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04.19 16:38

장애학, Why & What? ②

조회 수 68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발의 장애학 연구노트-2] ‘장애학 함께 하기’를 위하여




지난 번 글에서 언급했듯이 기존의 장애 관련 학문에서는 장애인의 삶이 배제되거나 왜곡되어 왔으며, 주류 공론장 및 담론에서도 장애인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가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의 답답함과 서운함을 가라앉히고 조금 냉정한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문제에 대한 원인을 단선적으로 장애인 공동체 외부와 상대방에게서만 찾을 수만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장애인들의 날 것의 말과 몸짓을 ‘현장’에서 ‘직접’ 소통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이 사회의 ‘상대방’들과 공간성 및 시간성의 제약을 뛰어 넘어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매개물이 필요한 건 아닐까, ‘아’라고 했는데 ‘어’라고 듣지 않도록 일정한 리듬 및 코드에 맞춰 소통을 가능케 하는 공동성 자체를 증대시킬 기제가 마련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고민도 해보게 되는 것이지요. 사실 저 자신도 에바다 투쟁을 통해 장애인운동과 접속하기 전까지는 장애인을 타자화시켜 바라보았고, 그들을 위해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특수교육과에 진학했던 무지한 비장애인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어쨌든 결국 장애학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위에서 지적한 두 가지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내기 위함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어지는 연재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가 되겠지만, 장애학은 기본적으로 장애에 대한 인문학적․사회과학적 성찰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운동을 실천하기 위한 이론적 무기이자 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문학은 무엇이며 사회과학이란 무엇입니까? 가장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의미에서 그것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지요. 또 운동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적대’를 해소하고 ‘차이’를 화해시키는 것을 통해 더 나은 ‘공동체(commune)’를 구성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인간, 사회, 적대와 차이, 공동체라는 문제에 있어 장애가 회피될 수 없는 무엇이라고, 아니 그것들을 온전히 해명하기 위한 하나의 키워드 내지 매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대 자본주의로의 이행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형성된 장애라는 범주는, 그러한 범주를 다룰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음으로써 장애를 억압하는 또 하나의 기제로 기능했던 의학과 재활학, 특수교육과 사회복지라는 협소한 틀 내에서는 결코 정당하고 올바르게 다루어질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14289938881127.jpg

▲ (사진 왼쪽: 루이 알튀세르) “마르크스가 미래의 국가 형태를 생각했을 때 그는 ‘비국가’, 요컨대 자신의 소멸을 산출하는 전적으로 새로운 형태에 대해 말했다는 것을 상기합시다. 똑같은 것을 우리는 철학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가 탐구한 것은 ‘비철학’, 그 이론적 헤게모니 기능이 철학의 새로운 존재 형태들에 길을 열어 주기 위해서 소멸할 ‘비철학’입니다.”(루이 알튀세르, 『철학에 대하여』 중에서)

▲ (사진 오른쪽: 고병권) “나는 ‘철학’을 묻는 질문을 접할 때마다 그것을 ‘철학한다는 것’에 대한 물음으로 바꾸곤 한다. 내게 철학은 ‘앎의 대상’이라기보다 ‘행함의 지혜’이고, 결국 ‘행함으로 드러나는 지혜’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앎이지만 또한 행함이다.”(고병권, 『살아가겠다』, 「당신의 삶에서 당신의 철학을 본다」 중에서)




