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2 18:56:41
어깨꿈
장자와 소수자의 삶
길진숙(수유+너머 연구원)
장자는 기원전 4세기경 중국의 전국시대에 출현한 사상가입니다.
장자는 국가공동체를 벗어나 '자연의 도' 안에서 살아가기를 제안했습니다.
이 때문에 장자는 어지러운 세상을 도피하여 자연에 숨어산 은자로 표상됩니다.
혹은 난세의 위험을 피해 온전히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준 도인으로 이해됩니다.
정말 장자의 『장자』는 은둔의 사상을 말한 책일까요?
장자는 어떤 위험도 잘 피하여 오래오래 제 명을 다한 삶을
진정 좋은 삶이라 생각했던 것일까요? 이번 강의에서는
『장자』의 「내편」을 통해 장자에 대한 우리의 오해와 단견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장자는 당대의 주류적이고 상식적인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꿈꾸었습니다.
『장자』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고전으로 살아있는 건, 바로 이 때문이겠지요.
『장자』에서는 모든 인위적이고 조작적인 삶을 극도로 혐오할 뿐만 아니라,
선악/미추/시비/대소와 같은 차별적인 구획을 격파합니다.
장자는 단순히 난세의 정치를 거부한 은둔의 사상가가 아닙니다.
우주상의 생명체들을 편협한 기준과 척도로 속박하고
서열화하는 모든 권위적인 시스템에 저항했던 것입니다.
'인의'를 표방하는 유교 정치를 비판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요임금과 순임금의 어진 정치에도 포섭되기를 거부합니다.
'인의'나 '덕치'조차 생명체를 구속하고 왜곡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장자는 존재의 특이성을 표준화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그 어떤 국가공동체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까닭에 장자는 외면당하던 소수자들을 호명합니다.
가난한 자, 추한 자, 등이 굽은 사람, 형벌로 발이 잘린 사람,
지나치게 큰 박, 재목이 안 되는 구부러진 나무들의 존재성을 복원합니다.
장자는 '똥과 오줌'에도 도가 있다고 했습니다.
장자에겐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의 존재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존재성을 온전히 하는 삶이야말로 천명을 다하는 삶이자,
자연의 도를 따르는 삶이었던 것입니다.
장자는 소수자들의 소수성을 결함이 아닌 존재의 특이성으로 보고,
운명을 긍정하는 데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운명을 긍정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소수성을 어떻게 발현해야하는지 『장자』의 길을 따라가며 찾아볼까 합니다.
장자, 정말 기대됩니다. 많은 분들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