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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예술대학 & 도쿄 예술대학 대학미술관

by 어깨꿈 posted Oct 3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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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예술대학 & 도쿄 예술대학 대학미술관

일본적인 가치를 가르치다

Tokyo University Of The Arts & The University Art Museum , 東京藝術大学

 

 

도쿄 예술대학 미술학부 정문이자 대학미술관 입구.

도쿄 예술대학 미술학부 정문이자 대학미술관 입구.
출처 : 도쿄 미술관 산책
주소      東京都 台東区 上野公園 12-8
교통      JR 야마노테 선 우에노(上野) 역, 도쿄 메트로 지요다 선 네즈(根津) 역
오픈      오전 10시~오후 5시(미술관)
휴관      월요일 -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개관 후 다음 날 휴관, 입학시험 기간, 연말연시, 전시 교체 기간(미술관)
입장료   전시마다 다름(미술관)
홈페이지  www.geidai.ac.jp(대학) www.geidai.ac.jp/museum(미술관)
정보기준일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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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과거에는 게이세이 본선의 우에노 동물원 역이었으나, 레일이 노후해 신형 열차를 세울 수 없고 JR이 점점 승객을 끌어가게 되자 폐쇄되어 근대 건물 유적으로 남아 있다. 지금은 오카치마치 시장 근처에 있는 게이세이 본선의 게이세이우에노 역으로 대체되었다.

 

다른 나라에 와서 대학교를 구경하는 일은 재미있다. 대학생이라면 자신의 모습과 비교해 볼 수 있고, 학교를 떠난 지 오래된 사람이라면 젊은 시절을 다시 떠올릴 기회가 된다. 꼭 그런 생각이 들지 않더라도 어쨌든 젊다는 것은 아름답기에 젊은이들이 넘쳐 나는 학교를 배회하는 일은 즐겁다. 대학이라는게 대부분은 관광지와는 좀 떨어져 있지만, 도쿄 예술대학(東京藝術大学)은 우에노 온시 공원의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관광객에게는 고마운 위치다.

 

일본의 근대 미술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개입해 시작되었다. 1873년 빈 만국박람회의 참가를 계기로 하여 근대 국가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요소로서 예술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쓰이는 '미술(美術)'이라는 단어도 실은 서양의 'fine art'라는 개념이 없었던 일본에서 박람회 참가를 계기로 하여 독일어 '쿤스트게베르베(Kunstgewerbe)'를 번역하여 만든 것이다. 이 단어는 처음에는 서양의 fine art와 같은 뜻으로 쓰였으나 차츰 회화, 조각 등의 분야에 한정해 쓰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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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 대학 미술학교.

일본 정부가 만든 첫 번째 미술학교는 고부 대학 미술학교(1876~1882)다 이는 토목, 건축, 광산 등의 서양 기술을 이식받고 식산흥업(殖産興業)을 담당하던 관청인 고부쇼(工部省)의 고가쿠료(工学寮)에 만들어진 대학의 부속 기관이었다. 주도한 관청의 성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 최초의 미술학교는 기술을 학습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메이지 초기에 정부에서는 외국 문물을 배우기 위하여 여러 분야에서 외국인을 고용했는데, 이때 일본으로 온 미술가들이 미술학교의 교사가 되었다. 자연히 미술 교육은 서양의 미술을 철저하게 학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학교는 십 년을 채우지 못하고 없어졌다. 메이지 유신 후 십여 년에 걸쳐 서양을 학습하는 데 바빴던 사회 분위기가 정치적 변화와 함께 빠르게 국수적으로 변했고, 그에 따라 고부쇼가 축소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국가에서 만든 두 번째 미술학교인 도쿄 미술학교는 첫 미술학교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적인 것에 높은 가치를 두었고 산업에서 분리된 순수한 미술 교육에 집중했다. 이 학교를 만든 두 사람이 어니스트 페놀로사(Ernest Fenollosa, 1853~1908)와 오카쿠라 덴신(岡倉天心, 1862~1913)이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페놀로사는 1878년에 메이지 정부가 서양 문물을 도입하기 위해 고용한 외국인으로, 일본에 와서 도쿄 대학에서 정치와 철학을 가르쳤다. 그는 미술을 전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본에 온 뒤로 일본 미술에 관심을 갖고 개인적인 연구를 계속하다가 1880년부터는 몬부쇼의 의뢰로 오카쿠라 덴신 등과 함께 사찰의 문화재를 조사하는 일을 맡게 된다. '국보(national treasure)'라는 개념도 그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1890년 귀국하기 전에 2만여 점의 일본 미술품을 수집했고 귀국 후에는 자신이 일본에서 수집했던 미술품을 매각한 보스턴 미술관의 동양부장으로 재직하며 일본 미술을 소개하는 일을 맡았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것은 서구화의 과정에서 부정되거나 저평가되던 일본적인 미술이었다. 그는 아들의 이름을 일본의 관립화파인 가노 파의 이름을 따 '가노(狩野)'라고 지었고, 사후에 일본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길 정도로 일본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일본의 국보급 문화재를 헐값에 사서 해외로 유출했다는 비난과 일본 미술을 해외에 소개했다는 호평으로 엇갈린다. 하지만 지금 해외에서 일본 미술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데 그가 공헌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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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예술대학 구내에 있는 오카쿠라 덴신의 상.

