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대담
‘주원이형 이야기‘
형을 아는 사람은 많을 것 같아 앞말은 짧게 한다.
이번 마로니에 대담의 주인공은 관계의 거리를 모르는 사람.
문제적 남자 박주원형이다.
진수 : 전에 말씀 드렸지요? 형 인터뷰를 하려고 해요. 형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 궁금하고 형 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우선 형 소개를 해주세요.
주원 : 노들장애인야학 활동가. 서울장차연대의원. 피플퍼스트서울지역부위원장.
진수 : 직책만 보면 한 가닥 하는 분 같아요. 대의원. 부위원장
형에 대해 아는 게 형의 장애를 아는 것만은 아니지만, 아무튼,
일단 형은 어떤 장애를 갖고 있어요?
주원 : 지적장애 3급
진수 : 장애등급은 언제 받은 거에요?
주원 : 2008년? 2009년? 어머니 돌아가시고... 엄마가 2003년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고 받았어. 2006년?
진수 : 2006년쯤이요? 아무튼 늦게 받았네요? 그 전에는 왜 안 받았어요?
주원 : 그 전에는 막 직장을 다니고, 고2때부터 직장을 다녀가지고. 학교를 그만두고 그때부터 직장을 다녔지 23년 동안.
진수 : 그럼 그때는 형이 장애를 갖고 있다는 걸 몰랐어요?
주원 : 저기 태어날 때는 경끼 해가지고 태어나가지고 서울 와가지고 용산구 쪽에 거기서 살 다가 이모가 거기 살았어.
거기서 몇 십 년 살다가 이제 광진구 쪽에 이사 왔지.
거기서 엄마와 같이 살았어.
진수 : 어머니 아버지랑 산거에요? 어머니랑 만 산거에요?
주원 : 아버지는 따로 살았어. 처음에는 같이 살았지. 그런데 사정이 있어서 떨어져 살다가.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아빠랑 산거야
진수 : 그럼 그 전에 형은 계속 가족들이랑 같이 살았던 거네요? 제가
아까 물어본 게 있었잖아요. 장애등급을 왜 늦게 받았는지.
주원 : 아 왜 늦게 받았냐고? 그때는 몰랐었지.
그때는 몰라가지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직장 다니고 있을 때
그때부터 받아가지고,
진수 : 그럼 누가 받으라고 그런 건가요? 아님 형이 알고 받은 건가요?
주원 : 누나랑 같이 국립병원 거기 가서 받아가지고
진수 : 누나가 받으라고 해서 받은 거네요. 그럼.
주원 : 내가 가자고 누나랑 같이 가자고 해서 같이 갔지.
진수 : 형은 어떻게 알았어요?
주원 : 저기 하여튼 누나랑 동생들이랑 같이 가서 받았는데
진수 : 형제분들이 형 장애를 알고 있었는데
어머니 돌아가시고 장애등급을 받아야 되겠구나 하고 받게 된 거군요
주원 : 내 밑에 동생도 5급이야. 장애.
진수 : 어떤 장애인데요?
주원 : 눈 저것 때문에. 아버지도 살아계셨으면 수급자가 됐을 거고 돌아가시고 나니까 이제..
진수 : 알겠어요. 이제 차근차근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를 좀 해 봐요
고향이 어디에요? 형.
주원 : 전남 나주 거기서 태어나가지고
진수 : 형제분들도 거기서 사셨겠네요.
주원 : 아니지. 나하고 누나만 거기에서 살다가
서울로 와가지고 동생들은 서울에서 태어나가지고.
진수 : 형이랑 누나가 태어날 때까지 나주에서 살다가 서울로 가신 거네요.
주원 : 보광동으로 갔지. 거기 이모가 살고 있어서
진수 : 몇 살 때 가신 거에요?
주원 : 좀 오래됐지. 거기 내가 초등학교 때 가가지고 초등학교를 다녔어.
다니다가 몇 십 년 살다가 서울 광진구 쪽에 이사와 가지고
삘라에서 살았는데 저기 삘라.
진수 : 방은 몇 개였어요? 가정 형편이 힘들거나 하진 않았어요?
주원 : 방은 2개? 3개? 힘들진 않았어.
진수 : 학교도 편하게 잘 다녔어요?
주원 : 학교는 다니다가 중곡동에 있는 대원 중 나왔는데 거기서 이제...
