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9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3.01.02 16:02:46


고추장



뒤늦은 후기 올립니다. 현장인문학에 정말 오랫만에 복귀한 데다가 이번 장애학 세미나에 처음 참가했는데요. 역시 그 티가 확 나내요. 후기를 써야 한다는 걸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지 뭡니까. 사실은 세미나 중에도 느꼈어요. 제가 사용하는 용어, 말하는 속도 등등… 이 세미나에 임하는 것 자체가 제게 뭔가 준비 내지 변화를 요구한다는 걸요. 이제 차분히 바꾸어가도록 해볼게요.

지난 세미나는 ‘정신장애’ 문제를 다룬, 야마다 토미아키의 글을 읽었는데요. 사실 정신장애 문제를 자세히 다루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텍스트 자체도 ‘시설’로 상징되는 ‘격리’와 ‘배제’의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었고, 무엇보다 세미나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정신장애 관련된 법이나 시설, 그리고 그 양상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래, 이미 뉴미샘이 자료를 잔뜩 올려주셨네요. 고맙습니다._

제 개인적으로 눈이 갔던 부분은 1995년 일본의 일부 농인 그룹에서 제기한 ‘농문화 선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선언은 농인의 수화를 음성언어와 비교해서 손색없는 ‘완전한’ 언어라는 점을 지적하며, ‘농인’ 집단이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소수자, 마치 하나의 소수 민족인 것으로 기술했기 때문입니다. 제게 ‘농문화 선언’은 소수민족의 탈식민선언처럼 보였습니다. 식민주의 내지 인종주의 문제와 장애 문제를 함께 연관지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예전에 누군가로부터 1980년까지 한국에서는 ‘혼혈’도 장애 범주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인종주의와 장애인차별은 어떤 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개인적 연구과제로 두려고 합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 문제도 제기되었는데요. 우리가 읽은 텍스트의 저자는 일본의 ‘정신병자감호법’이 정신장애 문제를 처음부터 치안의 문제로, 즉 정신장애자를 단속대상으로 본 것을 지적하며, 정신장애가 격리와 배제의 대상이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논의가 우리 나라의 ‘정신보건법’ 문제로 옮겨졌는데요. 자세한 논의를 하기는 어려웠고, 다만 장애인복지법에서 정신장애인이 제외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장애인복지법에는 정신보건법의 대상자와 국가유공자에 관한 지원법률 대상자에 대해 적용에 제한을 둔다고 되어 있다고 합니다. 국가유공자에 관한 지원은 다른 법률에 기초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데, 정신장애인의 경우에는 왜 그런 문제가 생기는지에 대해 논의가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우리의 ‘권리’ 관념이 ‘정신’과 관련된 주체성 인정과 매우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 정신장애인의 경우에는 의사와 같은 전문가, 그리고 가족과 같은 보호자가 권한을 대신 행사하는 데, 권리의 타자, 법의 타자로서 정신장애 문제를 따져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어빙 고프만의 ‘전제적 시설(total institution)’도 여러분들이 공감하는 내용이었지요. 시설에 입소한다는 것은 일단 모든 관계로부터 배제되고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는 ‘무력화의 과정’을 겪게 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에게 박탈한 것을 스탭들이 ‘특권’으로서 조금씩 분배하지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피수용자에 대한 전면적 지배의 장치들이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이견도 있었습니다. 실제 시설에서 개인들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박탈당하는 것도 아니고, 또 그 안에 나름의 저항과 정치가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고프만이 말하고자 했던 것(저는 한나 아렌트가 ‘전체주의’에 대해 말하는 논리와 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만)은 현실이 그렇다는 면도 있지만, 거기서 하나의 이념형을 구축한 것일 겁니다. 그런데 제가 전제적 시설에 대한 반론에서(제가 성험을 기억 못해요^^) 흥미롭다고 말한 것은, 사람들은 그런 전제적 시설에서조차 그렇게 완전히 발가벗지는 않는다는 것, 다시 말해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저항의 시발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는 시설도 알고보면 괜찮다는 말과는 거리가 멉니다. 시설에 대한 저항이 지금은 바깥에서 개입하는 것으로만 이루어지는데(이 경우 해방적 주체성이 형성되지 않고 또다른 대상화의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과 바깥에 연계될 수 있는 뭔가 단초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베델의 집>의 사례를 통해 망상의 표현, 더 나아가 정신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자조그룹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나왔습니다만, 그렇게 심도 있게 논의가 진행되지는 못했지요.
저 개인적으로는 정신병원전폐법을 통과 시켰던 이탈리아의 사례, 특히 저자가 그것의 한계로 지적한 부분을 조금 더 깊이 논의해보았다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신병원 해체를 위한 사회적 환경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의 문제가 시사하는 대목이 많다고 생각해서요.