다른 한 사람, 일본 미술사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오카쿠라 덴신은 무역상의 아들로 요코하마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곱 살 때부터 영어 교육을 받았다. 도쿄 대학을 졸업하고 몬부쇼 관료가 된 그는 능통한 영어 실력으로 페놀로사의 통역을 맡게 되었다. 이후 페놀로사와 함께 일본 문화재를 조사하고, 미술학교를 만들기 위해 유럽과 미국의 미술학교를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서구 열강을 따르기 위해서는 그들의 기술을 받아들이면서도 일본적인 미의식을 지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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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예술대학 안에 위치한 구로다 세이키의 기념관.
작가 생전에 집이 국가에 기탁되어 현재는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다. 국제어린이도서관의 바로 옆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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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세이키, 〈기도〉, 1889, 캔버스에 유채, 74x53㎝.
구로다 세이키가 파리 유학 시절에 그린 작품이다.

 

1887년 개교한 도쿄 미술학교(1949년에 도쿄 음악학교와 합병된 뒤 도쿄 예술대학으로 성장했다)의 요강에는 일본 고유 미술의 보존을 목표로 하는 학교의 방향이 뚜렷하게 보인다. 덴신은 1890년부터 도쿄 미술학교의 제2대 교장 직을 맡았다. 이 시기에 도쿄 미술학교의 교육은 일본 미술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1896년 서양화부가 개설되고 구로다 세이키(黒田清輝) 등 유학파를 중심으로 한 교수진이 들어오면서 일본 미술을 중심으로 한 학교의 방침에 반발한 세력들이 생겨나 1898년 덴신은 자리에서 물러난다. 덴신은 학교에서 떠난 뒤에 보스턴 미술관 동양부장을 맡았고, 『동양의 이상(The Ideals of East)』, 『일본의 각성(The Awakening of Japan)』, 『차의 책(The book of Tea)』 등 일본 문화에 대한 책을 영문으로 써내서 일본 문화를 서구에 발신하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서양에서 시작된, 일본에 대한 이국주의적 관심을 지속시키는 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책 중에서도 『차의 책』은 일본 문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필독서로 지금까지 연구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문장들은 한 줄 한 줄이 시와 같이 아름답다.

 

격변기를 살아간 엘리트 관료였던 덴신은 미술 외에도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미술을 선택했고 정치적으로는 실패했다. 하지만 백 년이 지난 지금도 덴신이 만든 학교의 학생들이 제작한 작품에서는 그가 추구했던 일본 정신이 느껴진다. 도쿄 예술대학에서는 기모노를 입은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일본화과의 학생들이다. 도쿄 예술대학의 분위기는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보수성을 기반으로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와 같은 국제적인 미술가들이 배출되었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일본의 팝 문화가 만들어 낸 애니메이션 피규어를 확대한 조각으로 유명해진 예술가다. 하지만 그는 저서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작품이 전통적인 평면 장식이나 재미를 중시했던 일본 고유의 미감에 기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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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노 호가이(狩野芳崖), 〈비애관음(悲母観音)〉, 1888, 비단에 채색, 195.8×86.1㎝, 도쿄, 도쿄 예술대학 대학미술관.
서양의 피에타를 일본적으로 해석한 그림으로 ‘서양 미술의 스타일에 일본인의 혼을 담는다'는 화혼양재 사상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개국 후에 일본 미술은 국가 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변화했다. 처음에는 서구가 생각하는 일본 이미지에 맞는 공예품을 수출했고, 다음에는 서구의 'fine art'라는 개념을 받아들여 그 기술을 흉내냈으며, 다음으로는 화혼양재(和魂洋才), 즉 서양의 기술에 일본의 정신을 담은 국수적인 면모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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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예대 아트 플라자(藝大ア-トプラザ)로 향하는 십여 미터의 골목길은 백 년에 걸쳐 지은 건물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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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 아트 플라자.
도쿄 예술대학의 교직원 작품이나 학교의 출판물, 오리지널 상품을 파는 곳으로 도서관 1층의 건물을 개조하여 만들었다. 볕이 잘 드는 쾌적한 공간에 위치해 있어 로댕의 〈청동 시대〉를 보면서 우에노 관광에서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다.

