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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생활 10년 꽃님 씨, 자립생활 꽃씨 뿌릴 '꽃님 기금' 만들다

by Yeon posted Aug 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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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월 20만 원 모아 2000만 원 기부
"나 같은 사람 한명이라도 더 데려와 달라"

 

2006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나온 꽃님 씨에게 올해는 유달리 특별하다. 시설에서 나와 자립해 살게 된 지 10년째. 그리고 자신을 이어 탈시설에 도전할 이들을 위한 '자립생활 기금'을 스스로 만들어낸 해다.

꽃님 씨는 지난 10년간 생활비를 쪼개 모아 온 2000만 원을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아래 발바닥행동), 노들장애인야학에 선뜻 내놓았다. 이 돈은 18일 발족한 ‘탈시설 자립생활 꽃님 기금’(아래 꽃님 기금)의 꽃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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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열린 꽃님 기금 발족식에서 꽃님 씨(오른쪽)가 발바닥행동, 노들장애인야학에 2000만 원의 기금을 전달하는 모습.

 

시설에서 나와 악착같이 버틴 꽃님의 자립생활 10주년

꽃님 씨는 태어나서 38년간 집에서만 살았고, 2002년 10월부터 약 4년간은 전남 영광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았다. 그녀는 2006년 8월 20일 발바닥행동 활동가와 함께 시설에서 나와 서울 종로구 체험홈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그녀는 몸 하나 움직이기 어려운 중증 뇌병변장애인이었지만, 당시에는 활동지원제도도 마련되지 않았던 때였다. 그녀와 같은 중증장애인이 살 수 있는 독립적인 주거도 전혀 없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비 등 국가의 지원금도 삶을 유지하기에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도 꽃님 씨는 다시 시설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버텼다. 기초생활보장 수급비 약 40만 원을 아끼고 아꼈다. 사고 싶은 옷, 먹고 싶은 음식을 참았고, 매일 한 끼는 밥과 김치찌개, 한 끼는 빵으로 해결했다. 그녀의 활동보조는 야학 교사들이, 발바닥행동 활동가들이 돌아가면서 맡았다.

10년을 버틴 지금 그녀의 곁에는 부족하나마 활동보조인이 생겼다. 그녀는 서울 강서구에 꽃을 기를 수 있는 자신만의 임대아파트를 마련했다. 그 집에서 가끔 동료들을 초대해 식사를 하곤 한다. 꽃님 씨는 집에서, 시설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했을 때 줄곧 힘들고 외로웠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외롭지 않다. 행복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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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님 씨(왼쪽)가 발족식에서 소감을 말하는 모습.

 

10년 간 모은 돈 2000만 원, 탈시설 자립생활 씨앗이 되다

이에 보답하고자 꽃님 씨는 지난 10여 년간 매달 20만 원씩 돈을 모았다. '자린고비'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방구석에 차곡차곡 모은 쌈짓돈이 어느새 2000만 원이 됐고, 그녀는 이 돈을 발바닥행동, 노들장애인야학에 기부했다. 꽃님 씨는 활동가들에게 “(시설에) 가서 다른 장애인도 데리고 나와, 가는데 차비 써. 나 같은 사람들 한명이라도 더 데리고 나오라고 주는 거야.”라고 당부했다.

발바닥행동 등은 꽃님 씨가 마련한 2000만 원으로 탈시설 자립생활 기금을 만들기로 했고, 그녀의 별칭을 기금 명칭으로 삼았다. 18일 출범한 꽃님 기금은 탈시설에 힘쓰는 장애인단체 활동가와 자립생활을 시작한 장애인을 지원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이날 종로구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열린 기금 출범식에서 전현일 국제발달장애우협회 회장,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여러 개인과 단체도 기금을 보탰다.

기금 출범과 함께 꽃님 기금 위원회도 발족했다. 위원회는 기금을 보다 확대하고, 모인 기금을 투명하게 집행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현재 위원회에 참여할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모집 중이다.

꽃님 기금 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경석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은 “관계와 만남을 원하는 시설 거주 장애인들을 찾아다니고,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기금으로 잘 쓰도록 하겠다. 꽃님 기금 운영에 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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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님 기금 발족식 참가자들이 축하의 의미로 박수를 치고 있다.

 

출처:비마이너 갈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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