어떻든 조금 딱딱한 후기를, 뒤늦게 올립니다. 양해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어깨꿈

2013.01.04 01:56:48

정신병원 해체라는 주제 ... 그것이 가능할까요?

아니 그렇게 방향을 잡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저항이 더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정신병원전폐법'이라는 것이 있다니 .. 좀더 공부하겠습니다.


무슨 의미인지도 더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고요 ..


후기 잘읽었습니다. 

?

  1. No Image

    모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 왜?

    2013.01.30 16:27:23       죠스 대리자 ㄴㅁ 죠스 님의 페이스북에서 퍼왔습니다. 죠스가 허락했어요. Kwon Eun-young1월 10일 모바일에서 모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끊임없이 알리고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더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점은 명백하지만,...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980
    Read More
  2. 카페별꼴_자립생활자를 위한 초간단 카레+타이 그린카레 워크숍이 열립니다.

    2013.01.23 14:49:26 카페별꼴     http://commune-r.net/xe/index.php?document_srl=1390411 2013년 첫 가난뱅이생활기술워크숍이 열립니다. <자립생활자를 위한 초간단 카레+타이 그린카레> 집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생활 하시는 분들, 시설에서 나...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1205 file
    Read More
  3. No Image

    제6장 장애와 노동 발제문

    2013.01.23 03:38:05 어깨꿈 월23일... 장애학세미나 발제문입니다.박경석입니다.   너무 긴것 같아 미안합니다.   그러나 발제를 하면서 2000년에 기고했던 글과 김도현의 발제문도 함께 첨부합니다. 고민하고 논의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860 file
    Read More
  4. No Image

    '그린비 장애학 컬렉션' 음성·점자로 듣고 읽으세요

    2013.01.14 13:31:00 ㄴㅁ 오힝 좋은 소식.  책을 받아치었던 고된 과거가 떠오르네염... 그린비 만세! 딴 책도 다 이렇게 해주면 안 되나. 뉴시스 /  '그린비 장애학 컬렉션' 음성·점자로 듣고 읽으세요 국립장애인도서관(관장 김영일)이 '그린비 장애...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985
    Read More
  5. No Image

    발제- 근대 생명권력과 인종주의

    2013.01.09 07:14:49 고추장 현장인문학 세미나(2013. 1. 9),  발제: 고추장(수유너머R) 근대 생명권력과 인종주의 -푸코,《“사회를 보호해야한다”》(1976. 3. 17 강의)- 1. 생명관리권력의 출현: 생물학의 국유화 1976년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의 푸코 강연은 ...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1051
    Read More
  6. No Image

    우생사상의 계보 호식형 발제. ///파일첨부 문제

    2013.01.04 23:45:30 박카스 2012/01/02 현장인문학 우리 모두를 위한 장애학, 제 5장 우생사상의 계보 발제 : 김호식 (기록 : 박카스 <박카스 첨부>)   1. 우생학과 장애학     우생학이란, 인류의 유전적 소질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악질적인 유전...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1267
    Read More
  7. 우생학................

    2013.01.03 19:49:55 ㄴㅁ 1. 저는 우생학 하면 불수레반 재연이가 그린 이 그림이 생각나요.  2. 그리고 아래 링크는, TK 쌤을 한 달 남짓 떠나보내려니(?) 아쉬워서 어제 밤 이것저것(?) 찾아보다 발견한 글..... TK 쌤이 위클리수유너머에 쓴 '미국 역사의...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919 file
    Read More
  8. No Image

    뒤늦은 후기 -장애학에서 바라본 정신장애

    2013.01.02 16:02:46 고추장 뒤늦은 후기 올립니다. 현장인문학에 정말 오랫만에 복귀한 데다가 이번 장애학 세미나에 처음 참가했는데요. 역시 그 티가 확 나내요. 후기를 써야 한다는 걸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지 뭡니까. 사실은 세미나 중에도 느꼈어요. 제...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958
    Read More
  9. No Image

    정부의 정신보건사업 관련 자료

    2012.12.30 19:36:36 ㄴㅁ 정신질환자 현황, 정신보건기관 현황, 정신보건사업 연혁입니다. 정신보건법은 95년에 제정, 97년부터 시행됐네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정신보건사업 안내 자료에서 퍼왔습니다.  2012년 판은 못 찾겠어요. 자료 전체를 보...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1060
    Read More
  10. No Image

    장애등급판정기준, 정신장애인 인권증진 토론회 자료집

    2012.12.30 18:09:38 기어가는 ㄴㅁ 하나는 장애등급판정기준입니다.    - 보건복지부가 2012년 6월 8일자로 개정해 고시한 내용을 포함한 장애등급판정기준이고 - 15개 장애유형별 장애 판정 기준이 세세히 나옵니다.   다른 하나는 2010년에 열린 정신장애...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1516 file
    Read More
  11. No Image

