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전 커피타임
선동이형과의 대화1
선동이형과의 대화2
여기서 여기까지 전부다.
과자부자 조선동님
또봐요 선동이형
2016년 10월 가평 꽃동네에서 선동이형을 처음 만났다. 꽃동네에서의 만남 이전에 나는 사진으로만 그를 몇 번 보았었다. 사진에서 보았던 선동이형은 휠체어를 타지 않고 서 계셨고 웃는 얼굴이 참 예뻐 보이는 사람이었다. 꽃동네에서 선동이형을 실제로 처음 보았을 때 형은 생기 없는 표정에, 깡마르고, 머리를 삭발하고서는 긴 휠체어에 거의 누워서 나오셨는데 이 사람이 내가 봤던 사람이 맞나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형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언어 장애가 심한 사람이었다. 선동이형이 함께 꽃동네를 방문한 노들 교사들에게 뭔가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선동이형이 오래 알고 지낸 홍은전 교사와 선동이형의 탈시설을 열심히 지원하고 있는 김필순 교사와 이야기를 많이 하시라고 대화에서 발을 빼고 있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한명이라도 더 붙어서 선동이형의 말을 알아듣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동이형의 짧은 말과 표정과 왼손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말을 듣고 맞추는 것은 마치 스무고개를 하는 것 같았다. 언어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오고가는 한 두 번의 대화로 끝날 말인데 선동이형과의 대화에는 몇 십 번의 확인과 응답이 필요했다.
선동이형은 무엇인가 그 시간에 해야 하는 것은 꼭 해야 하는 사람인, 뭔가 집요한 성격이 있는 사람 같았다. 처음 만나 밥을 먹으며 한 이야기는 거의 핸드폰, 핸드폰의 주소록과 사진, 가방, 현금의 보관방법 등이었다. 핸드폰에 있는 보관된 문자메시지를 지워 달라는 요청, 가지고 싶은 이어폰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 가지고 있는 현금을 지갑의 몇 번째 칸으로 넣어달라는 요청 등등. 밥을 먹으며 한 이야기도, 차에서 뭔가 하는 이야기도, 대체로 저러한 것들이었다. 선동이형은 자기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챙기고 안부를 묻거나 빈말이라도 “탈시설 하고 싶어” 라는 말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선동이형이 잘 되지 않는 말로 끊임없이 사람들과 대화하고 요청하고 자기 물건에 대한 관심과 집착이 있으니 어쩌면 이런 점은 시설을 나와 자립생활하면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에도 선동이형을 보러 갔다. 올해 3월, 6월에 이어 올해 세 번째 방문이었다. 어쩐지 선동이형은 갈수록 건강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다행이다. 형은 12월에 1박2일 자립생활 체험을 하고 내년에는 시설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선동이형은 이런 사실과 무관하게 즐거운 일이 있어 처음으로 즐겁게, 낄낄 웃으며 식사를 같이 하였다. 식사를 하고 들어가는 길에 선동이형은 과자를 3만원치나 사서 “내 평생 이렇게 과자를 많이 사본 건 처음이야” 라며 돌아가는 길에 우리를 즐겁게 해주셨다.
나는 선동이형을 잘 모른다. 형을 본건 기껏 이번이 네 번째이고 아마 선동이형도 나의 이름을 모를 것이다. 나는 가끔 선동이형 한명의 자립생활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비용이 사용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나도 누군가를 비용과 생산성으로만 바라보는 것인가 고개를 휘휘 저으며 부끄럽게 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선동이형을 매번 보러가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 되지 않고자 하는 나름의 노력이다. 나도, 선동이형도 세상 살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살아가는 저기 밑바닥 어디쯤 있는 존재일 것이다. 형은 나에게 비용이 될 수 없고 나는 형에게 어떤 사람일지 모르겠지만 이 무지막지한 세상에서 함께 잘 살아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