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별 거 아니다' 모임이 일단락 될 무렵 백구라는 친구가 방울형과 함께하는 책읽기 모임에 왔어요. 활동보조하는 날 찾아와서 함께 책을 읽었어요. 백구는 형과 나에게 아는 작가들도 소개해주고 그랬죠. 베이컨, 카라워커, 많이 소개해줬는데.. 이름이..^^; 방울형과 동화를 더 많이 써서 문집처럼 묶어보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어떻게 표현할까를 두고 백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잠시 떨어져있다가 이번에 ‘별 거 아니다’ 모임을 다시 시작하면서 함께 하게 되었죠. 백구가 함께하면서 여러 작품들도 알게되었지만 작품을 만들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옆에서 보게되었어요.
방울 :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런 작품.. 뭔가 있는 것 같다가 실제로 보면 아무것도 없는거지..
박카스 : 형, 그거 잘해야지 될 것 같은데요. 잘못하면 확 짜증을 일으킬 수 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방울 : 무라고 해야지되나?
박카스 : 무라..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깨달음을 주는 그런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거죠?
방울 : 그래, 그렇다는거지.
백구는 매 주 이야기거리나 놀거리를 가져와만나자고 했어요. 작품을 만들어보려는 백구의 노력에 기대도 됐습니다. 과연 이렇게 만나 무엇이 만들어질까 하고요.
첫째 날, 허리수술로 병원에 있던 형은 모임에 적극적이기가 힘들어보였어요. 첫날엔 서로 어떤 곳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박카스 : 형, 당분간 작품을 만들어보는거 어때요? 우선 여러 이야기거리나 놀이거리들을 가져와보면서요.
방울 : 그래, 해보자. 한 두 번 해보는 것도 아니고!
11월10일. 현장인문학 시간에 함께 공부하는 상희누나가 이 날 함께했습니다. 백구, 나 그리고 병원에 있던 방울형이 외출을 해서 만났지요. 병원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습니다. 전 날 1시간 정도 물색을 하여 이동이 가능하고 문턱이 없는 카페를 찾았놨어요.
백구가 만든 영수증 집을 카페 테이블 앞에 놓고 서로의 주거 이야기를 함께 했습니다. 이 날 서로의 자립생활 경험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도 나네요.
'아무래도 여자 혼자사니까 불편한게 있죠. 계약할 땐 몰랐는데 장애가 있다고 하니까 주인도 불안해하고요. 동네에 나가면 동네에 장애인이 살면 집 값 떨어진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더 많이 살아야 이런 말들이 없어질텐데.. 나와살면서 직장도 갖게 되었어요. 일하는 곳은 근무환경을 맞춰주는 편인데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스스로 화가 날 때가 많죠. 또 전화로 주문을 받아서 현수막을 만들어야하는데 직접 전화를 못 받으니까 뭔가 만들기에 곤란한 경우도 있고요. 그래도 이렇게 일하면서 자립생활하면서 사는 게 좋긴해요.‘
‘지하방에서만 살았다. 나도 이제 지상으로 좀 올라가고 싶다. 빗물 떨어져도 물 샐 걱정 좀 안하면서. 그래도 시설에서 사는 것보다는 낫겠다싶지만 주거문제가 참 큰 것 같다. 뭐 혼자서 못 움직이니까 어떻게 살아. 활동보조 없는 사람은 지하철 타고 다니고 이런 거 꿈도 못꾸지. 거기다 부모하고 엮여있으면 수급비도 안 나오니까 단칸방 마련은 꿈도 못 꿔요. 시설가라는 소리지 뭐.’
‘혼자 살아요. 아무래도 좁은 곳에서 붙어사니까 옆 집 사람과 여러 사생활의 소음을 공유하죠. 그래서 불편한 것도 있죠.’
‘잠귀가 예민한 편인데 공동주거는 또 그런데로 했어요. 아는 사람 소리가 더 민감하게 들리는 것이 있긴해요. 이거 누구 소리다 싶으면서 들리는 게 있죠. 그러다가도 잠을 잘 수 있게 살 궁리를 찾기도 하고, 몸도 조금 바뀌기도 해요. 저 소리는 누구 소린가보다 지금은 자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같이 산다 생각에 누우면 잠이 오기도 하고.. 좀 짠한가? 나름 대견해했어요^^ 소음보다는 오히려 그 공간에서 뭔가를 시도하는게 불가능하다고 여기거나 그런 불편함을 말할 수 없다고 여기게 되는 관계 때문에 힘든게 더 큰지 모르겠어요.’
이 날은 방울형이 있는 병원에서 만났어. 병원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형은 이 노래를 소개했지.
