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022 추천 수 1 댓글 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마로니에 대담

홍철이 이야기’

PCEgx3meQjf6JQ99Cp6dS2Bb1mdkoj3EqxAU9CPs


 

1p7uPyiEma0RTTruj3A0gtWBny2mQxdArWpqqiUW

 

ViQpz-WylrnLiGHKXkbi5pPUnW006tdhFtxIz6s4


 

67SEHmPfHtNmY1xqxFSLXb7W907zvud3WBYLJhzw

 

홍철이는 노들야학 학생이다. 지적 장애를 갖고 있고, 영등포 쪽방촌에 살았다.

노들야학, 지적장애, 영등포쪽방촌, 이 세 단어를 제외하고 홍철이의 삶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최근에 홍철이는 인생의 절반이나 살았던 영등포를 떠나 종로로 이사를 왔다.

이것은 정읍- 이천- 영등포- 종로로 이어지는 홍철이의 이사에 대한 기록이자 삶에 대한 이야기다.

 

 

진수: 홍철아 이야기를 할거야. 영등포는 어떻게 오게 됐니?

홍철: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았는데 두 분 다 돌아가시고 아빠한테 갔어.

       이천에 아빠가 있었는데, 아빠랑 살려고.

       이천에서 아빠랑 살다가 작은아버지가 배타고 게 잡는 일을 했는데, 거기서 일해보라고

       아빠가 말해서 게잡는 일을 했어. 그런데 힘들어서 못하겠더라고. 몇 달 일하고 다시 이천으로 갔어. 이천에서 공장일을 했어.

진수: 그게 몇 살 때였는데?

홍철: 애기 때. 애들 만 했을 때.

진수: 너 중학교까지 다녔으니까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생 나이쯤이겠네. 20살도 안 됐겠네

       맞어?

홍철: 응 고등학생 때.

진수: 그럼 이천에서 공장 일을 하다가 어떻게 영등포로 오게 된거야?

홍철: 공장 일을 하다가, 아빠한테 말했어. 서울로 나가서 살겠다고.

진수: 아빠랑 사이가 안 좋았나?

홍철: 응 맨날 싸웠어. 그래서 아빠한테 나가서 살겠다고 말했더니 나가라고 하더라고.

진수: 아빠랑 지금도 연락해?

홍철: 응 지금도 하는데 전화가 끊겨 있네. 난 대학도 가고 싶었는데, 아빠가 돈이 없다고 그러더라고.

       내 친구들은 다 대학 갔는데.

진수: 그렇구나. 그럼 영등포로 그때 온거야?

홍철: 응 영등포에 있는 여관에서 살았어.

진수: 여관? 여관비는 어떻게 냈어?

홍철: 막노동을 해서 여관비 내고 살았어.

진수: 막노동을 했구나. 그럼 쪽방촌엔 어떻게 들어간 거야?

홍철: 영등포 역전에서 돌아다니는데 어떤 아저씨가 광야교회를 가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갔지.

       가서 목사님이랑 얘기하고 목사님이 수급자 신청해주고 쪽방 알아봐 주더라고.

진수: 고마운 분이네. 이사할 때 목사님께 인사는 하고 왔냐?

홍철: 없더라고. 요새 목사님이 바빠. 몸도 안 좋고.

진수: 그렇구나 그럼 그때부터 계속 영등포에서 산 거네. 십 년이 넘은 거네. 영등포에서 산지.

       영등포에서 오래 살았네. 야학은 어떻게 오게 된 거야?

홍철: 송집사님에게 내가 부탁을 했어. 놀 수는 없으니까. 노숙자들 에게 배식하는 일이랑 학교 다니고 싶다고.

       목사님이 노들야학 알아봐 줘서 왔어

       처음 왔을 때 한명희 샘이랑 상담했는데, 그때부터 명희샘이 내가 학교 열심히 다니니까 좋아하더라고

진수: 그래. 야학에 온지도 십 년 가까이 됐네. 오래 됐다. 홍철아. 야학에 오기 전이랑 오고 나서

       사는 건 어떠니 뭐가 달라졌어? 좋아진 게 있어?

홍철: 공부 가르쳐 주는 게 좋았지. 여기서 공부하다가 대학가야지 친구들 다 대학 갔잖아.

진수: 영등포에서 사는 건 어땠어? 쪽방에서 사는 건 불편하진 않았어? 

       예전에 명희샘이랑 성호샘이랑 너네 집 놀러 갔을 때

       겨울인데 창문도 뚫려 있고 했잖아. 힘든 건 없었어?

홍철: 응. 괜찮았어. 이불이 없으면 조금 춥고.

