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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 소설 '모순' 중에서

by 안철희 posted Nov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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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작은 상처를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빛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상처는 상처로밖에 위로할 수 없다.

세상의 숨겨진 비밀들을 배울 기회가 전혀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몹시 불행한 일이다.

그것은 마치 평생동안 똑같은 식단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식이요법 환자의 불행과 같은 것일 수 있다.

인생은 짧다.

그러나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 게 만든다.

소소한 불행에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는

거대한 불행 앞에서 차라리 무릎을 꿇어 버리는 것이

훨씬 견디기 쉬운 법이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 양귀자 소설 '모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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