방울 :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가 죽을 것을 알고는 아버지한테 화를 내는 부분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때 나오는 노래야. 이 노래 자주 듣고 있어.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말아요~ 가버린 날이지만 잊혀지진 않을 꺼예요.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첫 눈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말아요~ 가버린 날이지만 잊혀지진 않을 꺼예요.
생각나면 들러봐요. 조그만 길 모퉁이 찻집. 아직도 흘러나오는 노래는 옛 향기겠지요.
**에게서 온 편지
얼마 전에 욕실에서 넘어진 적이 있어요. 욕실 바닥이 지면보다 조금 높게 되어있는데 바닥에 비눗물이 묻어있는 상태였나봐요. 슬라이딩을 해서 머리가 뒤로 젖혀질 정도 꽈당 넘어졌죠. 정강이에서 무릎까지 살갗이 찢어지고 피가 흘렀죠. 너무 놀라서 한 5분동안은 아픈 것도 몰랐어요. 그러다 조금 나았는지 통증이 느껴져 한 10분동안 다리를 쥐어싸매고 이리저리 뛰다녔어요. 곧 있으니 아픈 것은 좀 나았어요. 다리엔 시퍼렇게 멍이 들었구요.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고 한 달 정도가 지났어요. 이제는 상처도 흔적만 남은 정도가 되었죠. 그런데 끈덕지게 붙어있는 것이 있었어요. 욕실만 들어설 것 같으면 ‘너 죽을 지도 몰라. 너 죽을 지도 몰라.’ 곧바로 생각이 떠오르는 거예요. 욕실 바닥에 있던 비눗물도 깨끗이 닦고는 했는데 도저히 슬리퍼를 신을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됐죠. 괜히 슬리퍼가 미워지기도 했어요. 저 미끄럼 방지도 없는 슬리퍼! ‘저 슬리퍼가 날 죽일 지도 몰라. 죽일 지도 몰라.’ 놀라긴 많이 놀랐나봐요. 누구를 만날 때도 어디서 옮겨붙었는지 생각이 따라붙는 거예요. ‘죽을지도 몰라. 죽일지도 몰라.’ 그런데 어느 날 묻게되었어요. 사실은 죽어본 적이 없구나. ‘예전에 죽어 본 경험이 있어요.’ 라고 가끔 말하기도 하지만 거짓말이었구나. 고개를 숙여본 적은 있어도 정말 죽어본 적 없구나. 그렇게 ‘죽을 지도 몰라, 죽을 지도 몰라.’ 딱 그 생각만큼만 죽는 거 아니야? ‘죽을 지도 몰라. 죽일지도 몰라. 죽을 지도 몰라. 죽일 지도 몰라.’ 딱 그만큼만. 딱 그 생각만큼만.
비눗물을 한 번 더 닦았어요. 그래, 또 넘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엔 내가 모르는 일들 투성이니. 그래도 이제 비눗물과 슬리퍼가 다리 한 짝과 만나면 넘어진다는 걸 알았어요. 비눗물이 흐르지 않게 바닥을 청소하고 미끄럼 방지 깔개를 바닥에 두었고요. 그럼,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백구 : 말로 하지 않아도 몸으로 나타나는 언어들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어요. 눈을 바라보는 것만 해도 오고 가는 것들. 눈을 옆으로 이렇게 오가는 것을 통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을 줄 수 있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있다는 것이죠. 몸짓이라든지. 신체 일부분 중에 어느 한 부분만을 찍어서 해도 좋고. 몸으로 뭔가 표현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방울 : 딱히..
백구 : 몸에 대한 생각은요?
방울 : 예전에 어디 놀러간 적이 있어요. 노들에서 같이 그때 나는 유난히 몸에 좋은 것들을 많이 샀었어요. 건강음료라든지, 건강식이라든지.. 내가 건강을 잘 챙기는 편이거든요.
백구 : 방울형 연극했었다면서요. 몸으로 표현하는 거요!
방울 : 음.. 얼굴로만 뭔가를 말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백구 : 오!
낯설게 만나 하나의 목표 없이 모인 세 사람이 함께하는 데 배가 안전하게만 항해할 수 있었을까요!^^ 그런데 어떻게 신기도 하죠? 이래저래 앙상블을 이뤄가며 티격태격하며 이번엔 그림자극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리고 방울형의 첫 단독 창작동화가 나타나기도 했어요.
방울 : 근데 빈대랑 벼룩이랑 다르냐? 검색한 번 해봐.
박카스 : 다르네요. 벼룩이 사람 몸에 있는데.. 빈대는 피를 안 뽑는데
방울 : 에이, 빈대라고 해! 은유 몰라?
