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9월 17일과 18일에 대한민국 정부보고서를 비롯하여,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서 및 시민사회계의 민간보고서(2개의 연대단체와 4개의 단일 단체 보고서)를 검토하여 지난 9월 30일 위원회의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를 채택하였다.
위원회가 채택한 최종 견해에 따르면, 위원회는 대한민국 장애인의 개인적인 욕구에 따른 복지 및 서비스제공을 위한 기본적인 틀의 부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의료적 모델에 입각하여 서비스의 자격에 제한을 두고 있는 장애등급제를 재검토하여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들의 욕구에 맞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를 권고하였다. 이 내용은 장애등급제 폐지 및 개인별 맞춤형 복지 서비스 제공을 요구해 왔던 KDF의 입장 및 KDF가 UN에 제출한 민간보고서의 내용과 일치한다.
특히 UN장애인권리위원회가 대한민국 정부에 장애등급제를 재검토하고, 장애인 복지 서비스의 체계 개편을 주문한 것은 그동안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투쟁하던 모든 장애인들의 희망을 UN장애인권리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10월 24일 현재 795일 간 광화문에서 노숙을 하며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해 왔던 장애대중의 목소리는 대한민국을 넘어 국제적인 이슈로 성장하게 되었다.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최종 견해 중 장애등급제 재검토 의견 이외에도 사실상의 부양의무제의 폐지 촉구, 활동지원 서비스 확대 등 지역사회 서비스 확충, 성년후견제를 대신할 수 있는 조력 지원 시스템 마련 등 KDF가 민간보고서를 통해 개진한 의견들이 다수 포함되었다.
그러나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최종 견해에는 장애아동, 인식제고, 접근성, 이주 및 국적의 자유, 이동권, 교육 등의 조항에 대한 KDF 민간보고서 의견이 채택되지 않았다. 또한 수화 언어 지원 법률 제정, 장애인연금 액수 인상 등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정책 제안도 일부 내용만 반영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최종 견해에는 한국 정부가 그동안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던 장애인 복지 서비스 개편 문제, 부양 의무제 폐지 문제, 성년후견제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적인 시스템 마련 문제 등을 한국의 장애인계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 최종 견해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는 장애인 등급제와 부양 의무제를 폐지하고,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적절한 수준의 생활 보장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성년후견제 운영 문제, 정신장애인의 강제 입원 문제 등에 대해서는 보다 빠른 시일 내에 보완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UN에서도 인정하고 있듯이 이 제도는 UN장애인권리협약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의 장애인들도 반대하고 있는 사안들이다.
한편,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최종 견해 공개 이후, 보건복지부 관계자는“위원회의 권고가 의무나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반영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개선할 것”(연합뉴스 10월 6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관계자의 이러한 발언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협약 이행에 대한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로서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이하 협약)은 국내에서 법적구속력을 갖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법이다.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법을 이행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미이행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중장기적인 UN장애인권리협약 이행 계획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KDF는 대한민국 정부가 위원회의 최종 견해를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지 않고, 법률을 준수하지 않은 심각한 상황으로 간주하기를 바란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는 UN장애인권리협약의 실효적 이행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2014년 10월 24일
한국장애포럼(KDF)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