형식화된 텍스트로서의 철학은 거의 생산하지 않았지만 철학이라는 장(場)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철학의 무대인 세계를 변화시켰던, 그리하여 또한 새로운 철학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칼 맑스(Karl Marx)를 염두에 두면서, 프랑스의 맑스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Louis Althusser)는 ‘비(非)철학으로서의 철학’ 내지 ‘철학의 새로운 실천’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조금 상이한 맥락이기는 하지만 형식화된 철학 텍스트의 생산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비철학자로서의 철학자’ 고병권은 “나는 ‘철학’을 묻는 질문을 접할 때마다 그것을 ‘철학한다는 것’에 대한 물음으로 바꾸곤 한다. 내게 철학은 ‘앎의 대상’이라기보다 ‘행함의 지혜’이고, 결국 ‘행함으로 드러나는 지혜’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앎이지만 또한 행함이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장애학 역시 장애학이라는 장을 형성하기 위한 하나의 필요조건으로서 텍스트의 생산이 요구되지만, 앞서 얘기되었던 맥락에 비추어보자면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장애학 하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니 텍스트로서의 장애학은 그러한 장애학 하기의 일부분으로 자리매김 될 때만이 진정한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장애학 하기는 필연적으로 공동의 작업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다시 ‘장애학 함께 하기’라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함께 장애학을 읽고 성찰하는 것, 그러한 성찰을 말과 글을 통해 나누는 것, ‘장애인 되기’를 감행하는 것(즉 장애/비장애라는 분할을 가로지르고 넘어서는 새로운 관계 맺기와 이를 통한 스스로의 변태(變態)를 시도하는 것), 자신의 절실한 삶의 요구를 걸고 아스팔트 위에 서는 것, 그리고 그 곁에 함께 서는 것, 그리하여 장애라는 ‘현상’을 구조화시키는 세계의 배치를 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장애학의 탄생과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것!


결국 이번 연재를 통해 여러분과 나누게 될 장애학은 그러한 총체적인 것으로서의 장애학 함께 하기를 위한 또 하나의 과정이며, 그런 만큼 이 글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장애학을 만나게 되는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와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다음번에는 장애학이란 도대체 어떤 학문인지, 그 기본적인 성격과 특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1. No Image

    집중세미나 요약문 및 발제문 올립니다

    2009.03.17 21:58:16 맹희 http://commune-r.net/xe/index.php?document_srl=537 안뇽하세요~~~!!ㅋㅋ 요약문및 발제문입니다. 키키키이 게시물을 첨부 (1)역사 유물론과 근대철학.hwp [File Size:17.5KB/Download:72] 엮인글 : http...
    Date2015.07.10 By손오공 Reply2 Views841
    Read More
  2. No Image

    탈시설운동]자료에요(쫌많아요^^;)

    2009.03.16 20:04:49 탈시설운동]자료에요(쫌많아요^^;) 조회 수 3067 추천 수 0 2009.03.16 20:04:49 민구 http://commune-r.net/xe/index.php?document_srl=523 수유너머와 함께 탈시설워크샵(?)을 진행하기로 했는데요, 탈시설 관련해서 ...
    Date2015.07.10 By손오공 Reply0 Views598
    Read More
  3. No Image

    [발제문]포이어바흐 테제 관련 글을 읽고.

    2009.03.16 02:40:48 어깨꿈 http://commune-r.net/xe/index.php?document_srl=521 내컴이 이상해서 hwp파일로 올리려다 여러번 실패를 하였슴다. 다음에 꼭 성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컴 공부를(열공)해야겠슴다. 발제와 발췌를 잘 몰라 해메...
    Date2015.07.10 By손오공 Reply0 Views685
    Read More
  4. No Image

    집중세미나 요약문 및 발제문 올립니다

    2009.03.11 22:58:39 정민구 http://commune-r.net/xe/index.php?document_srl=515 수유너머 홈페이지에 처음 글남기는것 같네요 ^^;; 제가 천성이 게을러서 자주 와야지 하면서도 마음만 있었네요 잎으로 종종 들어 올께욤 쿄쿄 집중세미나 ...
    Date2015.07.10 By손오공 Reply0 Views544
    Read More
  5. No Image

    <노들 월례-인문학> 두 번째 강의 '수행이란 무엇인가'

    2009.03.11 16:09:19 김디온 http://commune-r.net/xe/index.php?document_srl=513 4월 3일 목요일 저녁 8시 반 / 노들야학 (시간과 장소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지난 시간, '자기 배려와 꼬뮨' 강의에서 이수영 선생님은 근대인들...
    Date2015.07.10 By손오공 Reply0 Views733
    Read More
  6. No Image

    노들과 수유+너머가 함께하는 집중세미나 일정

    2009.03.05 18:43:54 구우 http://commune-r.net/xe/index.php?document_srl=511 모두가 조금씩 걱정하면서도 굳은 각오로 시작하는 공부입니다. 노들과 함께 맑스를 읽을 때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촉발할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좋은 공부...
    Date2015.07.10 By손오공 Reply0 Views617
    Read More
  7. No Image

    현장 인문학 게시판입니다.