백구 : 그럼, 빈대가 박카스.. 몸이 방울형?
박카스 : 왜요!! 내가 왜 빈대야..
방울 : 니가 빈대해라.
그렇게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빈대 이야기를 만들어봤어요.
방울 : 빈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온 몸에 알을 뿌리고 다닌다. 사람 몸에. 사람 몸이 빈대의 번식의 공간이니까. 이 사람은 가려워한다. 빈대는 자기가 피해주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 삶의 방식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 빈대는 옮겨 다닌다. 옮겨 다닐 곳을 찾다가 물었다. 이 사람은 때리겠지. 그럼 빈대는 어떻게 될까. 삭 피했어. 그리고 빈대가 알을 깐다. 그렇게 계속 다른 빈대들이 알을 깨고 나왔어. 가렵겠지. 이 사람은 목욕을 해야겠다. 물이 튈 것이다. 빈대는 눈썹위로 올라가겠어. 다시 귓 속으로 들어가야겠어. 목욕이 끝나고 빈대 종족들이 사라졌다. 빈대는 알을 또 뿌려.. 알을 또 뿌려.. 또 긁겠지. 알이 퍼지고 있어. 빈대들이. 속도가 더 빨라져가지고 움직인다. 그러자 사람은 가만히 있을 것 같은데. 근지럽고 그런 건 이제 모르게 된다. 빈대와의 동거가 시작된거지. 그럼 몸이 어떻게 될까. 맨날 옷 벗어가지고 잡고 있겠지. 빈대가 많아지니까 어떻게 될까. 온 몸이 빈대고 포기했어. 빈대와 같이 사는 방법을 알게 돼간다고 해야지되나. 무의 세계로 들어가야되지않나. 빈대는 하얘. 근데 빨개지겠지 뭐. 피를 많이 뽑아먹어서. 피해주며 사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마찬가지 우리는 누구에게 서로서로 피해를 주며 살고 있지 않은가. 이런 말을 해보고 싶은데.
이야기는 구성만 완성되었죠. 백구가 오브제도 준비했으나, 방울형의 건강악화로 통과~
11. 24
형 퇴원 후에 고추잡채에 소주 한잔 했어요. jan svankmajer의 작품을 함께보면서요.
방울 : 이게 무슨 동화야! 이건 잔혹동화잖아~~
백구 : 형 애기먹는 동화가 더 잔인해요..
신체 부분들을 스캔 해보기도 했죠. 주름, 귓 속, 손 모양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발생!
백구가 보기에 뭔가를 함께 만드는데 방울형이 도통 적극적이지 않았던 거예요. 백구는 방울 형에게 진지하게 적극적으로 함께하자고 부탁했어요.
백구 : 각자 하고 싶은 것도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리고 새로운 것들을 함께 하는 것이 너무 낯선 것도 알 것 같애요. 그런데 그래도 이걸 해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거나 좀 더 뭘 해보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전혀 뭘 더 해볼 수 없어요. 내가 보기에 지금 진행했던 것이 계속 skip skip 되고 있단 말이예요.
방울 : 나도 적극적이지 않다고 생각을 하는데 규모가 이 정도 큰 규모인지를 몰랐던 거야. 내가.
박카스 : 셋이 만드는 것에서 기대되는 것이 있어요. 다만 형에게 적극적 것이랄 만한 뭔가가 부족한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그럴려면 내가 동화 쓰는 준비는 좀 더 했어야 했던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함께 만드는 것에 형도 자기 작품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오면 좋을 텐데 그게 좀 잘 안 되었던 상황도 있던 것 같아요.
백구 : 형, 동화작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죠?
방울 : 그렇지. 있긴 있지.
백구 : 동화를 쓰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그러면 스스로 도전해야할 부분들이 있는 거잖아요. 아니라면 모르겠지만요.
그렇게 2주가 지나 방울형을 다시 병원에서 만난 날,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가면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말과 그림을 섞어 가면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도 나왔고 ‘남들은 모르는 나의 신체의 멋진 부분을 가면으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도 나눴죠. 혹은 ‘남들은 모를 자기도 모를 멋진 모습, 형태를 가면으로 만들면 어떨까’ 라는 아이디어도 나왔어요. 다중인격 가면을 만들고 싶다는 의견도 나왔고, 얼굴은 어떤 말들과 함께 하고 있지 않냐고 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가면에 담아보면 어떻겠냐고 말하기도 했죠. 그 다음 주 나는 이 날 함께 못 있었는데 형은 독특한 선으로 가면을 만들었고 백구는 광기(?)의 가면을, 정천쌤은 세 얼굴의 가면을 만들었어요.
