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불참러 박경석 교장선생님의 대타로 1주차 사회를 맡은 하금철입니다. 대타로 사회를 맡은 건데 후기도 써야하나 싶은 억울함(?)도 살짝 들었지만, 1주차 스타트를 잘 끊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간략한 후기 남겨보고자 합니다.
1주차에 함께 읽은 텍스트는 이성재의 <근대적 빈민부조정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와 제임스 밋글리의 <제3세계 사회사업 - 전문적 제국주의>의 2,3,5장입니다.
이성재의 논문은 글쓴이의 석사학위논문 <근대적 빈민 부조 정책의 탄생>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듬은 글인데, 브로니슬라프 게레멕이라는 폴란드 출신 역사학자의 <빈곤의 역사>라는 책의 역자 해제로 실린 것입니다. <빈곤의 역사>라는 책은 너무 두꺼워서 다 읽기 어렵다는 생각에 간략하게 압축한 역자의 해제를 읽은 셈이죠.
이 글의 핵심은 유럽 중세에세 근대로 넘어오면서 빈민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변천해 왔는가입니다. <빈곤의 역사>라는 책에서는 이를 ‘동정심의 변천사’로 바라보죠. 중세사회의 경우에는 빈민에 대한 이중적 태도가 존재했는데, 한편으로는 경멸과 무시의 태도였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적 믿음에 따라) 빈민을 예수나 성인의 이미지로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빈곤 자체에 성스러운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빈곤에 대한 경배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이었지요.
그러나 근대로 넘어오면서 빈부격차가 커지자, 빈민에 대한 시혜성 보시를 비난하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대표적인 것이 루터와 같은 종교개혁파들인데, 신교파들 이외에도 가톨릭 인문주의자들 중에서도 빈민부조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이 많았죠. 즉, 빈민부조가 이전의 교회 중심에서 세속 당국 중심으로 이행해 나갔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윤리에 대한 강조와 빈민에 대한 등록과 관리가 중요해지는 흐름으로 나아갑니다.
이 텍스트를 발제한 최재민 동무가 여러 논의거리를 가져와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1)그렇다면 한국사회 빈민은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 2)빈민을 대하는 한국사회의 태도는 어떠한가.... 등등.... 사실 이 텍스트가 유럽의 역사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지만 한국사회를 직접적으로 떠올릴 법한 이야기들도 많았죠.
유럽의 역사를 볼 때에는 종교개혁과 세속화라는 흐름이 빈민정책의 큰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인데,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가? 저는 이 부분을 따져보는데 있어서 한국적 특수성, 그러니까 식민지적 경험과 한국전쟁, 그리고 독재의 경험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3세계 사회사업>이라는 텍스트를 주목해서 보고자 했던 것이구요.
그런데 이번 기회에 꼼꼼하게 읽어보니, (1주차 세미나에서 많은 분들이 느끼셨던 것처럼) 80년대에 나온 책이고, 너무나 교과서적으로 딱딱하게 쓰여져서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영미권을 중심으로 탄생한 ‘사회사업(social work)'이라는 학문과 정책 분야가 제3세계로 수출되면서 그 나라의 문화적 토양과 충돌했던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우리나라 현실에 비춰봤을 때 그다지 실감나게 다가오지 못했던게 있는 것 같아요.
본격적인 세미나는 2주차부터인 것 같습니다. 2주차부터는 실제 식민지 시기 사회사업이 어떻게 우리나라에 자리잡게 되었고, 정치사회적으로 어떤 효과를 양산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니까요. 기대되는 다음 세미나에서 모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