진수: 영등포 사람들은 보고 싶은 사람들 없어? 거기서 오래 살았잖아.

홍철: 없어. 보고 싶은 사람.

진수: 너 이사 갈 때. 쪽방촌에 같이 사는 어머니가 너한테 그랬잖아. 다시 쪽방촌으로 오지 말라고.

홍철: 안 와~ 안가~

진수: 쪽방촌으로 안 갈 자신 있어?

홍철: 응 자신 있어.

진수: 이사오니까 이 동네는 어떤 것 같아? 혜화 이 동네 뭐가 좋아? 영등포에 비해서 뭐가 좋아?

홍철: 친구 없는 게 좋아. 영등포에 있으면 친구 사귀고 술 먹고 싸움 붙고 그러는데, 그런 게 없어서 좋아.

       거기는 싸우는 게 일이야. 이제 그런 일이 없어서 좋아. 그런 거 신경 안써서 좋아.

진수: 신경 안 써서 좋다고? 넌 말을 반대로 하더라. 너 그러면서 추울 때 노숙인에게 오리털잠바는 왜 벗어 준거야?

홍철: 노숙인들은 돈이 없잖아. 장애인도 아니고(돈을 못 받는 수급자가 아니라는 말) 불쌍해서 줬어, 왜냐면 바닥이 차갑잖아.

       박스를 깔아도 차가워.겨울 되면 영등포 역전 위에서 노숙인들이 백명 넘게 자는데,

       젊은 사람들은 막노동일도 뛰고 하는데 나이 먹은 사람들은 돈도 없고 하니까. 그런 사람들이 많아

진수: 그렇구나. 밥은 안 사줬어?

홍철: 응 밥은 안 사주고 빵 사줬어. 빵이랑 우유랑.

진수: 밥은 안 사주고 빵이랑 우유를 사줬구나.ㅎㅎ 사주면 그 분이 뭐라 그래?

홍철: 고맙다 그러지

진수: 그럼 넌 어떤 마음이 드는데?

홍철: 모르겠어.

진수: 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니?

홍철: 일자리 알아보고 싶은데 잘 안 되니까. 왜 그러냐면 일 하게 되면 수급자 끊기니까.

진수: 수급 자 끊기는 게 두려워서 일을 못하는 구나.

홍철: 응 그래도 찾아 볼 거야.

진수: 앗! 은행 떨어진다. 홍철아 이야기 그만하자. 집에 또 놀러갈게

홍철: 응 알았어여

 

 

UvoDs5QkKhbpzIHNy9LIijm6TefokNZNRoW27_vb

겨울을 나는데 필요한 건 오리털잠바가 아니다.

내 삶은 내가 결정해 살겠다는 고집, 자유 같은 것들이다.

내 삶이 누군가에 의해, 혹은 어느 것에 의해 강요되고 통제 될 때, 아무리 좋은 오리털 잠바가 있어도 그 겨울은 춥기 마련이다.

홍철이가 지난 겨울 영등포 쪽방 촌에 살 때, 추위에 떠는 노숙인에게 준 오리털 잠바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홍철이의 삶은 그 공간이 어떻든 자기 의지로 이어져 있고 그 의지와 결정에 누군가 함께 할 때 달라져 왔다.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와 그 의지에 함께 하는 힘은 그래서 위대하다.

          

홍철이의 삶을 응원한다.




 

 

TAG •
?
  • ?
    진수 2017.09.30 16:35
    삐빅!!!
  • ?
    김지윤 2017.09.30 17:14
    홍철의 삶을 응원합니다, 집들이는 안하나염?
  • ?
    진수 2017.09.30 17:24
    10월 20일 경에 할 것 같아요
    연락드릴게요!!ㅎ
  • ?
    뉴미 2017.09.30 17:43
    나도 응원합니다! 삐빅!
  • ?
    조스타 2017.09.30 17:44
    우와. 멋있네요. 홍철이형도, 진수형도.
  • ?
    임닥 2017.09.30 17:51
    홍철이형 음성지원되네여 삐빅 죻다
  • ?
    현아 2017.10.01 12:47
    삐빅!!
  • ?
    박준호 2017.10.01 22:29
    잘읽었습니다. 홍철의 삶을 응원해요.
  • ?
    창조 2017.10.04 11:10
    멋지다! 삐빅
  • ?
    컴왕비 2017.10.14 14:04
    홍철학생~~멋져요♥
    꼭 노력해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길 바래요
    어려운 분들에게 본인의 잠바를 벗어준 홍철
    학생의 마음은 이세상 그 누구보다도 가장
    따스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
    사복실습쌤으로서 홍철학생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 profile
    조롱박 2017.10.14 17:50
    사진이 아주 멋있습니다! 글도 홍철형도 멋져요!!
  • ?
    혜민 2017.10.15 21:12
    우와, 이런 글 너무 좋아요! 매달 한 명씩 하는 건가요? 모든 야학 학생분들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어디에서들 사는지도 궁금하네요. 넘 머싯땅 삐빅
  • profile
    가비&가비 2018.01.02 14:30

