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지 마라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이며 노들장애인야학에서 활동 중인 박경석 교장이 1월9일 집시시위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징역 2년6월을 구형받았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시대에 장애인으로 살아왔고, 그 시대와 온몸으로 싸웠던 사람이 감옥에 갈지 모른다는 분노와 걱정으로 나는 이 글을 쓴다.
“지하철 리프트 사고로 사람이 죽었다.” 2001년 설 연휴 다급한 목소리로 박경석 교장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은 장애운동의 고전처럼 말해지는 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리프트 사고. 이 사고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본격화되었다. ‘장애인은 이동하고 싶다’며 목숨을 걸고 선로를 점거해 지하철을 연착시켰다. 2001년 7월30일부터는 ‘제1차 장애인도 장애인 버스를 탑시다’ 행사를 41회에 걸쳐 진행하였다. 혜화로터리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8-1 버스에 휠체어를 타고 올라 온몸에 쇠사슬을 감았다. 불법이었다. 자유로운 삶을 향한 투쟁은 질서라는 합법과의 싸움이었다. 점거와 농성, 불법으로 장애인이란 존재와 살아가는 현실을 드러내야 했다. 그리고 2004년 말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었다. 법에 장애인 이동권을 새기는 싸움은 끝났지만, 13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어떨까. 정부는 ‘제2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2012~16)’ 수립 당시 저상버스 도입률을 41.5%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2016년 말 기준 도입률은 22.3%에 그쳤다. 이번에 박경석 교장이 기소된 7개의 사유 중 하나인 2016년 9월13일 동서울터미널 장애인 이동권 투쟁(업무방해)은 그 연속선상에 있다. 추석 연휴 시작일 고향 가는 버스표를 구매한 장애인들은 탑승을 요구했다. 탈 수 없었다. 그 자리에 머물러 시외이동권 요구를 알렸다. 그리고 작년 8월2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며 국토교통부 등에 편의시설 설치 등을 권고했다.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편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눈비 오는 차가운 거리가 시간표대로 움직여야 하는 시설보다 낫다고, 누군가 통제하는 안전한 삶보다 위험하더라도 자유롭고 싶다고, 그게 불법이면 내 존재가 불법이라고 장애인들은 소리 높였다. 박경석 교장이 기소된 사유인 2014년 4월14일 국민연금공단 앞 집회(집시법)는 활동보조지원을 받지 못해 화염에서 죽어간 송국현의 억울함에 대한 것이었고, 2015년 8월13일 명동성당 집회(주거침입 및 공동재물 손괴)는 꽃동네라는 거주시설의 숨겨진 비극을 교황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집회신고가 되어 있는 폴리스 라인 안쪽으로 질서 있게 걸어가는 행렬을 만드는 것으로 세상을 흔들 수 없었다. 평생에 걸쳐 요구받은 단정한 침묵을 어기고 선을 넘은 것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에선 불법이었다. 그러나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장애인편의증진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교육지원법 등 수많은 장애인의 권리들은 그렇게 거리 위에서 새겨온 것들이다. 장애인과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이 사회의 정의와 상식에 도전하고 합법과 불법을 묻는 싸움이었다.
2월8일이 최종선고일이라 탄원이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차별과 맞서 싸운 역사에 이 사회는 빚지고 있다. 박경석을 가두지 마라.
원문보기: 경향신문 NGO 발언대: 가두지마라( 2018.1.2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1212116015&code=990100#csidxc153801165787ed9fc4369afe62f92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