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네팔.. 어떻하나. 네팔' _ 네팔의 지진이야기

by 어깨꿈 posted Apr 30,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네팔에서 활동하는 노들야학 교사 출신의 근정쌤이 전해온 이야기입니다. '네팔.. 어떻하나... 네팔'




오늘이 나흘째다

오늘 낮에 또 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 집에 잠시 들어갔던 사람들도 부리나케 천막으로 모여든다 집 근처 공터에 천막을 치고 사흘밤을 잤다

 

이틀 째 밤에도 비가 내렸다청년들이 나서서 천막의 끈을 다시 매고 고인 비를 조심조심 쓸어내리며 천막이 상하지 않게 조심하고 있었다 천막이 찢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세월호 기사를 다시 보고 있자니 마음이 더 아팠는데,,,,

그 찰나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데 왜 나는 책상 밑으로 들어갔을까?

나는 마우스를 잡았던 손을 잽싸게 놓고 책상 밑으로 들어갔던 거 같다

갑자기 흔들렸다 이거 뭐야 이거 뭐야 나는 죽는구나 싶었다

책상이 흔들렸고 천정이 곧 무너질 것 같았다

나는 혼자 악을 쓰며 책상 밑에서 린린을 악을 쓰며 린린을 불렀다

사월 이십오일 토요일 낮 열한시 오십분 경토요근무 담당이었던 나는 굿핸즈네팔 건물 사층 사무실 책상 밑에 혼자 숨어 온 건물이 흔들리는 바닥에 엎드려 please를 외쳤다

 

 

린이가 똥이 마렵다고 했다

이틀째 동네사람들 이백여 명이 머물고 있는 천막에서 조금 떨어진 모퉁이에 린이 바지를 벗겨 막앉히려는 찰나천막에서 달려온 썬토스가 번개같이 린이를 낚아 채갔다썬토스는 독수리 같이 빠르게 달려와 린이를 확 낚아채갔다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나도 바로 뛰었다첫날 지진만큼 큰 흔들림이었다시간이 조금 짧아서 우리는 안심했다.

천막에 앉아 여진이 가라 앉기를 기다린 다음 린이에게 똥은 조금 있다 누자고 했더니 엄마괜찮아.’라고 린이 말했다그리고 잠시 뒤 린은 잠이 들었다.

그 다음날린은 두 번이나 똥이 마렵다고 해 쪼그려 앉혔는데도로 일어나고 말더니 세 번째 똥누러 가서야 비로소 똥을 누었다

그 날 밤 천막에서 잠든 린은 엄마아찌 아요(엄마 똥 나와요)라는 잠꼬대를 두 번이나 했다

똥꼬를 막고 똥 나온다고 빨리 바지 벗겨 달라던 아이의 똥

 

아이들은 천막에서 하나 같이 잘 놀고 까분다

삼일째 되던어제는 축제처럼 사람들이 놀았다

여진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햇빛은 나고 바람은 불지 않았다

 

토요일 아침은 정말 음산했다

나는 가방을 매고 템푸를 타고 사무실로 나갔다

10시 출근이었지만 11시에 출근했다싸간 상추를 싸먹고 세월호 기사를 좀 보고 있었다

 

첫날 사람들은 모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방귀를 많이 뀌었다 냄새가 지독했다

뒷날은 좀 정신을 차렸고 잠자리가 정렬되었고 셋째날은 카드놀이를 하는 어른들저들끼리 몸을 굴리며 노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나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먹을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 커겐이 어디 가서 사 왔는지 신라면을 사와 끓여왔다 또 지진이 날까봐 뜨거운 라면 국물은 버리고 면만 조금 먹었다 밤엔 코고는 어른들도 많았다

아이가 있어서 걱정들이 많았지만 아이들이 있어서 걱정을 견딜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잠을 잘 잤다 어떤 아이도 투덜대거나 자리가 좁아 잠을 못잔다고 투덜대지 않았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썹 틱처써버이 틱처엑떰 틱처가 전화를 하면서 많이들 한 말이다

