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2 17:28:14
박카스 http://commune-r.net/xe/index.php?document_srl=616159
* 토요일 날 책을 함께 읽으러 호식형집에 갔다.
호식형은 살짝 술에 취한 채로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책을 함께 읽으며 호식형은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들을 들려주었다.
그 말을 나누고 싶어서 올려놓습니다.
기울어진 부분은 박카스가 덧붙인 내용입니다.
호식 : 심연이라는 게 뭔지 궁금하다.
차라투스트라는 빛이 있다가 사라지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마 그게 심연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심연이라는 게 바다 깊숙이 들어가는 거잖아. 떠오르지 않고 어떻게 바다 깊숙이 들어가겠어.
박카스 : 떠오른다는 것이 뭔데요?
호식 : 그건 잘 모르겠는데, 어느 정도에 앎의 형태.
떠오르는 것은 그런 것을 말하는 걸꺼야.
다시 말해 떠오른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앎의 형태인거지.
거기서 깊숙이 내면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지. .. 지금 한 말이 내말이 맞냐? ㅎㅎㅎ
호식 : 그래서 위버멘쉬로 간다는 것은 무아로 간다는 것이 아닌가 싶어.
없음을 담고 있지만 있음을 담고 있다는 것이지.
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그런 것 아니야.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도 저 꼭대기를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도
어떻게 보면은 산을 탈 적에 2백 몇 십 미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도
아무 것도 없음을 뜻하는 것이잖아.
박카스 : 그럼 무와 희생은 달라요?
호식 : 그건(희생) 무가 아니지. 희생은 봉사정신으로 저 사람이 잘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흡족하다는 것이지.
봉사는 저 사람한테 잘 해줄 때 저 사람이 잘 될 것을 알고 흡족한다.
무라는 것은 잘 될지 안 될지 모르면서 하는 거지. 그냥.
공부도 마찬가지야. 머리 빠지게 공부해봤자, 약삭빠른 사람 못 쫓아가.
무라고 생각했을때 약삭빠른 사람 상관없이 뭘 할 수 있어. 나는 그래.
스피노자는 지구가 저 세계가 아니라고 했어. 우리 안이라고 했어. 그게 좋다는 거지.
무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스피노자하고.
오늘 술 먹고 헷소리 좀 했다. 쑥스럽다. 쑥스러워.
<나그네를 읽고>
창조하는 자 이거 좀 야한 이야기 같다. 에로시즘이랄까 난 자꾸 그런 것이 느껴진다.
결혼도 안했으면서 니체는 에로시즘을 중시하는 것 같애. 대지의 젖가슴이라든가, 그런 단어들 좀 봐.
남녀가 섞이는 것은 좀 싫어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어떻게 보면 에로시즘을 중시하는 것 같애.
니체의 글을 보면 그런 것을 느끼게 돼. 전쟁을 하고, 파괴하고 그렇게 세워지는 것을 본다는 것이 아니야.
그 뒷면은 이러한 에로시즘 이랄까. 이거 되게 야해.
<곡두와 수수께끼를 읽고>
나는 진짜 무식해. 그러니까 이걸 읽고 있지. 아니 똑똑한 사람이면은 살라고 하지. 살라고 바둥바둥대지.
아니 이건 사실 나쁜 이야기를 하는 건데 나는 살라고 바둥바둥하고 돈 벌라고 바둥바둥... 못 해.
진짜 무식한 놈들이나 철학공부하고 할 수 있는거야.
하긴 다 철학공부를 하고 있지. 거지도 철학이 있다. 고개를 숙이고 손 내미는 것이나 얼굴 안 보여줄려고 하는 그게 철학이라고. 나쁜 철학.
사루비아
ㅂㅋㅅ
형 얘기듣고나서, 잊어버리지 않게
형 한테 '잠깜만요! 잠깐!' 하고 옮겨 적었어요^^
술에 취해서 박카스와 나누는 얘기들이 스피노자, 니체라니!! 마치 니체 책의 한 장면 같아요!!
박카스는 이런 대화를 어떻게 다 기억하고 있지?? 신기하다.
"거지도 철학이 있다. 고개를 숙이고 손 내미는 것이나 얼굴 안 보여줄려고 하는 그게 철학이라고. 나쁜 철학."
이 부분은 좋아서 손으로 한 번 옮겨 적어 봤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