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0공투단 “시혜와 동정이 아닌 권리를 찾자”
- 총투쟁 결의대회 끝으로 1박 2일 투쟁 마무리
24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총투쟁'으로 연대할 뜻 밝혀 - 2015.04.20 20:37 입력
4월 20일 정부가 정한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고자 전국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이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19일부터 이어진 1박 2일 투쟁을 20일 결의대회를 끝으로 마무리했다.
▲420공투단은 오전 11시 보신각에서 420 장애인 차별철폐 총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420공투단이 장애인 권리를 끌어올리는 희망의 분홍종이배를 출항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
420공투단은 20일 오전 11시 보신각에서 '420 장애인 차별철폐 총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이날을 '장애인의 날'로 정해 장애인에게 시혜와 동정을 베푸는 것을 거부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찾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3월 26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420공투단은 장애등급제 폐지 및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 등 3대 법안을 비롯해 총 13대 정책요구안을 내걸고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양영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장애인에 대한 시혜와 동정을 넘어 장애를 인정하는 자립생활 개념이 한국에 들어왔음에도,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장애인 자립생활을 짓밟고 있다”라며 “우리는 4월 20일을 맞아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와 장애인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회는 여전히 장애인을 시설에 가둔다. 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억울하게 죽거나 누군가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삶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연대 발언에서 세월호 유가족인 이종철 씨는 “이 나라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세월호 추모 1년 되는 날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떠났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죽었어도 감정이 없는 것 같다”라고 분노하면서, “앞으로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게 하는 정부, 생명을 지키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유가족이 앞장서겠다고 약속하겠다. 여러분들도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자라는 이유로, 돈 없다는 이유로,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는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차별에 저항하며 투쟁하더라도, 흩어져 있으면 힘이 부족하다.”라며 “차별에 저항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 번에 모여 차별을 뒤집는 봄을 만들자. 4·3(제주 4·3 사건), 4·19 혁명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혁명의 달 4월에, 민중들이 모든 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일어섰다고 역사에 기록되게 하자.”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정부는 수십 년간 집구석, 시설에 처박혀 온 장애인들에게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생일이라며 남산 꽃구경 한 번 시켜주고 ‘행복하냐’ 묻는다. 복지부 장관이 와서 밥 먹여주면, 정치인들이 목욕시켜주면 ‘행복하냐’ 묻는다.”라며 “하지만 우리가 행복한 것은 함께 여기에서 사는 것이다. 우리는 시혜와 동정이 아닌 권리를 투쟁으로 찾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20공투단이 오후 4시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 민주노총 총파업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어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오후 12시 50분경부터 약 2시간가량 청계광장으로 행진을 진행했다. 오후 4시에는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4일 진행되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다.
420공투단은 민주노총 총파업에 서울 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총투쟁으로 연대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권달주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우리의 권리는 누구도 대변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라며 “우리와 함께 투쟁하는 민주노총이 24일 총파업을 하는데, 우리도 여기에 함께 하겠다. 약자들이 점점 밑바닥으로 내몰리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약자들이 모여서 하나하나 바꿔가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호소했다.
김욱동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24일 총파업으로 노동자, 서민과 여러분들이 겪는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여러분들이 함께해 줘서 가슴 벅차고 뜨거운 연대를 확인하게 돼 기쁘다.”라며 “총파업을 통해 누구나 똑같이 일하고, 공부하고, 살아갈 권리를 쟁취하고 박근혜 정권의 질주를 막아낼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와 행진 과정에서 경찰이 을지로와 청계광장, 세종대로 사거리 등에서 420공투단 참가자들의 진로를 막아 수차례 충돌이 빚어졌다. 특히 오후 4시경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한 경찰 간부가 장애여성의 휠체어를 남성 경찰들에게 들어서 옮기라고 지시한 데 분노한 장애여성 당사자와 일부 420공투단 참가자들이 사과를 요구하며 약 1시간 30분가량 도로와 건널목을 점거하기도 했다.
이후 420공투단은 24일 민주노총 총파업, 25일 성소수자 활동가 故 육우당 추모제에 참여한 뒤, 오는 5월 1일 노동절 투쟁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20일 결의대회에는 전국에서 500여 명의 장애인 등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
▲'특수교사 법정인원 확보하라'라는 피켓을 든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결의대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청계광장을 향해 행진하는 모습. |
▲을지로에서 경찰에 의해 고착된 420공투단. 경찰과 공투단이 뒤섞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
▲행진을 가로막는 경찰과 전동휠체어를 탄 활동가가 충돌하는 모습. |
▲전동휠체어를 탄 활동가를 경찰 여러 명이 뒤에서 잡아당기고 있다. |
▲오후 4시경 장애여성의 휠체어를 들어서 옮기라고 지시한 경찰 간부의 처사에 항의하며 세종대로 앞 도로를 점거한 420공투단 활동가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광화문 사거리 차도를 막아선 420공투단 활동가들. |
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