    삐빅!!! ㅎㅎ 1월 2일에 인사하기!!! 새해에는 홍철 진수 그리고 우리 모두 커다란 근심 말고 작고 사소한 근심만이 함께하길 응원, 기원합니다:)


  1. 녿애드 1탄 - 반올림의 '반도체 노동자' 티셔츠

    시작하는 코너이다 보니 소개를 약간 해보려고 한다. 코너 제목을 녿애드라고 정했다. NOD AD ... 노들에서 만드는 광고라는 뜻이고, 광고이면서 일반적인 상품 광고는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노애드로 할까 하다가 악성코드 소탕 프로그램 이름 같아서 녿이라고 했는데... 이상하다고 하면 다음 번에 새로운 이름을 지어...
    Date2018.02.20 By뉴미 Reply9 Views1594
    Read More
  2. 안에선 들을 수 없는 말

        안에선 들을 수 없는 말     내가 경험해 본 격리생활은 2년간의 군 생활이다. 군에 들어가 네 달이 지났을 무렵 나는 전방으로 가게 됐다. 해안바닷가 산꼭대기 낙후된 초소. 맘 놓고 쓸 수 있는 전화기도 없었다. 3개월 정도 가족, 친구들과 연락을 못하니 내 몸뚱이가 온전히 이곳에 내맡겨진 기분이 들었다. 생활에 ...
    Date2018.02.03 By박카스 Reply6 Views402
    Read More
  3. 조선동님의 탈시설지원 후기. 조선동님을 만나다.

      출발 전 커피타임     선동이형과의 대화1   선동이형과의 대화2   여기서 여기까지 전부다.   과자부자 조선동님 또봐요 선동이형   2016년 10월 가평 꽃동네에서 선동이형을 처음 만났다. 꽃동네에서의 만남 이전에 나는 사진으로만 그를 몇 번 보았었다. 사진에서 보았던 선동이형은 휠체어를 타지 않고 서 계셨고 웃...
    Date2017.12.10 By박준호 Reply7 Views625
    Read More
  4. 우여곡절, 노들 피플퍼스트 People First!

        우여곡절, 노들 피플퍼스트 People First!   노들에 발달장애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명 “낮수업”이 생긴지 3년차이다. 정식명칭은 ‘천천히 즐겁게 함께’이고, 대략 오후 1시 반부터 가장 큰 교실이 북적대며 시작했다가, 4시 즈음이면 또 나름의 수선함으로 마무리가 되는 수업이다. 발달장애인 학생들에게 맞춘 ...
    Date2017.11.01 By임닥 Reply6 Views582
    Read More
  5. 마로니에 대담 '홍철이 이야기'

    마로니에 대담 ‘홍철이 이야기’         홍철이는 노들야학 학생이다. 지적 장애를 갖고 있고, 영등포 쪽방촌에 살았다. 노들야학, 지적장애, 영등포쪽방촌, 이 세 단어를 제외하고 홍철이의 삶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최근에 홍철이는 인생의 절반이나 살았던 영등포를 떠나 종로로 이사를 왔다. 이것은 정읍- 이천- 영등포...
    Date2017.09.30 By진수 Reply13 Views1022
    Read More
  6. 뜨거웠던 급식항쟁, 함깨해주어 고마워요

    뜨거웠던 급식항쟁, 함께해주어 고마워요. 2017. 06. 10 노란들판 급식항쟁 먹고 사는 일이 기본적 권리로 갖춰지는 세상을 위해 노들과 앞으로도 함께해요 제작 : 민ㅇㅇ 선생님
    Date2017.07.17 By뉴미 Reply5 Views244
    Read More
  7. 노봇이 알려주는 노들야학 이야기 -노들주점편-

    노봇이 알려주는 노들야학 _ 촬촬칵jpg "야학급식통장은 텅텅 빈 텅장, 텅장이 아니라 통장이 되고싶다" 후원계좌_ 신한 100-025-323501 노들장애인야학 2014년 노들야학은 어떻게든 함께-먹어보자는 마음으로 급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중증장애인 학생들과 교사, 활동보조인이 모여 함께 밥을 먹는 일상을 꾸리는 것은...
    Date2017.06.06 Bynarime Reply3 Views75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