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후기 -장애학에서 바라본 정신장애

by 손오공 posted Aug 1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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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2 16:02:46


고추장



뒤늦은 후기 올립니다. 현장인문학에 정말 오랫만에 복귀한 데다가 이번 장애학 세미나에 처음 참가했는데요. 역시 그 티가 확 나내요. 후기를 써야 한다는 걸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지 뭡니까. 사실은 세미나 중에도 느꼈어요. 제가 사용하는 용어, 말하는 속도 등등… 이 세미나에 임하는 것 자체가 제게 뭔가 준비 내지 변화를 요구한다는 걸요. 이제 차분히 바꾸어가도록 해볼게요.

지난 세미나는 ‘정신장애’ 문제를 다룬, 야마다 토미아키의 글을 읽었는데요. 사실 정신장애 문제를 자세히 다루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텍스트 자체도 ‘시설’로 상징되는 ‘격리’와 ‘배제’의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었고, 무엇보다 세미나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정신장애 관련된 법이나 시설, 그리고 그 양상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래, 이미 뉴미샘이 자료를 잔뜩 올려주셨네요. 고맙습니다._

제 개인적으로 눈이 갔던 부분은 1995년 일본의 일부 농인 그룹에서 제기한 ‘농문화 선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선언은 농인의 수화를 음성언어와 비교해서 손색없는 ‘완전한’ 언어라는 점을 지적하며, ‘농인’ 집단이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소수자, 마치 하나의 소수 민족인 것으로 기술했기 때문입니다. 제게 ‘농문화 선언’은 소수민족의 탈식민선언처럼 보였습니다. 식민주의 내지 인종주의 문제와 장애 문제를 함께 연관지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예전에 누군가로부터 1980년까지 한국에서는 ‘혼혈’도 장애 범주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인종주의와 장애인차별은 어떤 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개인적 연구과제로 두려고 합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 문제도 제기되었는데요. 우리가 읽은 텍스트의 저자는 일본의 ‘정신병자감호법’이 정신장애 문제를 처음부터 치안의 문제로, 즉 정신장애자를 단속대상으로 본 것을 지적하며, 정신장애가 격리와 배제의 대상이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논의가 우리 나라의 ‘정신보건법’ 문제로 옮겨졌는데요. 자세한 논의를 하기는 어려웠고, 다만 장애인복지법에서 정신장애인이 제외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장애인복지법에는 정신보건법의 대상자와 국가유공자에 관한 지원법률 대상자에 대해 적용에 제한을 둔다고 되어 있다고 합니다. 국가유공자에 관한 지원은 다른 법률에 기초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데, 정신장애인의 경우에는 왜 그런 문제가 생기는지에 대해 논의가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우리의 ‘권리’ 관념이 ‘정신’과 관련된 주체성 인정과 매우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 정신장애인의 경우에는 의사와 같은 전문가, 그리고 가족과 같은 보호자가 권한을 대신 행사하는 데, 권리의 타자, 법의 타자로서 정신장애 문제를 따져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어빙 고프만의 ‘전제적 시설(total institution)’도 여러분들이 공감하는 내용이었지요. 시설에 입소한다는 것은 일단 모든 관계로부터 배제되고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는 ‘무력화의 과정’을 겪게 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에게 박탈한 것을 스탭들이 ‘특권’으로서 조금씩 분배하지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피수용자에 대한 전면적 지배의 장치들이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이견도 있었습니다. 실제 시설에서 개인들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박탈당하는 것도 아니고, 또 그 안에 나름의 저항과 정치가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고프만이 말하고자 했던 것(저는 한나 아렌트가 ‘전체주의’에 대해 말하는 논리와 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만)은 현실이 그렇다는 면도 있지만, 거기서 하나의 이념형을 구축한 것일 겁니다. 그런데 제가 전제적 시설에 대한 반론에서(제가 성험을 기억 못해요^^) 흥미롭다고 말한 것은, 사람들은 그런 전제적 시설에서조차 그렇게 완전히 발가벗지는 않는다는 것, 다시 말해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저항의 시발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는 시설도 알고보면 괜찮다는 말과는 거리가 멉니다. 시설에 대한 저항이 지금은 바깥에서 개입하는 것으로만 이루어지는데(이 경우 해방적 주체성이 형성되지 않고 또다른 대상화의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과 바깥에 연계될 수 있는 뭔가 단초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베델의 집>의 사례를 통해 망상의 표현, 더 나아가 정신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자조그룹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나왔습니다만, 그렇게 심도 있게 논의가 진행되지는 못했지요.
저 개인적으로는 정신병원전폐법을 통과 시켰던 이탈리아의 사례, 특히 저자가 그것의 한계로 지적한 부분을 조금 더 깊이 논의해보았다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신병원 해체를 위한 사회적 환경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의 문제가 시사하는 대목이 많다고 생각해서요.

어떻든 조금 딱딱한 후기를, 뒤늦게 올립니다. 양해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어깨꿈

2013.01.04 01:56:48

정신병원 해체라는 주제 ... 그것이 가능할까요?

아니 그렇게 방향을 잡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저항이 더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정신병원전폐법'이라는 것이 있다니 .. 좀더 공부하겠습니다.


무슨 의미인지도 더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고요 ..


후기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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