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5 16:23:09
기어가는 ㄴㅁ
정확하게 정해진 발제 법이 없다는 건, 짐승에서 위버멘쉬로 가는 길처럼 위험하다.
몰락을 경험한 다시쓰기. ;;;;
정신 못 차리겠음.
이거 촘 어려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다시 쓰기. 머리말 4, 5, 6장.
2012. 2. 15. 기어가는 ㄴㅁ
4.
군중이 차라투스트라를 비웃고, 광대가 곡예를 시작한 가운데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을 바라보고는 의아해했다. 그러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짐승과 위버멘쉬 사이에 있는 존재다. 짐승에서 위버멘쉬로 가는 길은 위험하다. 짐승에서 위버멘쉬로 가는 것, 뒤돌아보는 것, 두려워 떨고 있는 것 모두 위험하다.
사람에게 위대한 것이 있다면 변화하는 존재, 변화 가능한 존재라는 것이다. 지금의 것, 지금 보고 느끼는 것, 그 모든 것을 뒤흔들어 볼 수 있다는 사실, 그렇게 몰락해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나는 몰락을 통해, 다른 삶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오직 그런 방식으로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나는 현재의 상태를 경멸하며 끊임없이 거듭나려는 자들을 사랑한다.
나는 몰락의 위대함을 이미 알고, 기꺼이 몰락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을 사랑한다. 머릿속으로 몰락의 이유, 몰락의 근거부터 찾아야 움직일 수 있는 사람보다는.
새로운 상태로 거듭나고자 노력하는 자, 그렇게 자신이 모든 가치로부터 몰락하는 것을 바라는 자를 나를 사랑한다.
나는 새롭게 탄생할 시간을 위해, 지금의 모든 삶, 자신의 모든 접촉면을 들이대는 자를 사랑한다. 그런 자야말로 자신의 위버멘쉬를 고대하고 준비하는 자이다.
자신의 가치, 자신이 스스로 생각한 바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한다. 스스로 창조하는 것은 세상에서 몰락하려는 의지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스스로 만든 길을 가보는 모험하는 자를 사랑한다.
자신의 온 정신을 위버멘쉬를 위해 쓰는 자를 사랑한다. 그런 자는 자신의 의지로 위버멘쉬의 길을 가고 있다.
나는 오로지 자신의 의지와 선택으로 자신의 취향과 운명을 만들어 내는 자를 사랑한다. 세상이 뭐라든, 남들이 뭐라든 자신이 의지하는 대로 살아가는 자를 사랑한다.
나는 깊게 파는 자, 자신의 운명과 뒤엉켜 살아가는 자를 사랑한다.
타인의 인증이나 감탄을 바라지 않고, 그저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해 행하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의도치 않은 행운을 자신이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자를 사랑한다.
의지로 행동하는 자, 자신이 바라는 대로 노력하는 자, 그렇게 새로워지고자 하는 자를 사랑한다.
지금 현재의 충실함으로 과거와 미래를 변화시키는 자를 사랑한다.
나는 사랑하노라. 신에 대한 사랑에서 자신의 신을 꾸짖고 나무라는 자를. 그런 자는 그 신의 노여움을 사 파멸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상처로 자신을 방어하지 않고 상처 그 자체를 응시할 수 있는 자, 세상사에 찌들지 않고 민감하게 세상을 받아들이는 자, 그런 민감성으로 몰락해가는 자를 사랑한다.
나는 사랑하노라. 자신 속에 만물이 드나들 수 있도록 열린 자, 숨 쉬는 자, 만물과 함께 몰락해 가는 자를 사랑하노라.
언어, 글로 배운 것들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느끼는 대로 행동하는 자유로움을 가진 자, 이론과 실제 사이에서 괴리, 소외가 일어나지 않는 자를 사랑한다.
새로운 삶에 대해 설파하는 자, 다른 삶에 대한 조짐을, 자신의 삶으로써 움직임으로써 전파하는 자를 사랑한다.
모든 가치의 전복, 척도 파괴, 새로운 삶으로 향하는 길을 제시하는 자, 나, 위버멘쉬를 보라.”
5.
차라투스트라가 군중을 향해 ‘사랑하는 자’에 대해, 위버멘쉬로 향하는 길에 대해 말했지만 군중은 알아듣지 못했다. 더 요란스럽게, 더 장황하게, 더 번지르르하게 설명해야 했던 걸까? 아니다. 군중의 귀는 일상에 머무르게 하는 설교자들의 언어에 길들여져 있다.
보편상식자들의 삶. 그들의 삶엔 자부심이 있다. 선악이 있고 누구에게나 좋은 가치가 있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교육하고, 교육받은 자로서 그것을 따르며 사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경멸' 자신들이 아끼는 것을 깔보고 업신여기는 것, 자신들이 가진 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보는 자들에겐, 그것을 경멸 당하는 일이야말로 싫은 일이다. 그것은 숭상하는 가치가 파괴되는 것이니. 자기가 믿는 인간에 대한 규정이 파괴당할 때 그것만큼 견디기 어려운 일이 또 있으랴.
이어서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뭉뚱그려진 누군가의 목표가 아니라 자신만의 목표를 가져라. 언제든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삶에 대하여 전혀 인지하지 못 하는, 느끼지 못 하는, 불감의 시대가 올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 깨어있다는 건 타인과 세상과 부대끼면서 느끼는 혼돈, 살아가면서 느끼는 혼란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부딪히는 일이건만, 슬프게도 이것조차 불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무감각한지, 얼마나 죽어있는지, 얼마나 길들여져 있는지 스스로 경멸할 능력도 없는 사람의 시대가 올 것이다.
