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끔찍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낯선 공기 속에 조그마한 개똥참외를 발견했다. 개똥참외는 먼저 창문을 열기 시작했다. 개똥참외는 그레고르 잠자에게 홀애비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그레고르 잠자와 개똥참외는 웃었다. 개똥참외는 밥상을 차려왔다. 그러자 그레고르 잠자가 ‘술 한 잔 해야겠다.’ 고 했다. 그레고르 잠자는 소주를 마셨다. 개똥참외는 남은 밥을 마저 먹었다.
“너.. 많이 변했따” “네?”
“예전엔 ..... 이렇게... 막 아무거나 안 먹지 않았냐”
“넌 비위도 없냐. 하하하. 먹던 걸 이...이.. 이 렇게 막 먹고 그러냐.”
“여기 오징어가 있잖아요.”
“변했어. 이 자식. 흐흐흐 내가 남긴 밥을.. ㅎㅎㅎ”
개똥참외가 줄기들을 마구 뻗으며 바르르르 떨며 말했다.
“오늘은 카프카의 <변신>을 준비했어요.”
개똥참외는 카프카는 어떻게 살았던 사람인지 열라 열심히 설명했다.
“으하하하하하하 그래 이번엔 카프카를 읽어보자”
개똥참외는 그레고르 잠자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벽장 속 이었다. 컴컴하고 조용했다. 그레고르잠자는 너무 심심했다.
“여기 잠자가 역할에 그렇게 질려버렸다면 나는 너무 심심했다. 무엇을 해도 가족들은 나에게 무관심했지. 식충이 존재라고 해야하나. 하! 나쁜 것만 있었던 것은 아닌데.. 관심도 간섭도 없는 상황. 그리고 술을 먹고 와서는 때리기 시작했지. 나는 잠을 자고 싶은데 불러다가. 자기가 불만인 거 같은데 나한테 뭐가 불만이냐고. 잔다고 화를 내면 때리기 시작했지.”
“뭔가 형한테서 불만이 느꼈졌나보네요.”
“돈이 문제지.”
그레고르 잠자는 잠자의 가족 이야기를 했다.
“그..그러니까 학교를 보내야지. 우리 할머니는 (....) 사람은 공부하면서 살아야한다고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나를 학교에 안 보냈어. 아니 왜 공부할 수 있는 애를 공부를 안 시키냐고! 공부 못한 것이 아직도 한.. 한이야! 장애인 중에서도 집 잘사는 애들은 공부도 배우고 하지. 이건 장애의 문제만도 아니야.”
“TV를 보는데 웃긴 장면이 나오는거야. 한참을 웃었지. 그리고 나는 웃음이 안 그쳐서 더 웃게 되었어. 그게 내 장애야. 근데 그걸 가지고 누나가 ‘왜 저러느냐고’ 하더라. 그러다가 TV 채널을 바꿔버리는 거야. 내.. 내 가 화가 나서 바닥을 치고 그러니까 ‘병신새끼 꼴깝떤다’고 하더라고. 허! 나..나 도 고집이 있어서 화를 낸 거 이기는 하지만 한 몇 십 년 된 이야기인데 아직까지 생각이 나는 걸 보면 그때 그 말이 나한테 많이 남았던 거 같애.”
그레고르 잠자는 그레고르 잠자가 어째서 죽었는지 보았다.
“회사에서 자기만 부려먹을려고 하는 것이 힘들게 만든 거 같고, (...) 가족들은 어미새 기다리는 새 들처럼 목 길게 빼고 기다리는 것도 문제인 것 같고 (...) 여기저기 맘 못 붙이고 돌아다녀야하는 것도 문제인거 같고.”
“엄마가 늙어버렸다는 사실, 형이랑 사이가 심하게 안 좋다는 거, 누나는 누나대로 나에게 도움을 못 줄 거라는 것을 아는 거. 집에 나와서 사니까 좋긴 좋지. 가끔씩 생각날 땐 있지만”
2.
그레고르 잠자는 밥을 먹다가 종종 음식을 흘렸다. 개똥참외는 눈 하나 꿈쩍 안하고 휴지로 떨어진 음식을 주었다. 그레고르 잠자가 음식을 흘리는 것이 개똥참외에게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오히려 가끔씩 시베리안허스키에 가서 무엇을 먹을 때 잠자가 무엇을 흘릴 때 보이는 콩벌레들의 과도한 배려의 시선에 무지의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함께 살면서 생기는 교육이 있으니 벌레들 나름대로 참외들 나름대로 앎이 있음을 안다. 그러나 함께 살면서 생기는 교육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교육은 피로 면에서 상당히 다르다.
그레고르 잠자는 개똥참외에게 잠시 쉬자고 했다.
“요샌 뭐 공부하냐?”
“스피노자 공부해요.”
“스피노자! 하하 나도 스피노자 좋아해. 렌즈.. 그 렌즈.. 깎는 철학자 아니냐.”