진수 : 공부는 어떻게 했어요? 잘 했어요?
주원 : 공부는 좀 못했지. 중학교는 거기서 졸업했고.
진수 : 중학교 졸업하고 그럼 고등학교는 왜 중퇴를 한 거에요?
주원 : 내가 그만 둬버렸어. 내가 거기서 직장을 다니고 싶어서 저쪽에 있었어. 학교는.
행당동 쪽에 학교가 있었는데 다니다가 2학년 그만두고 직장 다녔지. 그때부터 내가 갑 자기 다니기 싫어서.
진수 : 형이 학교 다니기 싫어서 부모님에게 말하고 일하겠다고 한 거에요?
부모님은 그래라 한 거고? 직장은 형이 알아본 건가요?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주원 : 아는 친척 형이 다니는 직장인데 거기서 소개를 해가지고 내가 다녔는데.
진수 : 무슨 공장이에요? 무슨 일 하는?
주원 : 이거 시계. 이거 태엽 돌리는 거.
진수 : 시계태엽 돌리는 거 끼는 거? 그 일만 한 거에요?
주원 : 작업을 했지 이거 시계 만드는 작업. 이것도 했었고. 핸드폰 이런 거 뭐냐 뭐라고 하지?같이 했었고,
공장인데 성수동에 있었는데 하남시로 갔는데 거기서 다니다가 18 년 다니다가 다른 일을 했었어. 5년 동안.
진수 : 다른 일은 뭐 한거에요?
주원 : 하여튼 뭐라고 하지. 좀 어려운건데, 합치면 140만원 받았지.
따지면 그게 뭐라고 하지 말하기 좀 그런데... 음..
진수 : 안 좋은 일이에요?
주원 : 안 좋은 일은 아니고 플라스틱해가지고. 음... 뭐라고 하지. 음..
진수 : 잘 생각이 안 나시는 구나. 그럼 18년 동안 시계 만드는 일을 했다고 그랬는데
왜 그만 둔거에요?
주원 : 일이 없어서 그만둬버렸어.
진수 : 회사가 망한 거에요?
주원 : 망한 게 아니라 내가 하는 게 일이 없어서. 내가 그만 둬버렸지 하는 일이 없어서.
내가 하는 일이 없으니까.
진수 : 그럼 짤린 건가요?
주원 : 짤린 게 아니고 내가 그만뒀지 내가 할 일이 없으니까. 내가 나온 거지.
내가 할 일 저게 그게 없으니까. 내가 그만 둬버렸어.
진수 : 형이 맡고 있는 일이 없어져서 그만 두게 된 거네요.
주원 : 그런 것 같아. 내가 할 일이 없어서.
진수 : 형 월급을 타면 그 관리는 어떻게 했어요?
주원 : 그거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내가 갖고 있다가. 관리를 했지.
진수 : 지금은 그런데 왜 누나가 하는 거에요?
주원 : 내가 갖고 있으면 저기 내가 돈이 많아서 세금 같은 거 내는 것도 많아서 누나가 저기 누나가 다 내고 있어서.
결혼하기 전까지는 내가 누나에게 맡긴 거지. 그냥
진수 : 그럼 통장에 얼마 있는지는 알고 계세요?
주원 : 대충 다 알고 있지.
진수 : 용돈은 어떻게 하세요?
주원 : 내가 달라고. 돈이 떨어지면 필요하면 문자로 달라고.
진수 : 아무튼 그렇게 살다가 직장 그만 두고 어머니 돌아가시고 야학에 온 거네요?
야학은 어떻게 오게 된 거에요?
주원 : 누나가 인터넷 보고. 2006년에 내가 들어왔지. 거기 아차산 정립회관 다니다가
일로 이사와자기고 계속 여기 다닌 거지.
진수 : 10년이 훨씬 넘었네요.
주원 : 12년. 지금.
진수 : 학창시절 친구들 사이는 어땠어요?
주원 : 중학교 때 학생 친구들 많았었는데 지금은 연락이 안 돼.
중학교 때 좀 공부를 좀 못해가지고 중학교는 그냥 졸업 했는데,
고등학교 때... 공부를 못해가지고 내가 그냥 그만 둬버렸..
진수 : 공부는 못해도 친구들이랑 노는 게 재미있을 수 있잖아요?
