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세미나 후후후기

by 손오공 posted Aug 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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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3 02:59:39


캉여사님 



안녕하세요. 지난주 세미나 후기를 이제서야 올리네요 죄송함미다.... ㅜㅜ 


역시나 기억이 흐물흐물....ㅜㅜ 제가 가졌던 질문들만 남기고 증발해버린 것이.. 이를 어쩌지;

우선 제 기억에 남아있는 것 위주로 남기겠습니다. 



1. 


-  저는 ㄴㅅ님네 조였는데요, 이날 저희 조 발제는 러브조님이었습니다. 


"관계의 면에서 장애의 원인을 사고하는 것, 즉 사고의 이미크한emic 범주와 선천적 또는 후천적이라는 견지에서 장애를 사고하는 것, 즉 사고의 에틱한etic 범주라고 불릴 수 있는 것 사이의 관계에 대해 명확히 하는 것이 적절할듯하다. 

직관적으로 사람들은 ‘선천적 장애’(에틱한 범주)는 ‘신에 의해서 야기된’(이미크한 범주)것으로 사고하는 것이 적합하고, ‘후천적 장애’(에틱한 범주)는 ‘마법을 통해 인간에 의해서 야기된’(이미크한 범주)것으로 사고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많은 경우에 사실이지만 언제나 이러한 견해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선천적 장애가 관계의 견지에서 해석되는 분명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 '이미크하다'와 '에틱하다'가 대체 무슨 뜻이지? 라는 물음을 던졌으나 두 개념에 대한 시원한 풀이는 하지 못하고 전체적 맥락만 짚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전 아직도 아리까리하네요; 



2. 


이 책을 읽으며 제게 가장 인상깊게 와닿았던 부분은 이 책의 첫번째 단락이었습니다. 


"한 사회는 어떤 중요한 현상들을 다루는 방식 속에서 스스로를 드러낸다. 장애는 바로 그러한 하나의 '현상'이다. 문화적 관점에서 장애를 고찰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어떤 한 사회에서 장애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장애를 지닌 사람의 지위는 그/그녀가 살고 있는 문화 내에서 어떻게 결정되는가? 어떤 사회에서 장애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이슈들은 무엇일까?"


사회에서 어떠한 '현상'이(이 부분에서는 '장애'라는 현상이) 드러날 때, 그 현상은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가?

그로인해 어떠한 것들이 '이야기'되어지고 있는가? 

곱씹을수록 이 물음들이 흥미로웠습니다. 


시대마다 공간마다 장애는 달리 해석되고 있습니다. 

송계족에서는 장애를 부족사회 내 관계의 문제로 바라보고,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관계 회복의 계기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저는 장애에 대한 이러한 관점이 한편으로는 그 부족사회 내 통치체제로서 작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이 사회에서 장애라는 현상은 어떻게 드러나고 있으며, 장애는 어떻게 이야기되고 있나? 

한편으로, 장애계 내에서는 장애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가? 


사회의 단편적 하나의 현상에 불과한 장애가 사회 전체를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가? 

예를 들면,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장애인이 제외된다는 이 하나의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애인은 노동으로 잉여생산물(? 잉여가치? 정확한 용어가 뭐지ㅠㅠ)을 만들어내지 못하니깐 애초에 그 대상에서 일찍이 배제된다는 걸까. 

즉, 지금 이 세계가 '자본주의' 사회니깐 '장애'가 이렇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 걸까. 


...기타 등등 여러 생각들이 솟구치네요. 


 

지금 내가 이해하고자 애쓰는 '장애'라는 현상은 내가 존재하는 시공간의 제약을 정말 강하게 영향 받는구나, 라는 걸 새삼 또 발견합니다.

동시에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라는 물음도 들었습니다. 내 생각이 가닿지 못한 영역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 시공간을 넘어 장애를 어떻게 새롭게 상상할 것인가(장애를 어떻게 새롭게 정의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정말 사회적 '혁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단 장애 뿐만이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결정적으로 중요하기에 의도적으로 삭제된'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 

이 사회체제 안에서 가장 중요하고 예민하기에, 말하여지지 않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 사회가 침묵하고 있는 것엔 무엇이 있을까...




3.


장애등급제와 관련해서. 

예전에 어떤 기사를 쓰면서 들었던 고민이 또 다시 떠올랐습니다.

당시에 들었던 물음들을 정리해서 올릴까 하다가 졸려서...가 아니라....가 아니라 네 졸려서....  

정리해서 올릴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고, 사실 물음들이 정리가 안 되네요.   

저에게는 아직 현재진행형의 고민들입니다.



관련 기사는 이거 “쟤는 ‘걸을 수 있으니깐’ 별로 안 심해 보이는데?” 

http://www.beminor.com/news/view.html?section=1&category=3&no=4275


아래는 위 기사를 쓰고 찝찝함에 페북에 혼자 주저리 주저리 썼던 글입니다. 


