폐지시키겠다고 약속을 한다든지, 장애인들의 경우는 우선 무조건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한다는 지하는 식으로 요구하고 있어요.”

 

“부양의무자기준에 대해 노인에 대해서는 선택적 복지를 해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부양의무자기준을 두되 특정한 집단에 대해서만 기준을 둔다.

일 할 수 있는 대학생과 노령연금을 주는 노인들의 경우는 빼겠다는 것이네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가 기본소득을 향한 발걸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국민생활기초보장법을 기본소득보장법이라는 말로 바꿔야하지 않을까? 국민생활기초보장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게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사고들.

 

얼마 전 거제의 이씨 할머니가 부양의무자 소득변화(사위의 3년전 재산 소득확인)로 인한 수급 탈락 통보를 받은 뒤 ‘사람이 제도를 만드는데 어찌 이럴 수 있냐’는 원망을 남기고 시청 앞 화단에서 음독자살을 한 바 있다.

2010년 가을에는 일용직 노동을 하던 한 가난한 아버지가 아들의 장애판정 이후 아들에게 수급권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가 있었다. 그의 유서에는 ‘아들이 나 때문에 못 받는 게 있다. 내가 죽으면 동사무소 분들이 잘 해주시길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그 해 마지막 날 역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을 받지 못하던 노부부가 동반자살했고, 2011년 봄엔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수급을 받지 못했던 김씨 할머니가 폐결핵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못하다 병원 앞에서 객사했다.

청주와 남해의 시설에서 생활하던 노인 두 명이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수급탈락 통보를 받고 자살했으며, 양산의 지체장애 남성은 수급탈락 통보를 들은 뒤 비관, 집에 불을 내고 자살했다.



ㅎㅁ


2012.12.05 14:49:39

잘 읽었어요. 날씨가 쌀쌀했을텐데, 훈훈한 농성장 만드느라 애쓰셨습니다. 박카스도 유미샘도.


2012.12.20 14:57:41

박카스- 발언도 그날 잘들었답니다. :)

고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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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15.08.18 By손오공 Reply0 Views1140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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