사랑이 무엇이지? 창조가 무엇이지? 동경이 무엇이지? 별은 무엇이고?라고 말하는 자들, 디오니소스로 충만한 삶에서 눈 돌리는 자들, 난 그들을 인간말종이라 부르겠다. 사는 일에 피로한 자들, 사는 건 다 그렇고 그렇다고 말하는 자들, 좋은 게 좋은 거잖아 라고 뭉개는 자들, 모든 것을 걸고 시도하는- 다른 가치를 실험하는 자를 경멸하는 자들. 그런 피로한 인생들이 곳곳에서 '행복'을 운운하며 주저앉아 살고 있다.
인간말종들은 그저 자신의 안위에 골몰한다. 나, 내 가족, 내 주변 사람들 그들이 주는 일상의 안온함을 바랄 뿐이다. 그들에겐 밑바닥을 들추며 고민하는 것, 산다는 것 자체, 삶의 가치를 의심하는 게 해괴한 일일 뿐이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것, 살던 대로 사는 것이 행복이라 말하는 자들, 그렇게 길들여진 편안하게 살다 죽고 싶은 자들.
그런 사람들은 일에 매달린다. 누구나 일하며 사니까. 일이 없으면 생각과 의심이 많아지고, 그러면 사는 게 불행해지니까, 적당히 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 사람들은 살던 대로 살고 싶어 한다. 옳다고 여겨져 온 것들을 붙들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 한다. 다른 삶은 피곤하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새로운 가치에 따라 사는 것 그 모든 것이 힘들고, 그저 나를 피로하게 할 뿐이다. 새로운 가치의 창조자를 만나기도 어렵고 그저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뿐이다. 낯선 것을 만나고, 혼자서 다른 삶을 상상하고, 의심하는 자들은 정신병원에나 가야한다.
사람들은 다양한 삶의 가능성에 대해 감지하고 있다. 다른 것을 만나고 종종 싸우지만 적당히 해야 한다. 밑바닥까지 내려가 골몰하는 것은 낭비다. 애써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 우스울 뿐. 자신에게 닥친 삶을 즐기며 보내면 그 뿐. 무엇을 더 바라랴.
이쯤에서 차라투스트라의 첫 번째 이야기는 끝났다. 군중이 고함을 치며 그의 말을 막았고, 조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오, 차라투스트라여, 우리에게 그 인간말종을 내놓아라. 우리로 하여금 인간말종이 되도록 하라! 내가 위버멘쉬를 해보이겠다!” 차라투스트라는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조롱하는 이들을 보며 서글퍼졌다. “내가 너무 오래 혼자 산 속에서 지내서 그런 걸까? 말이 통하지 않는 구나. 저들에겐 삶 자체에 대한 고민, 암흑 덩어리 같은 세상의 혼돈, 디오니소스, 심연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 저렇게 날 비웃으며 조롱하고 미워하는구나. 과연 그런 삶이 가능할까,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아니 사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새로운 삶을 꿈꾸냐는 듯, 지금도 마냥 피곤한데 웬 헛소리냐는 듯, 저들의 웃음이 차디차다. 하지만 내 영혼은 흔들리지 않으며 마치 오전의 산줄기처럼 환하다.
6.
바로 그때 광대가 머리 위에 나타나 곡예를 시작했다. 두 개의 탑 사이에 이어진 줄 위를 광대가 걸어가고 있었다. 광대가 가까스로 반쯤 왔을 때, 탑 한 쪽 문이 열리더니 익살꾼처럼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자가 뛰어나와 광대를 뒤쫓아 오기 시작했다. “어서 앞으로. 이 절름발이야.” “어서 앞으로. 이 느림보, 밀매업자, 핏기 없는 화상아! 내 발꿈치로 너를 간질여주기 전에! 여기 두 탑 사이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네가 있을 곳은 저 탑 속이 아니더냐. 누군가 너를 그 속에 가두었어야 했는데. 너는 지금 너보다 뛰어난 자의 길을 가로막고 있단 말이야!”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자는 이렇게 외치며 점점 광대를 쫓아왔고, 한 걸음 정도 거리까지 다가왔을 때 뒤에 있던 남자는 광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 순간 광대는 넋을 잃고 허둥대다 밧줄을 헛디디고 손과 발을 허우적거리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시장터에 모여 있던 군중은 광대를 피해 혼비백산하여 뿔뿔이 달아났다.
차라투스트라는 꼼짝도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바로 옆에 떨어진 광대는 크게 다쳐 곧 죽을 것 같은 상태로 숨이 붙어 있었다. 상처투성이의 광대는의식을 되찾았고 차라투스트라를 바라보았다. “나 오래 전부터 그 악마가 나를 해칠 줄 알았어. 이제 저자가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가는 구나. 차라투스트라 그대가 막아주지 않겠소?” 하지만 차라투스트라는 “미안하지만 악마도 없고 지옥도 없어. 니가 죽는다면 니 영혼이 신체보다 더 빨리 죽어 사라질 걸?”
하지만 광대는 “니 말이 진실이라면 내가 죽는다고 해서 잃을 건 없겠지. 나야 사람들이 매질을 하고, 변변치 못한 먹이를 미끼로 줘가며 훈련시킨 짐승과 다를 게 없으니.
차라투스트라는 그런 자기 비하 따윈 “그만하라.”고 말했다. “니가 천직으로 삼아온 줄 타는 광대라는 천직, 너는 네 천직과 함께 파멸을 맞이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너를 손수 묻어줄 생각이다.” 차라투스트라가 이렇게 말하는 동안 사내는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마치 감사하는 마음에서 차라투스트라의 손을 잡기라도 하려는 듯 손을 움직였다.
좋은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