“스피노자가 어느 때가 돼서 진리를 탐구하는 것을 자기 업으로 삼는데요. 그 진리라는 말 앞에 ‘명확한’ 이 아니라 ‘영원한’ 이라는 말이 붙는 것이 감동이예요. 시도들 속에서 앎을 쌓으면서 살겠다는 말처럼 들려요.”
“그러니까! 맞어. 경험이라는 것이 중요한데.. 요즘 애들은 경험이 중요한 줄 몰라. 뒷풀이가 없어. 뒷풀이가! 노는 게 중요한 줄 몰라요.”
“술 먹고 싶어서!”
“아니야. 이건 진짜 중요한 얘기야. 중요한 건 뒷풀이에서 나온다니까”
“얼마 전에 밀양에 다녀왔어요. 송전탑 설치 반대 농성중이신 할머니들과 밤까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말씀하나하나에 묻어난 지혜들이 귀에 쏙쏙 들렸어요. 농성 발언 대표를 누구로 할지, 농성장 지킴이 순서는 어떻게 할 지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이 분들의 규칙 정하는 것에는 ‘누가 누구라서’ 지위 같은 것이 없어요. 오히려 누구는 어떻기 때문에가 있죠. 누구는 이런 걸 잘하고 누구는 이래서 이거 하면 좋다. 농성당번도 무슨 서열이 아니예요. 저 집은 어떻게 지내는지, 식구가 몇 인지, 저 집은 부부가 같이 올라와서 금술 좋게 해라. 이런게 농성당번 기준이예요. 요새 누구 집 제사가 있었고 누가 어떤 걸 잘한다든지.. 오래 함께 지낸 분들이어서 그런지 서로서로를 잘 아시더라고요. 밀양에 송전탑을 세운다는 것은 이런 규칙과 지혜를 무시하고 버리겠다는 거예요. 누구네가 제사 준비하며 얇게 잘 여민 산적 나눠 먹으며 칭찬해가며 이야기 나누는 즐거움을 돈 주고 뭐 사먹는 걸로 대신하라고 말하는 거라고요.”
“인터넷에서 고려장 이야기 쳐봐. (...) 읽어봐. (...) 자식새끼가 자기 어머니 동굴에 안 버리고 데리고 왔더니 어머니가 먹고 살 기술 알려주잖아.”
“그렇네요. 함께 잘 먹고 사는 기술은 버리고 죽이는 행위를 그만 둘 때 찾아오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무슨 말 하는거냐! 넌 술도 안 먹잖아.”
“자주 술 먹으면 몸 무거워져요.”
3.
그레고르 잠자는 가족이라는 방에서 나온 이야기를 했다.
“백화점에 가서 옷을 보고 있거나 맛있는 거 먹는데 앞에 있었어. 무반응인 사람도 있고 쫌 거친 사람 같은 경우는 가라고 하지. 승질나면은 장애인은 좋은 거 먹으면 안 되느냐고해. 사람들이 가만히 보면서 ‘어디가 아프냐고? 우울하냐?’ 고 묻는 것도 피곤하지. 누구나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을때가 많지. 어떤 사람들은 나한테 계속 우울하지 않냐고 묻지. 이것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근데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물으면 좋을 것 같다. ㅎㅎㅎ ”
“이전에 여성활동보조인이 있었어. 처음엔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자기는 하나도 안 놀랄 수 있다는 듯이 말하는 거야. 그럼 안 돼. 놀라는 건 당연해. 당연한 건데. 그거를. 그때그때 맞추는 거지. 한 번은 내 방에 통닭 먹고 남은 게 있었는데 집에 와서는 내 방에는 들어도 안 오고 다른 방에만 한 참 앉아 있다가가더라고. 결국 자기는 안 되는 거 같다고 그러는거야. 놀라는 건 당연한건데 그거를”
그레고르 잠자가 사라지자 가족들은 기차여행을 갔다. 한우의 몸을 하게 된 여동생을 보고 가족들은 흐뭇한 미소를 띄웠다.
그레고르 잠자가 할아버지가 묻힌 겨자 자국을 한우들이 꾸짖기 시작하자 할아버지는 그레고르 잠자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레고르 잠자가 겨자는 니들이 다 쓰면서 여기서 왜 같이 풀 먹고 사는 걸 못살게하냐!고 울분을 토하자 한우들은 모두가 원하는 겨자를 위해서는 그레고르 잠자를 사라지게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레고르 잠자와 개똥참외는 말했다.
“이건 아니잖아. 아 진짜 이건 아니잖아! 아, 이건 진짜 아니잖아!!”
개똥참외는 이전에 버려진 물건들을 주워다가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드는 별탐정들 이야기를 했다. 그레고르잠자는 웃었다. 그리고 그레고르잠자는 우리 주변의 물건들을 모아보자고 했다. 그리고 우리 이야기에 그 사물들을 덧붙여 보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