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7 16:11:51
ㄴㅁ http://commune-r.net/xe/index.php?document_srl=1241748
지난 세미나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있습니다. ;;; 이것은 지난 세미나 후기.
지난 주는 도현 선배의 책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1부를 읽었습니다. '장애를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이해하기'가 1부 제목이자 단원의 목표. ㅎㅎ
장애에 대한 정의, 손상과 장애의 차이, 장애인은 누구인가, 손상이 어째서 장애가 되는가 같은 걸 구분해서 알려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쪽 장애인운동의 입문 상식으로 가득찬 부분이지요. 나름 올바른(?) 명칭도 알려주고. ㅎㅎ
아무튼 그런 내용 때문인지, 저희 조에선 명칭에 관한 이야기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게다가 우리의 명칭에 대한 탐구는 성소수자 영역으로 넘어가, 동성애와 동성연애, 성소수와 성적소수 같은 단어들의 정당성을 헤매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제대로 알지 못해서 더 많이 헤맸습니다.
1. 장애자에서 장애인으로 바뀐 이유가 무엇인지? 뭐가 다른지? 노숙자가 노숙인으로 바뀌어 쓰이는 것과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장애자라는 이름에 덧붙은 부정적인 낙인이 심해 거기서 벗어나보려는 발버둥.. 허나 학생들의 많이 쓰는 욕 중에'애자' 또는 '장애자'가 그냥 '장애인'으로 따라 바뀌었더라는 것. 대체 뭔 효과를 보았나? 기자, 노동자, 노약자, '자'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 않더라는 것.
2. 장애인의 대칭어로 왜 비장애인을 쓰는지? 장애인 중심으로 비-장애인을 지칭하는 방식의 낯설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요. 일반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쩌면 감춰지거나 인정받지 못하던 존재를 표현하는 언어 방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의 의미는 현수가 말한 성전환자-비성전환자라는 말하기 방식을 통해 더 드러날 수 있겠지요. 비성전환이 '일반'으로 표현되는 것의 불편함을 깨는 방식인 겁니다. 이런 방식에 따라 나를 표현하면, 지금의 나는 비장애인-비성전환자-여성(+알파)이 됩니다. 이렇게 표현하다 보니, 이런 방식이면 내 정체성이 참 복잡하게 설명될 수 있겠구나 싶더군요. 그렇기에 이 정체성을 명찰처럼 내 붙이고 다닐 이유가 뭐 있을까? 넘들도 다 복잡하게 0-0-0-0으로 표현될 테니. 그런데 또 한편에 드는 생각은, '소수자'라고 이야기되는 그들은 너무 세밀하게 구분돼 있구나. '장애인'의 정체는 장애유형 15종, 장애등급 6급으로 세밀하게 구분된다, 사회가 그렇게 구분해 놓았다라는 사실에 잠시 뜨악. 성소수자 집단의 세밀한 자기 구분, 타자 구분과 다르게(이렇게 얘기해도 될까요?) 장애인에 대한 구분은 타자(의료 권력, 사회복지 권력)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에 또 뜨악.