    장애학 세미나 진행순서, 간발후 다시 올려요

    2012.12.26 23:52:55 ㄴㄴㄴㅁ 2부. ‘장애인’에 대한 그러나 우리 모두를 겨냥한 지배장치  - 두 조로 나눠 진행하던 세미나를 추우니까, 한 데 모여서 하기로 했습니다.   - 발제는 오늘(12.26) 세미나에서 정했고, 간식과 후기는 제 맘대로 막 정했습니다. ...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1 Views1035
    Read More
  12. No Image

    장애학에서 바라본 정신장애 <12월 26일 발제문>

    2012.12.25 22:44:45 yanoshu 메리 크리스마슈!! 남은 한시간 17분 따스따스한 클슈마스 되시길요-^ ^ 발제문 올려요오- 미리퐁  2012.12.26 08:01:04 해니님^^발제문 잘 읽었습니다.  알찬 클스마스 보내셨나봐요~~^^  이탈리아의 바자라우...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839 file
    Read More
  13. No Image

    2012.12.5 장애학 세미나 '새로운 수용소의 탄생'

    2012.12.12 17:04:41 미리퐁 유선조 발제 맡았는데 1시간 넘게 지각(이라 하기엔 너무한) 하여  죄송하다 사과 드립니다. 푸코의 '광기의 역사' 를 통으로 읽고 발제하고픈 맘 굴뚝 같았으나 제본책 텍스트만 겨우 읽어내고 푸코의 저자 서문만  봤습니다. 발...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974
    Read More
  14. No Image

    새로운 수용소의 탄생 <12월 5일 후기>

    2012.12.09 18:02:27 12월 5일 ‘새로운 수용소의 탄생’ (<광기의 역사> 9장) 후기   해니     후기 담당였는데 30분이나 지각을 했더랬지요- 눈이 많이 오는 수요일이었어요. 눈이 많이 내려서 도로 교통이 대란이란 소식에, 오늘 세미나하려나? 생각했는데 했...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1060
    Read More
  15. No Image

    11월 28일 후기(광화문 농성장에서)

    2012.12.05 10:37:45 박카스 우리는 얼마 전 여러 부족들에서의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 장애를 가진 사람과 함께 사는 방식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때 함께 장애등급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경우, 복지부의 행정편의상 만들어진 제...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1072
    Read More
  16. 12월 5일 세미나 - 푸코 글로 넘어갑니다.

    2012.12.02 12:12:46 ㄴㅁ   12월 5일 세미나는 푸코의 책으로 넘어갑니다.  <광기의 역사> 축약본 중 9장 ‘새로운 수용소의 탄생’을 읽습니다.  후 - 간 - 발 순서는 요렇게 정해져 있더군요.  - 발제 : 택균, 미리퐁 - 간식 : 규호, 뉴선 - 후기 : 정수, 해...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982 file
    Read More
  17. [12.11.28 pm4:30]광화문농성100일차_마음이 사무치면 꽃이핀다.100인의 명단입니다 :)

    맹히    안녕하세요. 노들야학 맹히예요. 현장인문학 게시판에 쓸까- 자유게시판에 쓸까- 하다가 왠지 모르게 현장인문학게시판에 쓰고 싶은 이유는 뭘까요 :) 오랫만이네요. 가끔 와서 훔쳐보고 있답니다.   내일 현장인문학 세미나 팀두 함께.   100인의 1인...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1133 file
    Read More
  18. No Image

    나귀의 축제-다시쓰기,발제

    2012.06.27 15:42:11 철없는아이 나귀의 축제-다시 쓰기 1 나귀에 대한 찬양이 무르익으며 이어지자 차르투스트라는 더 이상 참고 있을 수가 없어 손님들 한가운데로 뛰어들며 외쳤다. *차라투스트라:이-아!(나귀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더 크게) 사람의 자식...
    Date2015.08.19 By손오공 Reply0 Views1324
    Read More
  19. No Image

    ㄴㅅ조 '아이는 아이일 뿐이다' 발제문

    2012.11.23 18:47:47 캉여사   아고, 올리는 걸 까묵..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후루룩 쓰느라 깔끔치 못해 죄송합니당...ㅜㅜ  아이는아이일뿐이다_캉.hwp
    Date2015.08.18 By손오공 Reply0 Views856 file
    Read More
  20. 11월 28일 장애학 현장세미나~~ 안내

    2012.11.23 15:15:17 ㄴㅁ   11월 28일, 다음 세미나는 광화문 광장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그날은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을 시작한 지 100일 되는 날. 그리고 노점 단속에 항의하며 망루에서 농성하던 중 의문사한 이덕인 열사의 기일이기도 ...
    Date2015.08.18 By손오공 Reply0 Views1139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