    수유+너머 http://commune-r.net/xe/index.php?document_srl=509 좋은 프로그램 꾸려 가세요. (^_^ )/ 2009.03.04 15:29:22 구우 2009.03.05 18:41:24 이쁜 게시판 감사합니다 ^^
    Date2015.07.10 By손오공 Reply0 Views665
    Read More
  8. 우생학의 대중화: 미국②

    [김발의 장애학 연구노트-9] 단종법의 시행 자본가들의 지원 속에 우생학기록보관소와 미국우생학회의 활동이 광범위한 대중적 영향력을 획득하면서 미국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우생학 법률이 시행되었습니다. 이러한 법률들로는 우선 우생학적...
    Date2015.06.17 ByYeon Reply0 Views1548 file
    Read More
  9. 우생학의 대중화: 미국 ①

    [김발의 장애학 연구노트-8] 거대 자본과 결합한 우생학 연구 미국은 우생학이 대중적인 차원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사회적 다윈주의가 확산되고 우생학이 발전하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 골턴과 피어슨이었다...
    Date2015.06.10 ByYeon Reply0 Views1578 file
    Read More
  10. 우생학의 등장 : 영국 ②

    [김발의 장애학 연구노트-7] 좌우를 막론한 우생학에 대한 지지 우생학의 창시자 골턴은 1907년에 열렬한 사회적 다윈주의자였던 수학자 칼 피어슨(Karl Pearson)과 함께 런던대학교(University of London)에 골턴국가우생학연구소(Galton Laboratory for Nati...
    Date2015.06.02 ByYeon Reply0 Views1981 file
    Read More
  11. 우생학의 등장 : 영국 ①

    [김발의 장애학 연구노트-6] 19세기 말 영국 시대정신 ‘다윈주의’ 19세기 말과 20세기로의 전환기는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영국에게 있어 상당한 혼란과 위기의 시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경제에서 영국이 자치했던 독점적인 지위는 1870년대부터 독일 ...
    Date2015.05.23 ByYeon Reply0 Views1393 file
    Read More
  12. 우생주의의 역사와 생명권력 시대의 장애

    [김발의 장애학 연구노트-5] 새로운 주제에 대한 소개 끝없이 줄지어 늘어선 사람들의 행렬… 이들 가운데 일부는 노동 가능자로, 나머지는(!?) 노약자로 분류될 것이다. 노동 가능자는 머리가 깎이고 팔에 등록 번호가 새겨진 뒤 강제 노역에 동원될 운명이며,...
    Date2015.05.23 ByYeon Reply0 Views1285 file
    Read More
  13. 장애학, Why & What? ④

    [김발의 장애학 연구노트-4] 실천지향적 해방적 학문으로서의 장애학 키워드 3 : 실천지향적 장애학이 실천지향적 성격을 지닌다는 것은 사실 크게 어려운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는 장애학과 장애인운동의 관계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을 것...
    Date2015.05.05 ByADMIN Reply0 Views1190 file
    Read More
  14. 장애학, Why & What? ③

    [김발의 장애학 연구노트-3] 장애학이란 어떤 학문인가 다들 아시다시피 장애학에 대한 영어 표기는 ‘Disability Studies’입니다. 우리말로 직역을 하자면 ‘장애 연구’로도 옮길 수 있겠지요. ‘Culture Studies’가 ‘문화 연구’로 옮겨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Date2015.04.26 ByADMIN Reply0 Views1180 file
    Read More
  15. 장애학, Why & What? ②

    [김발의 장애학 연구노트-2] ‘장애학 함께 하기’를 위하여 지난 번 글에서 언급했듯이 기존의 장애 관련 학문에서는 장애인의 삶이 배제되거나 왜곡되어 왔으며, 주류 공론장 및 담론에서도 장애인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가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의...
    Date2015.04.19 ByADMIN Reply0 Views684 file
    Read More
  16. 장애학, Why & What? ①

    [김발의 장애학 연구노트-1] 장애학은 왜 필요한가 기존의 장애 관련 학문에는 장애인의 삶이 담겨 있는가 이번 글에서는 우선 제가 어떤 계기를 통해 장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왜 장애학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는지를 개인적인 경험 두 가지를 통해 ...
    Date2015.04.19 ByADMIN Reply0 Views875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