괜찮아요모든 게 괜찮아요 아주 괜찮아요

사실 우리 동넨 정말 모든 게 괜찮았다 참 온순한 네팔 사람들

누구도 큰 소리 내어 불안을 말하지 않았고 섣불리 낙관도 없이 그냥 어 아요 아요 아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온다 온다 온다하면 다들 우우우 하다가 놀란 가슴을 조용히 쓸어내리곤 했다 스물 번 이상은 그랬던 거 같다

 

우리 동네에는 구호물품이란 건 없다 곧 시장에서 야채를 못 살 거 같다고 시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가게에서는 소금을 안 팔려 한다고 한다

 

지진이 멈춘 느낌이 들었다 사무실 천정이 무너지지 않고 멈춘 것이 정말 기적 같았지만 다시 또 흔들릴까봐 무서웠다 사층 사무실에서 무조건 뛰어 계단을 내려왔다

바깥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우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뛰었다 뛰고 있었는데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큰 길로 나왔는데차가내가 타고 다니는 하늘색 마이크로 버스가 오지 않았다나는 다시 뛰었다

갑자기 이 상황이 무엇인지 현실인지 무엇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영화 같았다.

무조건 뛰었다 사람들도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뛰다 푸라노 바네수워로 가는 템푸를 탔으나 얼마 가지 못해 운전수는 차를 틀어야겠다며 우리 모두에게 내리라고 했다 이미 길이 막혀 있었다

사람들은 도로 중앙에 모여 있거나 급하게 뛰고 있었다

집에 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가 한 대 왔다푸라노 바네수워에 가자고 했더니 삼백루피 달라고 했다

무조건 가자고 했다큰길로 가려는 기사에게 샛길로 가자고 했다

큰 길은 이미 막히고 있었다.

샛길로 접어들자마자 갑자기 또 흔들렸다.

나와 운전수가 동시에 내렸다.

 

길 아래 공터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나도 공터로 내려갔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다른 때는 내게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던 사람들이그 날아무도 내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 내가 먼저 물었다

또 온대요?”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세 시간이 캄캄하게 흘러갔다 그 사이 네 번 정도 흔들렸다

무서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까봐 무서웠다

 

네팔 통신은 두절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갔으나 받지 않았다 지진지진지진지진에 대해 좀 더 알아둘 걸아니 안다한들....그 때까지만 해도 박타푸르 집들이 무너지고 순다라 하얀 탑이 무너지고 신두발촉이 무너진 줄을 난 몰랐다 머리가 하얘져서 누구의 전화번호도 생각나지 않았다

 

썬토스가 오토바이를 타고 한 시간을 헤맨 끝에 나를 찾아왔다

썬토스를 보자정말 안심이 되었다 가족을 만나니 정말 거짓말처럼 안심이 되었다

우리 썬토스는 그런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다 이길 것 같은....

 

사람들이 집 앞 공터에 다 모여 있었다

커겐과 썬토스는 린을 감싸 안고 문을 붙잡고 있었다했다

린은 아빠가 이렇게 자신을 안아 주었다며 아빠랑 썬토스 삼촌이 신은 없다고 했다는 말을 이틀 째 되던 날 했다.

그렇게 강한 사람처럼 보였던 썬토스는 지진이 멈추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랬구나 썬토스무서움을 무릅쓰고 한 시간이나 나를 찾아 헤맨 막내 썬토스

 

세상의 그렇게 많은 불행이 나를 비켜갈 때마다 나는 안도했었다

사람들에게 불행한 일이 생길 때마다 내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줄 알았다

 

본부에서 구호활동을 하라는 연락이 왔다

이미 돈도 만달러를 보냈다고 했다

근데나는 지금 구호를 하러 갈 수가 없다

혼자사무실 사층에서 떨던 생각이 나서 아직은 길을 나설 수가 없다

 

인터넷 연결이 될 때마다 사고 소식을 영상으로도 조금씩 보고 있는데너무 끔찍하고 무서워서 못 보겠다 지금은 안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오늘은 천막에서 자는 것이 나흘째인데아직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

 

나흘 째 계속 어머니 아버지가 밥을 해 주시고 썬토스와 라진우리 아가씨 프라바도 따듯한 물밥을 내게 준다 나는 아직 엄두가 안 난다

린을 돌보는 커겐은 내게 한국에 먼저 가는 게 어떻겠냐고 하지만여기 가족이 있는데그렇게 쉽게 돌아가지는 못할 거 같다

 