- 형, 자화상 인듯!
정천쌤점가면, 세 얼굴의 가면 - 정천쌤 작
정천쌤 : 일요쌍문회 재밌어요~
백구의 광기의(?) 가면
그 다음 주에는 나와 방울형이 즉흥적으로 그린 그림으로 가면을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박카스 : (이렇게 네모를.. 너..무.. 신중한 한 수..)
방울 : 성을 쌓는거지..
박카스 : 이렇게 막으면요, 이렇게 막으면요,
- 충동의 브리콜라주
이렇게 가면을 만드는 도중 방울형은 선 긋는 것에 느낌을 받았죠. 형은 몇 번 더 형만이 그릴 수 있는 독특한 선들을 그렸어요. 집에서도 몇 번 연습을 해봤다고 말로는 들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 주 백구와 방울형 간의 작품이 만들어졌죠. 짠! 만들어진 또 하나의 사건!
방울 : 내가 그림을 좀 그려봤어. 아무래도 내가 (선으로) 각을 잡는 것에는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백구 : 호식이형, 새해 건강하세요..
방울형이 물병을 보고 그린 그림에 백구가 해를 담갔다. 자꾸 보니 형의 선이 쬐끔 매력이 있는 것도 같아요. ㅎㅎ 이 날은 <가장 푸른 눈> 을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죠.
어느 때부터 백구와 방울, 박카스는 무언가를 만들며 함께 지내왔습니다. 함께 무얼 만드는 동안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만나는 것이 좋고, 그런 공간을 찾기 위해 미리 장소를 물색했어요. (집은 아무래도 쳐지는 감이 있어요. 노들까지 나오는데 피로가 쌓여서 오히려 작업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근처 카페는 문턱이 없는 곳은 이곳 뿐 인데..) 또 몇 시간 이상 집중된 것들을 했을 때 어떤 신체는 급속히 피로도를 느낀다는 것을 서로서로 소통하기도 했습니다. 서로의 신체에 요즘 어떤 일들이 함께하고 있는 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알고자했습니다. 알아야했어요. (백구는 이번엔 어떤 만들고 싶어하는 구나. 박카스는 이걸 하고 싶어하는구나. 방울형은 이걸 하고 싶고 해야하는구나.) 그리고 만남에 있어 어떤 태도에 있어서 화를 내기도 하고 그것이 좋은 건지, 그래야했던건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결코 형을 위축되게 할 생각은 없어요. 그래도 뭔가 같이 하겠다는 생각은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서요.) 하나의 목표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살아온 어떤 신체와 어떤 신체가 만나 무언가를 함께 만들며 지낸다는 것. 그렇게 무언가를 만드는 동안 우리는 서로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고자 했고, 함께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고민했고, 부딪쳤고, 지내봤어요. 그렇게 때론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없어서 힘들어도 했습니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서로의 좋아하는 것들이 옮겨붙어 놀라기도 했어요. 물론 짧은 시간이었고, 작은 것들이었지만 그렇게 함께 지냈습니다. 호호호.
몇 년 사이 나는 경제적으로는 가난하지만 무언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며 지내는 친구들과 연대하며 지냈습니다. 멋져만 보였는데 알고 지내니 이들 삶에 부딪치고 있는 것들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먼저 무엇을 만들 때 필요한 돈이 그랬는데요. 이번에는 정부지원금을 받고 별 거 아니다를 진행했는데 그러다보니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어요. 지원금을 주는 정부관계자들은 나름 유연하게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알고자 하는 범위가 한정적이어서, 또 알고자 해도 공무라는 이유로 함께하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이 명확해보였습니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그 시선이 자꾸 만들고자 하는 것에 들어오게 되니까 돈보다도 ‘내가 왜 이렇게 해야하나?’ 질문을 하게 되구요. 물론 돈 따로 작품 따로 갈 수 있지만 옆에서보니 피곤하기 짝이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육체적으로 뿐 만아니라 정신적으로. 고흐나 고갱이 왜 공동체를 만들려고 했는지가 감이 오더군요. 경제적 이유 뿐 아니라 자기 영혼을 위해서라도요. 물론 어떤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움직이려했던 분들에게 질책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만 상황은 그랬습니다. 한편 생계도 생계지만 함께 하는 방울형에게 그래도 이건 ‘사업인거지?’ 라고 들었던 말이 머리에 남습니다. 프로젝트로 살아야하는 가난한 생활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소외되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간의 연대가 돈에 포획되는 것은 바로 이런 지점이구나 싶었습니다. 한탄과 핑계는 여기까지고, 책을 열심히 읽어가야겠습니다. 활동보조에서 짤리기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