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조금씩..
모여서 광화문 농성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
11월 20일.
벌꿀누나가 말을 꺼냈어. 농성장을 꾸리고 찾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어. 그래서 그동안 농성장에 찾아가고 했나봐. 다시 만나 이야기를 들었을땐 누나는 웃으면서 말했지. 광화문 농성장의 경우는 오는 사람들이 바뀌고, 사람들도 자기 할 일들이 따로 있는 것도 같고, 필요한 동선이 있어 보인다고 말이야. 당장의 현안들이 빠르게 돌아가고. 아마도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뭔가를 같이 만들어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애. 그리고 몇 일이 지나 만나 누나에게 들었던 말이야.
벌꿀 : 고민이 좀 되요.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재연의 글씨인데.. 재연의 글씨가 효과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아쉬웠어요. 뭘까.. 장애등급제나 부양의무제폐지를 알리는 대자보나 물건들이 있는데 뭔가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디자인에 대한 문제일까? 아니면 지하철이라는 공간의 문제인건지, 재료의 문제인건지... 뭔가 아쉬웠어요.
또 농성장의 물건들을 좋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농성장의 상황을 무시못하는 거잖아요. 재정적인 상황도 있고요. 오늘 농성장에 가보니까 날씨가 너무 추운데 플라스틱의자가 너무 차가운 거예요. 그러면 방석만 있어도 되잖아요. 그런데 농성장에는 플라스틱 의자를 차곡차곡 쌓을 수 밖에 없는 상황 같은 것이 있는 거잖아요. 책상의 위치라든가, 선반을 만들어서 수납을 용이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긴해요. 한편으로는 농성장의 생태계를 교란할 수는 없는거다 싶으면서도 그러면 기껏 이쁜거 만들어서 붙이는 것하려고 온 건가 싶기도 한 거죠. 그게 뭐야. 색깔바꾼다고 뭐가 달라져 싶기도 하고.. 예쁜게 다가 아니야 하면서도 이쁜게 다지 뭐 하기도 하고.
농성장을 찾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누나의 생각이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폐지의 중요성을 어떻게 잘 전할 수 있을까? 농성장을 어떻게 좋게 만들 수 있을까? 로 옮겨왔을 때 다른 친구들이 이야기하기 시작했지. 정천쌤은 농성장의 분위기가 너무 무겁다는 이야기를 했어. 정천쌤은 나도 장애인이지만은 야학 사람들을 알기전에 농성장은 그냥 지나치는 곳에 불과했다는 거야. 여기서 같이 공부하고 싶어서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친하게 되서 여기 이 문제가 중요한 건지 알게 된 거지, 예전에는 농성장은 무서워서 빨리 지나치셨대. 그래서 농성장을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말하셨어. 그러니 백구가 이렇게 말했어.
백구 : 왜 그곳은 예뻐야하는거죠? 누굴 위해서? 그곳은 농성장이잖아요. 불편한 지점이예요. 불편한 논쟁지점이예요.. 불편하자고 하는 것인데 보는 사람 좋자고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건가요?
혁종씨는 이렇게 말했지.
혁종 : 농성장이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익숙하다는 거지. 더 그냥 지나간다는 거지. 그냥 불편하고 만다는 거지. 농성장을 풍성하게 한다고 할까. 울분과 분노도 있는 반면에 함께할 수 있는 면들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거지.
로맨스조는 광화문 농성장의 장례식단은 가던 자기의 발길을 탁 멈추게 한다고 말했어. 그러면서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농성장에서 나타나는 형태들이라고 말했지. ‘그 말이 뭘까?’ 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잘 들어보니 농성장자체에서 드러나는 모습모습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이 외침이 농성장의 사람들,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잘 드러내지 않겠느냐 하는 거야. 구호나 슬로건도 중요하지만 그 공간이 주는 어떤 매력이나 힘들이 사람들이 ‘이곳이 어떤 곳이구나’ 알게 해주지 않겠냐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나도 ‘그래요, 여기 농성장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무언가를 알아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했지. 며칠이 지나고 로맨스조와 벌꿀누나 농성장에 분리수거함을 만들기 시작했어. 그런데 주말에 우연히 같이 사는 달리에게 로맨스조가 광화문 농성장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 ‘어떤 공간에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의 형태를 그리고 만드는 것은 또 그렇게 서로 섞여가는 과정이겠구나’ 생각이 들었어.