명칭을 가지고 한참을 이야기하다보니, 누군가는 무엇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너무 까탈쓰럽게 명칭에서 걸려버리면 본문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 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 얘길 들으니 저도 얼마전, 누군가로부터 들은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물론 요건 명칭에 관한 얘기만은 아니었습니다만, '여성하고 장애인 쪽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더라. 장애자, 장애우 ...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왕창 물어뜯긴다'라고 하더군요. ㅎㅎㅎㅎ 저도 어떤 이를 만나 (특히 운동한다는 자, 배운 자)
장애인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일종의 관문?처럼 그의 단어 사용을 유심히 살필 때가 많습니다. 장애우라고 하면 실망하고, 정상인이라는 단어를 쓰면 이 사람 영 모르는군 해버리고.. ㅋ 아무튼 운동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단어들을 쓰면 영 거슬려서 대화가 잘 안 되는 게 있습니다. ;; 이건 직업병인가? 얼마전에도 집회 무대에서 어떤 인사가 "장애우 여러분"이라고 표현, 몹시 심기불편해 후에 이어진 발언이 귀에 잘 안 들어오고 또 어떤 말 실수를 할까 싶어 필터를 작동시켰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인배 마음가짐으로 우리가 권장하는 언어를 친절히 설파하여야겠습니다. 근데 우리 어무닌 여전히 '장애자들이, 불구자들이' 라고 표현합니다. 친절히 여러 번 알려준 거 같은뎀...;;
암튼 TK 쌤은 우리의 이런 명칭 논란 자체가 장애인을 둘러싼 권력의 불평등과 억압을 드러내준다고 하셨습니다. 흑인도 Black 논쟁이 있다며, 아프리칸 아메리칸 뭐 그렇게 구분해서 표현해야한다, 그런 입장이 있다고 합니다. (전 첨 들었어요! #ㅛ# ) 어쨌든 TK쌤은 언어의 정치성을 이해하고, 언어에 내포된 권력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그 권력 관계를 인지하고 실천하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 지만 그것에 너무 힘빼진 말았으면 좋겠다고, 단어 붙잡고 헤매던 우리를 진정시켜주셨습니다.
뉴미조 뉴선조가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도 명칭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거기선 "저 이명박 정권이 장애인입니다"라는 예시를 놓고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이때 ㅈㅅ쌤은 장애를 부정적인 것의 대명사로 이용한 것보다 발화자가 '정상성'이라는 척도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방식이 더 '싫으다'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뭔 소리냐? 다음 예를 봅시다. 집회 장소에서 "정말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건 우리가 아니라 저들이다!"라는 구호를 들었을 때, ㅈㅅ쌤은 '뭐야? 불법이 나쁘다는 거야?'라는 생각을 했다는 겁니다. 합법은 좋은 것-불법은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 판단(척도) 아래 말하는 것이 "구리다"는 것이지요. 저로선 생각 못했던 부분이라 신선했습니다. 이후 이어진 ㅈㅅ와 ㅈㅅ의 논쟁은 생략.ㅋㅋ 아무튼 "언어의 수행성 때문에" 말에 내포된 폭력성을 제거하는 것은 중요하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필요하다, 라고 저는 나름 결론. 중요한 건 전략적으로.
저는 이날의 이야기를 운동의 구호나 정치적 활동에서 어떤 개념어나 단어를 선택하는 건 아주 전략적일 필요가 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누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맥락으로 그 말을 사용하느냐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테면 **노총 위원장님이 이명박 정권은 반신불수 정권이라고 했을 때, 그가 장애인을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려고 그 단어를 꺼내진 않았겠지만 그 표현 자체가 나와 동료들을 벙찌게 만든 게 사실이고, 그의 한계(또는 실수)에 실망한 것 또한 사실이어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게 아닌가. 그리고 그 실수가 그동안 스스로 주류라고 생각하는 운동그룹이 장애인이나 여성 성소수자 같은 운동을 부문 운동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과 닮아있어서,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운동하는 위원장님의 발언이니까 더. 수많은 정치인들이 장애우라고 표현하지만, 우리는 일일이 쫓아가 수정하라고 말하지 않지요. (력 부족? ㅎㅎ ) 암튼 그 위원장님은 그날 발언을 아주 진중하게 사과하셨으니 패스.
이 다음엔 남찬섭 교수의 '사회적 모델의 실현을 위한 장애정의 고찰-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장애정의의 수정을 위하여'를 읽었는데요. 이 논문에 관해선 덕규께서 자세히 후기를 남겼습니다. 그래서 패스.
지난 세미나 후기 끝. 좀 있다 만나요. 어흙 ;;
ㅈㅅ
엄청 자세한 후기일세~ 그날 대체로 정리가되는 듯요, ㅈㅅ와 ㅈㅅ의 논쟁 부분 왜 생략?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