최초의 관립 미술학교를 만들었던 고부쇼의 장관은 우리나라의 초대 통감으로 안중근 의사에게 암살당한 이토 히로부미였다. 그는 독일의 법 체계를 일본에 가져오면서, 유럽 예술의 기술을 배운다면 서구 유럽의 예술 풍토나 문화적 발전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오카쿠라 덴신은 예술대학이라는 서양적인 제도 속에 동양 정신을 담으려 했다. 근대 국가 초기에 이런 개인의 꿈들은 정치적인 격변 속에서 모두 완성되지 못했다. 대신 문화 지역 우에노는 남았다. 우에노 지역의 모든 미술관과 박물관의 길들은 걸리는 시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걷기 좋고 서로 잘 연결되어 있다. 도보로 이어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문화시설들을 생각하면 부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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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 아트 플라자의 상품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자판기에서 뽑은 장난감인 가차가차(ガチャガチャ)였다. 플라스틱 볼 안에는 도쿄 예술대학 재학생이 제작한 석고상의 축소 모형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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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 년의 관록이 느껴지는 도쿄 예술대학 미술학부 정문.
미술학부 입구는 미술관 입구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땅의 기가 세기 때문에 절을 지어 다스려야 한다는 도쿄 북동부 지역의 우에노. 자신의 기예로 살아 남겠다는 공원의 공연자들이나, 예술 세계에 출사표를 던진 예술대학 학생들은 나쁜 기운으로부터 에도를 지키던 간에이 사처럼 도쿄를 지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술을 근대 국가의 성립과 연결시켰던 관료들의 노력에 힘입어 오늘도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들 중 다수가 우에노를 찾는다. 예술과 문화로는 빵을 만들 수 없던 근대의 강을 건너, 지금 문화는 빵을 만들고 있다. 그들이 예지력을 가졌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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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대학미술관의 학생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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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예술대학 대학미술관의 안쪽 입구.

도쿄 예술대학 안에는 미술관이 있는데, 정식 명칭은 '도쿄 예술대학 대학미술관'이다. 대학이 설립되기 전인 메이지 시대(1887)부터 수집 활동을 시작해서 현재는 소장품이 2만8천여 점에 이르고 있다. 이곳에서는 소장 중인 예술 작품을 교육과 연구를 위한 자료라고 생각하고 '예술자료'라고 부르고 있어, 대학미술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내세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미술관이 가진 자산은 도쿄 미술학교 설립 당시부터 모아 놓은 졸업생들의 작품이다. 도쿄 미술학교 졸업생들이 그동안 일본 근현대 미술사를 이끌어 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컬렉션이야말로 소중한 '예술 자료'임이 분명하다.

 

내부로 들어가면 나선형 계단이 인상적이며, 미술관 뒤에는 가격이 저렴한 카페테리아가 있어서 대학 특유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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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동창회관으로 쓰이는 음악학부의 옛 교사.
미술관이 리모델링되면서 같이 모습을 바꾼 미술학부 건물과 달리, 음악학부의 건물들은 옛 모습 그대로다. 최소한만 수리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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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예술대학의 음악학부 게시판. 연주회의 스케줄이 적혀 있다.

현재 도쿄 예술대학은 미술학부·미술연구과와 음악학부·음악연구과, 영상연구과로 나뉜다. 음악학부는 미술학부에서 좁은 길 하나를 건너면 있다. 가깝게 붙어 있지만 정문에서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가장 다른 것은 여학생들의 옷차림이다. 미술학부 여학생들의 옷을 자유분방한 재즈 음악에 비유한다면, 음악학부 여학생들의 옷은 정통 클래식 음악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동행하던 조각과 조교가 말을 건넸다. "여학생들 분위기가 정말 다르지요? 옛 여자친구가 음악학부 학생이었어요." 청춘의 쓸쓸함이 묻어 있는 과거도 아름다운 추억거리로 느껴질 정도로 5월의 도쿄 예술대학은 아름다운 장소다.

 

미술관이 있어 항상 개방되어 있는 미술학부 교정과 다르게 음악학부 교정은 특별한 목적 없이는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한다. 하지만 음악에든 아니면 '그녀'들에게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음악학부에서 개최하는 음악 행사에 예약하면 들어갈 수 있다. 공연에 따라 다르지만 음악학부에서 개최하는 음악 행사는 대체로 일반 공연보다 저렴하다. 음악 행사는 우에노 온시 공원 안의 옛 도쿄 음악학교 음악당 건물인 소가쿠도(奏楽堂)에서도 열리는데 이곳은 정해진 요일에만 개방한다.

 

도쿄 미술관 산책 오전에 떠나서 오후에 즐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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