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문학, 권용선선생님 강의를 듣고와서

by 손오공 posted Jul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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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3 07:52:00


규호

 

한 차례 비가 쏟아지고 난 저녁,

비가 와서 일까? 강의 끝나고 뒷풀이에 함께 하려고 싸들고 간 맥주와 안티고네 누나가 손수 만든 부침개를 강의시작과 동시에 풀어놨다. 마로니에 공원의 나무들과 비와 맥주가 함께 한 다소 들뜬 분위기에서 권용선 선생님의 '김영갑, 천 개의 눈으로 세계를 담다.' 강의는 시작되었다.


강의의 시작은 롤랑바르트의 사진을 보는 두 가지 눈에 대해서였다.


사진을 보는 데는 두 가지 눈이 있습니다.

스투라움, 집중해서 보기, 생각하며 보기

푼크툼, 자기 느낌대로 보기, 대화하며 보기

선생님은 푼크툼, 대화하며 보기에 대해 말씀하셨다.

 

사진을 본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눈이며, 세상과의 만남이고, 세상과의 대화입니다.

('나는 또 너는 세상에 어떤 말을 하고 있고, 무슨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사진작가 김용갑은 평생을 눈에 보이지 않는 제주도의 바람을 담으려했고, 평생을 세상과  어떻게 만날까 고민한 작가였다. 그리고 자연과 이야기하고자 했던 작가였다.  


"도시 사는 사람은 자연을 모른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겠다"

"이곳에서는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면서도 대처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작가는 자연의 변화를 읽지 않고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했다. 사진을 통해 풀(草)이 되고 나무(木)가 되고 곤충(蟲)이 되고, 작가는 사진을 통해 자연되기를 행하고 있었다. 또 야생초와 같은 꿋꿋한 하나의 생명이 되고자 했다.

(그래, 자연은 돈을 벌려고 누군가에게 팔아먹는 대상이 아니라 나 그 자체이자 우주 그 자체다.)


"삽시간의 황홀한 자연을 보여주고 싶다. 내가 사진에 붙잡으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들판의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이다.

순간의 찰라, 대자연과 만나기 위해 깨어 있어야하고, 단순해야하고, 외로워야 하며, 부지런해야한다. 온 몸을 던져 자연을 만나러 가는 것 또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것"

'묵조하는 것'


죽기 전 작가는 루게릭병에 걸린 상태에서도 자연 사진을 보며 자연과 메시지를 나누고자 했다. 자연이 되는 것, 온 몸을 던져 자연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 끊임없이 자연에게 묻고 또 묻는 것.

(끊임없이 세상에 묻고 또 묻는 것!)

 

선생님의 강의가 끝나고,

작가의 제주도의 바람을 담은 사진들을 보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마로니에 공원에 모여있던 인파들은 비를 피해 어디론가 향했다.   그 와중에도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슬라이드로 비춰지는 제주도의 바람을 담은 사진들을 봤다. 점점 바닥에 물이 차서 자리를 좁혀가며 사진을 봤다.


비가 더 세게 쏟아졌다. 하지만 비를 피하고 싶진 않았다. 하나의 날 식물이 되어 비를 느끼고 싶었다. 나 혼자만의 기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이고, 난감하네요. 어쩌죠. 선생님

교장선생님: 술이나 한잔합시다. 자연을 느끼면서.

비가 한창 몰아쳤을 때 교장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마음에 담긴다.


비는 곧 그쳤다.

어떤 비에도 흔들릴 것 같지 않는 들판의 풀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들었던 강의는

나에게  강렬하고 선명한 사진으로 담겨져 왔다.



댓글 '2'

2009.07.03 21:44:20

정말 가고 싶었는데...흙~

규호군 생생한 후기 고마와요ㅎㅎ


케이

2009.07.06 01:59:24

스트라움,은 머지? '스투디움'이라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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