주원 : 재미없었어.
진수 : 형 사람들 얘기할 때 형이 막 껴들고 하잖아요. 학창시절에도 그랬어요?
주원 : 그런 것 없었는데.
진수 :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 말하는데 와서 참견하고 들여다보는 이유는 뭐에요.
주원 : 그건 난 잘 모르겠는데 내가 자꾸 끼어들어서...
진수 : 형도 잘 모르겠다는 거에요? 그냥 그렇게 형도 모르게 그러는 거에요?
주원 : 응. 그냥 그렇게 되는데..
진수 : 우리가 형이 들어오거나 끼어 들 때마다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그럴 때 마음은 어때요? 괜찮아요?
주원 : 쫌 그런데 내가. 쫌... 그래... 어...
진수 : 쫌 어떻게 그래요?
주원 : 끼어들어서 잘못을 하는 것 같긴 한데 자꾸 뭐라... 좀 그런데 내가..
진수 : 좀 그래?가 마음이 그렇다는 거죠. 그렇게 형이 행동하면 불편하잖아요.
얘기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붙어가지고 빤히 쳐다보면 불편하잖아요.
그 행동이 다들 불편하니까 형에게 계속 이야기 하는 거구요.
근데 형은 그 얘기를 듣고서도 형도 모르게 가게 된다는 거지요? 맞나요?
왜냐면 형이 항상 이 문제 때문에 사람들에게 혼도 나고 한소리 듣고 하는걸 보기도 했고
나도 형에게 그랬기 때문에 물어보는 거에요.
주원 : 저기 암사동 거기 같이 나도 할머니랑 같이 살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거기서 인제 임대아파트 신청해가지고 강일동 임대 아파트 들어갔지.
거기서 인제 10년이 넘게 살아가지고. 계속 인제 살고 있지.
진수 : 제가 물어본 건 형이 사람들한테 바싹 붙고 말하고 끼어드는 거에 대해서 물어봤어요.
주원 : 내가 잘못은... 내가 했지...
진수 : 형도 잘 못 했다는 건 아는 거네요.
주원 : 응. 응.
진수 : 우리도 근데 계속 말할 수밖에 없어요. 형이 그렇게 하면 우리도 계속 말할 거에요. 알 고 있지요?
근데 저는 신기 한 게 이렇게 안 좋은 소리를 계속 하면 형도 마음이 많이 상할 텐데 그런 게 없는 것 같아요.
형은. 마음이 안 상하는 것 같아요. 정말 그래요? 아님 마음 상했는데 참고 있는 거에요? 별로 안상해요? 괜찮아요?
주원 : 그건... 괜찮은... 괜찮은 것... 괜찮은데...
진수 : 힘들거나 그런 건 없어요?
주원 : 응 그런 건...
진수 : 형이 잘못 한 걸 인정하셨고. 그리고 일단.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한 건데 계속 한 거니까?
아무튼 그런 게 좀 궁금했고, 형이 노들에서 함께 하려고 한다면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하는 것은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근데 한편으론 노들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형을 편하 게 생각한다고 할까? 좋게 말하면. 형에게는 감정을 다 드러내는 것 같아요.
왜 사람 들이 화나도 참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형에게는 사람들이 화나면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형이 워낙 아무렇지 않게 반응을 해서 그럴까요? 왜 그런 것 같아요 주원이형?
주원 : 음... 나도 모르... 나도 모르지. 모르겠어.
진수 : 모르시는군요. 네. 알겠어요. 아무튼 그런 행동은 앞으로 조심했으면 좋겠어요.
진수 : 야학 재미있어요? 다른 이야기를 해 보면.
주원 : 뭐 그냥 재미있다고 그러면 그냥 어차피 여기 평생교육이니까 평생. 그니까 계속 다닐...
진수 : 아 평생교육이니까 계속 다닐 수 있다. 아 그런 것은 그런데. 형이 재미있으니까
야학에 와서 참견도 하고 그런 거잖아요. 재미있어요?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형이 야학에서 제일 재밌게 느끼는 게 뭔지 얘기해 주세요. 하나만.
주원 : 재미있는 건... 글쎄...
진수 : 야학에서 재미있는 것은 투쟁도 있고 학교 수업도 있고 그럴 텐데.
야학에서 이게 제일 재미있다.