네팔...어떡하나...네팔

 

 

 

 

소식 듣고 메일로 전화로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행히 저희 가족과 동네는 큰 피해가 없지만 바로 옆 동네가 다 무너졌어요

우리가 놀러갔던 박타푸르 그 오래된 옛집을 보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흙벽돌로 지어진 옛날 그 집이 그렇게 힘없이 무너지고

아마 나이드신 분들이 많이 돌아가셨을 거 같아요

신두발촉은 히말이 아름다운 곳인데 버스를 내려서도 두 세시간은 걸어야 되는 동네라 구호활동도 쉽지 않을 거에요

저도 좀 진정이 되고 집으로 들어가고 나면 무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가족들과 의논도 하고 도움도 청할 수 있을 거같습니다

긴급구호기금이라는 게 정말 뜻 그대로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지 어떨진 모르지만 그래도 모금에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집에서 걸어가도 삼십분도 안 걸리는 화장터, 박머띠 강가 퍼슈퍼티 사원에선 화장터가 모라자 가족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고 합니다

힌두교에서는 사망 후 하루 안에 화장을 해야 좋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빨리 시신을 수습하고 빨리 화장하길 소망하고 있어요

그런데 장비도 없이 손으로 수습하고 있을 네팔 상황 참...어렵습니다

TAG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9 짧지만 좋은 글 jje211 2019.11.22 2353
228 짧지만 좋은글 jje211 2019.11.15 2308
227 앨리스 콜러 - 나는 내가 해온 일을 멈춰야 한다. jje211 2019.10.26 2348
226 [서울예술치유 네트워크] "서울, 예술치유를 상상하다 " 3차 콜로키엄 안내 및 사전신청 jaha7996 2019.10.24 2368
225 우울증 자가진단법 jje211 2019.10.15 2300
224 오늘의 명언 김지아 2019.10.14 2177
223 감기 조심 하세요~ 김지아 2019.10.08 2092
222 기상청 날씨 틀리는 이유 jje211 2019.10.06 2243
221 농장 주인 해외도 안갔는데…'돼지열병' 대체 누가 옮겼을까 나들잎 2019.09.18 2107
220 바람 많이 부네요. 김지아 2019.09.07 2089
219 벌써 9월달 입니다. 김지아 2019.09.01 2016
218 비가 오네요. 김지아 2019.08.21 2046
217 [날씨]서울·경기 최고 33도…남부지방은 비 나들잎 2019.08.20 1997
216 아직도 날씨가 너무 덥네요. 최재후 2019.08.20 1932
215 일본 '안가'·홍콩 '못가'·중국 '막혀'…여행업계 ‘패닉’ 나들잎 2019.08.19 1965
214 장애어린이를 위한 공연 <숨:숲> 안내 안단테아츠 2019.08.13 1981
213 '태풍' 레끼마, 오후 9시께 소멸…크로사, 주중 동해로 나들잎 2019.08.12 1983
212 너무 덥네요. 김지아 2019.08.09 2101
211 매우 강한 태풍 '레끼마' 북상…한미일 기상청, 산둥반도행 예상(종합) 나들잎 2019.08.09 2357
210 태풍 '프란시스코' 6일 밤 남해안 상륙…내륙서 북상 전망 나들잎 2019.08.05 1941
209 다녀갑니다. 김지아 2019.08.05 1858
208 오늘의날씨 나들잎 2019.08.01 1864
207 웹진 [이음] 기사 공유 이벤트! [어서와~ 웹진 이음은 처음이지?] 궁리 2019.06.14 2029
206 [포럼안내] 2019 장애-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포럼 <같이 잇는 가치> file jaha7996 2019.05.15 1885
205 노들야학에 있는 모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file 큰별이될여인 2019.05.10 1839
204 과연 언제쯤 좋아질까요?? 가오리짱짱맨 2019.04.26 1865
203 항상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가오리짱짱맨 2019.04.23 1887
202 항상 감사해야 합니다 가오리짱짱맨 2019.04.18 1863
201 10기 장애여성학교 참여자를 모집합니다! (한글반) 장애여성공감 2019.04.17 1886
200 행복은 나눌수록 두배가됩니다. 바악다 2019.04.17 182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