"이 기사를 쓰면서 내내 찝찝했던 부분이 있었다. 여전히 명쾌하지 않은 부분인데 계속 찜찜함이 남아있어 어떻게든 좀 털고 가야겠다. 어쩌면 이 글의 방점은 '걸을 수 있는'이 아니라, '뇌병변장애1급'에 찍혀야 했을지도 모른다. 

이 글의 주어는 "걸을 수 있는 뇌병변장애1급"이다. 뇌병변장애1급이면 대개의 경우, (내가 아는 한) '걸을 수 없는' 이들이 많은데, 걸을 수 있는 비장애인과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경계에 있는 듯한 교통약자인 이들의 버스타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문제는 그냥 '장애인'이 아니라 왜 굳이 '뇌병변장애1급'이라고 지칭하였는가이다. 이것은 장애등급제와도 연결된다. 


보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다시 생각해도 취재원을 캐스팅할 때의 내 반응은 재밌는 부분이 있다. '걸을 수 있는 뇌병변장애1급'이라는 말에 "아, 진짜요?"라고 나는 다소 놀라워하며, 그러한 분을 소개해준 것에 감샤감샤했다. 뇌병변장애1급인데 걸을 수 있다니! 무려 '뇌병변장애1급'인데! 말이다. '장애1급'이라면 장애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중증임을 나타낸다. 

그런데 나는 자꾸 이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현재 내가 반대하고 있는 제도에 따라 내가 상대방의 장애 정도를 인식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그리고 내가 그것을 적극 이용하여 기사에 표현했다는 것에 대하여. 이것은 너무나도 부끄러운, 자기모순이 아닌가. 


장애등급제는 반인권적이고 나는 이에 대해 반대하며 폐지를 요구한다, 라고 나는 이야기한다. 그런데 나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 스며든 내 안의 폭력성을 마주한 것 같아 자꾸 부끄럽고 낯 뜨겁다. 그래서 혼란스럽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써야했나. 이 기사를 마무리지을 때쯤, 내 머릿속을 채운 것은 이들의 이동권이 아니라 장애등급제가 던지는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장애등급제에 대해 여전히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 (반복되는 핑계지만) 기사 마감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 장애등급제 이야기가 들어가면 기사 일관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 등등으로 말미에 혼란스러워하다가 접었다. 


매 취재 때마다 하게 되는 질문, "실례지만 장애등급이 어떻게 되세요?" 나는 이 물음이 무척 괴롭다. 내가 저항하는 것에 대하여 내가 왜 물음을 던지고 있지? 상대방에게 이 물음을 던지는 것, 그리고 그것을 기사에 계속하여 기재해나가는 것, 이 행위가 나는 자기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에 대해 반대한다면 나는 애초에 이 물음을 폐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그 전에 기사에 장애등급을 왜 써야할까? 기사의 신뢰성을 위해? 장애등급제를 반대하고 있다면, 장애등급을 표기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이를 드러내기 위한 방법을, 다른 언어들을 적극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장애정도를 왜 꼭 드러내야 하는 걸까? ...라는 물음까지 드니, 문제가 또 다른 방향으로 흐를 것 같다. 소수자들의 존재, 소수자 그 존재 자체가 품고 있는 정치성에 대해. 아, 복잡시럽다."  




4.


세미나 시간 중, 이 부분이 계속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장애등급제 이야기하실 때, "강기자는 6등급, 나는 1등급~" 하시자, 건너편에 앉아계셨던 분이 "어? 6등급이셨어요?"라고 제게 물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예, 예?"라며 순간 당혹스러움에 웃고 말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그 순간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네요.

그 순간 머릿속에는 '나 6등급 아닌데'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거든요. 

6등급 아닌데, 6등급 아닌데, 6등급 아닌데........

그런데 제가 만약 정말 장애6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이라면 어떠했을까, 그 당사자로서 그 물음을 받는다면 웃을 수 있었을까.

내가 그 때 느꼈던 당혹스러움과 웃음 밑에는 또 어떤 것들이 내 안에 있었던 걸까. 




5.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나도 모르게 스며있는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들, '폭력성'들을 발견하고 깜짝 깜짝 놀라고 부끄럽고 그렇네요

장애에 대한 지금 내 머릿속 생각들은 어느 순간, 어디서, 어떻게 온걸까? 이건 정말 내 생각일까? 

내가 만약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면 (예를 들어 송계족과 같은) 그 세계에서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이런 느낌들을 전혀 안 가졌을까? 

라고 묻는 순간에도 이 물음들이 지금 여전히 내 안에 머물고 있는 장애에 대한 부정적 느낌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 같아 스스로 불편하고 낯 뜨겁네요.





....다 쓰고 나니 혼자 묻고 혼자 답하고 또 혼자 묻고.......그런 후기가 되었네요 OTL 

으흐, 수요일에 뵙겠스므니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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