주원 : 야학도 그렇고 집회 나가는 것도 주로 집회 나가는 것. 또 야학에 오고 그렇게
주로 야학에 오는 게 재미있...
진수 : 그냥 야학에 오는 거랑 집회 나가는 게 재미있어요? 수업은 별로 재미없고?
주원 : 그냥...
진수 : 형이 관심 가질게 많아서 좋은 건가요?
주원 : 뭐 집회...
진수 : 그럼 야학이 싫은 것 한 가지는?
주원 : 싫은 것? 싫은 것 없는데..
진수 : 워~ 다 좋다는 거군요. 형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힘든 적은 없었어요?
아 이 때는 사는 게 힘들었다. 그런 것 없었어요?
주원 : 힘든 것.. 힘든... 그런 것 까지는 없는 것 같은데...
진수 : 없었어요?
주원 : 어... 그런 것 까지는...
진수 : 앞으로 계획은 뭔가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다 그런 거요.
주원 : 그런 것도 없는...
진수 : 형 지금 직업이 없잖아요.
주원 : 직업은 굳이 내가 할 이유가 없고 저 의료비 때문에 지금 안 한 것뿐인데,
의료비 신청해 지면 일을 하겠지.
진수 : 일을 하면 수급자에서 제외되고 하니까
일을 해도 의료급여가 유지 되면 일을 하겠다는 거지요?
주원 : 응
진수 : 팔찌는 왜 계속 모으는 거에요? 알려 주실 수 있어요? 많이 차는 이유를
주원 : 이건 다 피플퍼스트. 모으는 건 아닌데. 그냥 이런 걸 좋아하니까 내가.
진수 : 이런 게 어떤 거에요?
주원 : 악세사리 같은 거. 이런 거.
진수 : 목걸이도 좋아하세요?
주원 : 그렇지
진수 : 귀걸이도 하세요?
주원 : 그건 안 해.
진수 : 목걸이하고 팔찌만?
주원 : 주로 목걸이하고 팔찌하지. 뭐 사면 사서.
진수 : 그렇군요. 아무튼 형은 곡절 없이 평탄하게 산 편 이네요. 형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원 : 살다가 어... 인제 계속 엄마가 먼저 돌아가셨고 그다음에 할머니 그다음에 아빠.
진수 : 아... 그렇게 돌아가셨어요. 많이 힘들었겠어요.
어머니 돌아가실 때 형 나이가 어떻게 되셨어요?
주원 : 서른여덟. 광진구 살 때 그때 엄마가 돌아가셔가지고.
진수 : 그때 많이 힘들었겠네요.
주원 : 엄마도 제약회사 다니면서 암에 걸려가지고.
주원 : 엄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가지고 제약회사 다니고 여러 일로.
진수 : 마음이 많이 아팠겠어요...
주원 : 응 그때는.
진수 : 형 최근에 울어 본 적은 없어요?
주원 : 잘 안 울어.
진수 : 그럼 예전에 울었던 적은 있어요?
주원 : 학교 다닐 때나.. 아니면 내가 좀 우울증이 있었지. 그게 엄마 살아계실 때 아버지하고 저거 때문에 우울증이 좀 있었어.
내가 죽을... 자살 같은 게 조금 있었어. 엄마 돌아가 시고 나서 그거 뭐라고 하지 그거.
엄마랑 같이 죽을 라고 마음을 먹고 이렇게 했었는 데,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 광진구 거기서 살다가 거기서 그런 마음먹고.
진수 : 형, 어머니를 참 좋아 했나 봐요.
주원 : 나도 죽고 싶어서 그 때는.
진수 : 죽고 싶으셨다니... 많이 힘들었겠어요. 형. 근데 어떻게 이겨내셨어요.
주원 : 그냥 내가 그냥 이겨냈지
진수 : 그냥 이겨냈군요. 지금도 생각나세요? 어머니?
주원 : 지금 내가 돌아... 엄마가 예순셋에 돌아가셨는데 저기 유방암으로 돌아가셔가지고
직장 다니고 있었는데 엄마가 제약회사. 병이 걸리셔가지고. 아버지랑 사이도 안 좋고.
진수 : 그렇군요. 아버지 원망 안했어요?
주원 : 내가 아버지 다 원망 했지.
