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에서 김연숙 선생님과 함께 채만식의 <탁류>를 공부합니다.

by 손오공 posted Jul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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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8 00:09:23


뉴미

 

10월 강좌.jpg

노들과 수유+너머가 함께하는 10월 현장인문학 

현대문학 - <탁류>를 다시 읽는다.

- 채만식 <탁류> (1937~1938)
강사 - 김연숙 수유+너머

 

채만식의 <탁류>는 1930년대 장편소설로, “입만 가졌지 수족은 없는 사람”이라는 ‘정주사’네 가족이 겪는 갖가지 수난사가 주된 이야기다. 몰락한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정략결혼을 하는 현대판 심청이 초봉. 그리고 ‘돈’에 목숨 걸고 사는 아버지 정주사와 초봉의 첫 번째 남편 고태수. 그리고 초봉이를 둘러싼 박제호, 장형보, 남승재 등의 복잡한 남자관계. 자식만을 위해 산다는 초봉의 어머니 유씨. 이 뒤얽힘 속에서 사랑, 불륜, 복수, 도박, 사기, 속임수, 배신, 살인 등등 왼갓 사건사고가 다 일어난다. 얼핏 치정 소설같기도 엽기 소설같기도 한 소설 내용은 그야말로 썩은 물인 ‘탁류’를 보여준다.

한편 <탁류>는 “1930년대 리얼리즘 문학의 대표”라는 평가가 내려져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초봉이 가족의 수난사를 식민지 민중의 수난사로 읽어내거나, 전통적인 공동체가 일제 자본의 힘에 의해 근대적인 시공간으로 변하는 모습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어보면, 정주사네 집안이 살고 있는 ‘콩나물 고개’나 ‘둔뱀이’의 가난한 모습, 은행과 병원이 들어서 있는 일본인 거리, 미두장(쌀값의 차액을 이용해 투기하는 곳), 미곡수탈이 이루어지는 부둣가 등등이 눈앞에 선연하게 펼쳐진다. 이를 통해 식민지 조선의 모습을 그 어떤 역사책보다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탁류>를 다시 펼쳐드는 이유는 그것이 식민지 수난사를 대표하는 문학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탁류>에 등장하는 이들은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을 살아가는 인간군상들이지만, 그들의 삶을 따라가노라면 2000년대 한국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 마주치게 된다. '돈'에 휘둘려서 허우적대는 인간, 욕정(사랑)에 목숨 거는 인간, 도덕이나 윤리를 내세우며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인간, 이상을 좇는다면서 실상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그래서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인간, 자기 욕망에만 매달려 있는 인간……. 자본과 권력에 휘둘리면서 스스로 가면을 만들어 쓰는 사람들은 비단 30년대만 모습은 아닌 것이다.

무릇 고전이란 ‘시대의 통념과 억압을 뚫고 삶과 사유의 눈부신 비전을 탐색한 전위적 텍스트’라고 한다. 그러나 얼핏 <탁류> 속의 인물들은 그 누구도 “눈부신 비전”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저 ‘탁류’ 속에 빠져버린 듯하다. 하지만 그들의 허우적거림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탁류> 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나의 삶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탁류>를 다시 읽는 이유이며, 그 질문을 만들어내는 힘이 <탁류>라는 문학의 힘이다. 


강좌는 10월 8일 목요일 저녁 8시 30분

노들야학 다목적실(거울 붙은 방)에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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