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을 읽고 방울형에게 갔다. 일요일 활동보조 시간에 열심히 책 읽어가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는 요즘이다. 책을 읽고 ‘오늘은 말이 잘 통할 것이다.’ 라는 예감이 오는 때가 있다. 책을 잘 이해하고, 전하고 싶은 경험도 있고, 고민한 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상태에 있을 때 그렇다. 물론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기분 좋게 형을 만나는 것도 있고, 그 기분에 형도 함께 웃고 공부하니 좋은 기분이 더욱 늘어난다. 물론 음주상태에서는 아주 쉽게 무너지는 경우가 많지만^^
1.19
토니모리슨의 글을 읽고 <가장 푸른 눈>
방울 : 이거 끝까지 읽지도 못했는데 뭘 말해야지 되냐.
박카스 : 읽어오기로 했잖아욧!ㅎㅎ
박카스 : 토니 모리슨 글에서 쫓겨난다는 것에 대해 나온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토니모리슨은 한 개인이 어떤 공동체로부터 ‘쫓겨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찾아오는 공포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소설을 보면서 ‘쫓겨날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하는 조건들이 무엇인지, 쫓겨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이 붙잡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소설은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신체적 특이성으로 이미 관계 면에서 쫓겨난 상황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드러내고 있었어요.
물론 신체에 따라 색깔도, 속도도 다르고, 움직이는 모습도 다르기도 해요. 그런데 어떤 특이성의 신체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무엇을 시도해보지 않을래?’라는 생각을 자주 환기시키는 상황들 보다 ‘어떻게 하면 쫓겨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그렇지 뭐’ 라는 생각을 더 자주 환기시키는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죠. 토니모리슨 표현대로라면 분노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경우가 그렇죠. 의도적으로 복종을 원하는 이들이 빼앗기 시작한 것은 저런 질문들이 아닐까요.
방울 : 억지로 친절한 사람은 억지로 친절함을 원하기도 해. 이런 사람들. 쫓겨나지 않을까 해서 이러는 거 아니야? 좀 드러내야돼.
박카스 : 장애가 사회적이라고 할 때 그 말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누군가가 잘 살기 위해 만든 도로들, 문턱들, 건축물들, 교통수단 등이 누군가에겐 고개를 숙이게 하는 상황을 만들게 되었다는 물리적 조건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죠. 또 특정한 상황들이 만들어내는 사건을 보지않고 기존의 편견이나 이미지로 누군가에게 보내는 시선 같은 것들 말이예요.
토니모리슨 작품에는 흑인 소녀들이 어떻게 백인 상점 주인에게 경멸의 시선을 받고 있는 지가 나와있어요. 이유는 흑인이라는 것 뿐인데요. 한편 작품 속에서는 흑인들이 같은 흑인들 사이에서 부의 차이, 피부색의 진한 정도들로 서로를 구분짓고 싶어하는 모습들도 등장해요. 그리고 이들이 자신에게 없는 푸른 눈에 대한 집착으로 어떻게 심리적 좌절과 자기포기를 불러오는지를 그리고 있어요. 여기 가장 푸른 눈에 집착하는 흑인소녀들이 있어요.
방울 :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중요한 것은 다른 세상을 아는 것도 딴 공부가 아니라 자기 공부가 된다는 거야. 예를 들면 글자나 그림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쳐봐. 그 사람이 풀이나 독초에 대해서는 기가 막히게 잘 알 수 가 있어. 그러면 그 사람은 바보는 아닌거잖아. 그러면 그 사람을 바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그 다른 세상 속에 사는 사람을 알게되면서 자기가 생각했던 바보가 바보가 아닌 걸 알게되는거지. 누군가를 바보라고 그랬던 사람이 실은 내가 잘 못 알고 있었구나. 싶은 거야. 자기가 ‘바보’라고 생각하는 것들, 편견을 갖고 있는 것들에 좀 더 알려고 했으면 좋겠어. 누구든 간에.
그리고 ‘어떻게 쫓겨나지 않을 수 있을까?’는 사람들이 밖으로 많이 나와 봐야 이런 질문들이 조금씩 그만 될 수 있을 거야. 방이랑 그런데서 나와서 말이야. 자기를 밖으로 드러내야지. 심지어 상처도 남아있다면 드러내야해. 그래야 나와서 살 궁리를 하지. 활동보조, 집 마련 같은 거 ㅎㅎ
박카스 : 아까 형이 다른 세상을 알려고 하라고 했잖아요. 경험을 들려줘요.
방울 : 노들의 좋은 점이 바로 그거야. 뭘 배웠는 지는 기억은 잘 안나는데
백구 : 형, 노들에 10년 있었다면서요!
방울 : 사건 같은 것을 많이 경험할 수 있다고 해야지되나. 추억같은 것이 많아생기는 게 있지. 좋은 사람, 나쁜사람도 만나고..
박카스: 다시 돌아와서 신체이야기를 해볼께요. 어떤 사람은 신체의 특이성 자체로 다른 사람들의 호의의 시선이라든지 기대의 눈빛을 받기 힘든 경우가 있잖아요?
방울 : 그런거? 결핍이 과도한 집착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면 인정을 하게 돼. 견디다보니까ㅎㅎ 그 때부터 이 몸이 뭘 할 수 있나 조금씩 조금씩 해보게 되는거지. 내 몸도 재밌다. 내가 단추를 혼자서는 못 꿰는데 목걸이가 있으면 꿴다니까 쓰다보면 알게되는 것들이 있지.ㅎㅎ 누군가 나를 우울하게 만들면 ‘내 몸 잘났다 그러면서 사는거고.’ 클라우디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가장 푸른 눈을 원하기 전에 가장 검은 눈을 봐봐라~ 백인 사회에서 흑인이 되라 그거야. 부러워하지 말고, 부러워할 게 뭐가 있어! 오히려 동정하거나 시기하거나 그런 거는 필요없다고봐. 자기 능력대로 사는거지!
- 백구가 책 읽는 동안 그린 그림. <가장 푸른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