1월 8일.
다시 모여 농성장과 현장에 대해 이야기했어. 그동안 여러 농성장을 오간 친구들도 있어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 유미쌤은 두리반, 마리, 두물머리는 사건이 일어났던 곳으로 사건과 함께 하는 매력이 ‘그곳으로 사람들을 모일 수 있게 했던 것이 아니었는가’ 하고 말했지. 그래서 그 장소가 가지고 있는 사건성이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한 것이 아니었는가 말이지. 사건이 일어난 장소와 현장성을 이야기하자 ‘그렇다고 광화문 농성장이 매력적이지 않냐?’ 이건 또 다른 이야기라고 로맨스조는 말했어. 지하철이라는 공공공간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고 만들고 싶은 사건들이 많다고 이야기했지. ‘공공기관이라는 지하철에 사기업들은 하나 둘 씩 들어오는 데 자전거 수리공간 같은 것은 하나도 없죠. 공공은 뭐가 공공이죠? 장애인의 삶의 불편을 해소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곳의 농성장은 어째서 눈초리를 받아야하는 거죠. 그리고는 공통적으로 공간에 대한 해석이 얼마나 풍부할 수 있게하느냐가 그곳의 공공성, 그 공간자체가 만들어내는 힘 아니겠냐고 말했어. ‘농성의 태도’라는 작품과 함께 로맨스조와 벌꿀누나는 그렇게 분리수거함을 완성했어. 어찌보면 이것은 로맨스조의 생활감각이 적극적으로 농성장 속으로 들어갔다고 볼 수 도 있지. 농성장의 명희쌤은 분리수거대가 참 좋다고 하셨어. 재밌고 좋다고.
로맨스조 : 네에, 농성장에 분리수거대를 만드는 것도 나도 그냥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예요. 내가 회의도 들어가고 농성장도 찾고, 여기는 어떻게 되어있나 알고하니까 저절로 내가 이제는 턱하니 여기서 뭘 할 수 있겠다 싶으니 하게된거죠. 당분간 이 공간에서 그렇게 지낼 수 있게 된거죠. 뭘 만들면서.’
광화문역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농성장의 분리수거함. 편의시설이 아니라 어떤 삶의 방식이, 어떤 감각이 공간에 놓이는 것을 봤어. 무언가를 만들며 살겠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한 없이 고개를 숙여야하는 일일텐데, 어떻게 누군가에게는 차분히 알고자 걸어들어갈 때 가능한 일이었을까. 왜 누군가는 잘 살고자 할때 이 조직이 어떻다 말하고, 누군가에게는 어떻게 사는 사람이 있고 그래서 무엇을 만드는게 좋겠다고 말하게 하는 걸까?
이슷트
2014.01.26 14:32:00
푸하하. 완전 재밌다. <월간 농성과 생활> 작명.
포털싸이트 인기 있는 웹툰이나 연재글 보면, 선리플 후일독 있던데
그들이 왜그런지 좀 알겠어요.
핫핑크 방울 달린 저 모자 쓰신 저 분 내가 아는 분 같소ㅎㅎ
이제 일독하러 가야지 ~
(이렇게 촐싹거렸는데, 진중한 내용이면 어쩌나 싶고)
숨
2014.01.26 16:28:23
나는 제목은 보지도 않고 쭉 읽다가 마지막에서야 <월간 농성과 생활>이란 말을 발견하곤 기발하다 감탄을ㅋㅋㅋ(이슷과 나의 홈페이지 독법이 다른가봐)
편의시설 대신 삶의 방식, 다른 감각이 공간에 놓인다는 말도 좋아요, 아닌 게 아니라 이 글 읽는데 로맨스조 표정과 벌꿀 언니 목소리가 생생하게 보이고 들려요ㅡ
숨
2014.01.26 16:28:23
나는 제목은 보지도 않고 쭉 읽다가 마지막에서야 <월간 농성과 생활>이란 말을 발견하곤 기발하다 감탄을ㅋㅋㅋ(이슷과 나의 홈페이지 독법이 다른가봐)
편의시설 대신 삶의 방식, 다른 감각이 공간에 놓인다는 말도 좋아요, 아닌 게 아니라 이 글 읽는데 로맨스조 표정과 벌꿀 언니 목소리가 생생하게 보이고 들려요ㅡ
1212
2014.05.19 20:5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