진수 : 그랬군요. 그런데 어떻게 같이 사셨어요.
주원 : 인제 그때부터. 옛날부터 아빠가.. 내가...
진수 : 음... 형 우울증은 병원은 간 건 아니에요? 그냥 그런 우울한 마음이 있었던 거에요?
주원 : 응.
진수 : 지금 형의 모습을 보면 형이 그렇게 힘든 시기가 있었다는 걸 상상할 수 없네요.
형은 화도 잘 안내고 웃지도 않고 남들이 뭐라고 해도 그냥 잘 넘기고 하는 사람이라고 생 각 했는데,
그럼 최근에 제일 화났던 일? 없어요? 아니면 최근에 제일 기뻤던 일?
화냈던 일 하니까 고개를 크게 흔드시네요.
주원 : 기뻤던 일이 뭐가 있지. 없었던 것 같은데. 뭐가 있었지...
진수 : 그렇군요. 알겠어요. 아무튼 그럼 그 때가 어머니도 많이 아프시고 직장도 옮기고 제일 힘들었겠구나.
지금은 어때요? 사는 게 만족스러워요? 살만한 것 같아요?
주원 : 음....
진수 : 그럼 야학에서 형이랑 제일 친한 친구는 누구에요?
주원 : 형. 명학이형.
진수 : 왜요?
주원 : 형도 같이 직장에 다녔고 나도 저기 음... 뭐 그냥 그렇게 또 없는 것...
야학에서 계속 보니까...
진수 : 학생들 중에 형만 봐도 형에게 뭐라고 할 때 있잖아요. 그럴 때 어떠세요?
형이 가끔 이건 차별이잖아 이렇게 얘기 한 적도 있잖아요.
(갑자기 소민 들어옴)
소민 : 뭐에요? 뭐에요?
진수 : 주원이형이랑 이야기 중이야.
(소민 나감)
주원 : 나한테 저기 하고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다 차별하는 거지
진수 : 형에게 어떻게 하는데요?
주원 : 화내고 뭐 저기 이런 것 하면.
진수 : 화를 누가 냈는데요?
주원 : 응?? 그런 사람이 있어.
진수 : 알겠어요. 안 물어 볼게요. 아무튼 괜찮다는 거에요? 억울하진 않은 거에요?
주원 : 그냥 할 말이 없어. 음...
진수 : 더 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으세요? 사람들에게?
주원 : 없는 것 같은데.
진수 : 알겠어요. 그럼 인터뷰는 여기까지. 나중에 또 이야기해요.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고민을 알게 된 건, 그 친구를 만난 지 10년이 훨씬 더 지나서다.
언제부터인가 술 한 잔 할 때마다 전과는 다른 진지한 모습으로 서로의 고민과 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그럴 때마다 누구를 가릴 것 없이 우리도 이젠 나이를 먹었나 보다는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로의 문제와 고민을 나누게 된 이유가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는데,
그것은 어느 책에서 본 한 문장 때문이었다.
그 문장은 이렇다. ‘마주치지 않고는 시를 읽을 수 없다.’
이 문장을 알고 나서 우리가 서로의 문제와 고민을 알 게 된 건, 그냥 만나고 마주한 무수한 날들 때문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주원이형을 인터뷰하고 굳이 예전의 경험을 늘어놓는 이유는
별 이유 없는 무수한 일상적 만남을 통해 내가 서로의 문제와 고민을 알게 된 것처럼,
주원이형과 노들의 만남이 나와 내 친구의 만남과 닮았기 때문이다. 만남과 마주침. 그런 만남들이 쌓이고,
그 사람을 마주 할 때, 어느덧 주원이형의 문제는 노들의 문제가 되고, 노들의 문제, 이 사회의 문제는 주원이 형의 문제가 된다.
형의 입에서 심심치 않게 차별이라는 말이 나오고, 아침마다 신문에 난 장애관련 소식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집회 현장에서 소감을 물을 때마다 투쟁이라는 말로 마무리 짓게 된 건 형이 노들에서 스스로 마주한 무수한 일상 때문일 것이다.
문제로 정의 된 사람이 그 문제를 새롭게 정의할 때 혁명은 시작된다는 지난 420 슬로건처럼,
형이 노들에서 마주한 자신의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길 바란다.
그리고 노들을 넘어 보다 많은 사람이 그 문제를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