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혼돈의 <팝업 카페> : 낮수업 카페수업을 소개한다

by 임닥 posted Mar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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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혼돈의 <팝업 카페>

 : 낮수업 카페수업을 소개한다

 


  코로나19로 휴교가 길어지는 와중, 낮수업의 카페수업 그중에서도 팝업카페에 대해서 소개하는 글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낮수업에서 카페수업은 현재 여러 가지 역할을 가지고 있다. 팝업카페를 통해 대항로의 사람들과 만나고 관계 맺기, 다양한 음료와 간식을 직접 만들고 맛보기, 음료와 간식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가늠해보기, 카페 문화를 경험하고 즐기기. 낮수업 초기에 설정했던 목표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지금의 카페수업이 지향하는 목표는 정말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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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처음으로 카페 수업을 시작했을 때 우리는 발달장애인의 대표적인 직업군인 바리스타를 염두에 두었었다. 언젠가는 노들야학에 발달장애인 학생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생기리라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직업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카페별꼴을 운영하고 있는 유선 선생님이 핸드드립 커피에 관한 이론적인 지식과 핸드드립 커피 내리기 실습을 진행했다. 커피를 알고 내려 본 적이 없는 나도 같이 카페 수업을 하면서 핸드드립커피와 원두에 관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재밌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수업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바리스타라는 직업훈련의 개념보다는 커피를 내리는 작업의 즐거움, 매 수업시간 마다 스스로 내린 커피를 맛보는 즐거움 그리고 음료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는 수업으로 자리를 잡아 갔다.

 


팝업 카페의 시작

 

  학생들 역시 1년 정도 핸드드립 커피를 꾸준히 내리고 핸드드립 커피에 관한 영상들을 수업 때마다 보면서 커피와 친해진 것은 물론, 능숙하게 핸드드립을 할 수 있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학생들에게 핸드드립 장인의 풍모가 순간순간 엿보일 때 쯤 팝업 카페로 이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 같다.


  사실 팝업카페 처음이 정확히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기억이 또렷하진 않다. 커피를 팔아보자고 했던 것 같다. 집회나 행사 현장에서 카페 별꼴은 투쟁카페라는 이름으로 커피를 만들어 참여자들에게 팔았었다. 집회 현장 한가운데에서 커피를 사먹는 맛도 좋았지만, 경찰이 휠체어 탄 사람들에게 최루액을 난사했을 때 투쟁카페의 커피 판매용 생수는 최루액을 씻어내는 투쟁 도구로 빠르게 전환하기도 했었다. 이러한 투쟁카페를 카페 수업에서도 준비해서 학생들과 언젠가는 밖에서 커피를 팔아보자는 의도로 시작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커피를 만드는 것도 만드는 것이지만 음료를 판매함으로써 사람들과 만나고 관계 맺는 계기를 만든다는 의미도 중요했다. 노들야학과 더불어 장애인 운동계의 여러 단체들이 대학로 유리빌딩에 모이게 되면서, 팝업카페는 낮수업 학생들과 대항로* 사람들의 관계 맺기의 장이 될 수 있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유리빌딩에 입주하게 되면서 우리는 이 건물, 이 장애인 운동의 진지를 대항로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팝업카페 운영은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나름의 포맷을 갖추게 되었다. 개별 팝업 카페는 월간으로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4주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실제로는 이런저런 행사와 더불어서 격월로 진행되었지만. 우선 학기초에 학생들과 이번학기 팝업카페는 어떤 것으로 진행할지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모은다. 그 아이템 중에서 실현 가능하고, 학생들이 참여를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교사회의에서 선정하고 계절에 맞게 메뉴를 고른다.


  각 팝업 카페는 먼저 이름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팝업카페 메뉴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 그림과 영상으로 충분히 본 뒤에 메뉴를 인식한다. 학생들이 해당 메뉴를 두고 짓고 싶은 이름이나 이름을 정할 당시에 말했던 단어들을 직접적으로 붙여서 이름 후보군을 정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 선정한다. 팝업카페 이름이 정해졌으면, 메뉴 가격을 함께 정한다. 다음 시간에는 다시 한번 메뉴 만드는 법을 보고, 가능하면 시식도 해 본다. 그 다음 시간에는 각자 팝업카페에서 맡을 역할을 정해보고, 가능하면 실제로 메뉴 만들기 실습도 해본다. 모의 운영도 해본다. 사전에 정했던 카페 이름과, 그 이름을 정한 학생을 모델로 낮수업만의 B급(!) 전단지를 만들고, 학생들이 그 위에 자신만의 덧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이를 바쁜 대항로 건물 사람들을 찾아가 내민다. 커피 사 먹으러 오라는 뜻이다. 전단지를 각 층에 붙이기도 하고, 들다방과 카드결제 제휴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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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망의 팝업카페 날, 대항로 단체 카톡방에 팝업카페 홍보 메시지가 개시 전 올라간다. 운영은 대체로 1시간 이내로 하고, 전후 수업시간은 준비와 뒷정리를 한다. 메뉴 제조를 맡은 학생들은 음료나 간식을 교사와 함께 만들고, 판매팀 학생들은 손님 맞이를 하고 주문과 결제를 맡는다. 손님들은 음료와 간식을 기다리면서 판매대 옆에서 그림을 그려주는 학생들에게 초상화를 부탁하거나 같이 그림을 그린다. 그 옆 공간에서는 큰 티비 화면에 신나는 노래를 틀어두고, 조명은 꺼둔다. 미러볼도 돌아간다. 컨디션 난조로 춤과 음악이 필요한 사람, 춤추고 싶은 사람은 여기서 같이 춤도 춘다. 음료를 받은 분들은 인증샷을 찍기도 하고, 선물 받은 그림을 들고 기뻐하며(?) 메뉴를 즐긴다. 건물 내에서는 커피 배달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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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팝업 카페 운영 리스트


아래는 2019년 진행되었던 팝업카페 요약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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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팝업카페

“고지선 수정과”

모델 : 고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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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팝업카페

“시바 커피”(아인슈페너)

모델 :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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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팝업카페

“임진각 그냥 오미자 화채 (feat. 과일꼬치)”

모델 : 신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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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팝업카페

“임금님 꿀떡과 핸드드립 커피”

모델 : 박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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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팝업카페

“노들센터*노들야학 낮수업 콜라보 팝업 카페”

센터 사업보고대회 케이터링

 


교사들이 말하는 팝업카페

 

다음은 작년 한해 카페수업을 진행했던 교사들이 팝업카페에 대해 남긴 평가들이다.

“카페수업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함께 커피를 내려 먹는 것도 좋았고요. (…) 팝업카 페를 어떻게 진행하는 건지 궁금했는데, 이번 학기에 알게 되어서 재밌었습니다. 특히 이름 정하는 것이 재밌었는데, 학생분들이 네이밍 작업에 일가견이 있는 듯합니다.”

M

 

“한 달에 한 번 팝업 카페를 진행하면서 학생분들이 직접 만들고 판매·홍보를 하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어떤 것을 판매할지 얼마에 판매할지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다같이 이야기 나누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C

 

“출석을 부르는 것, 노래를 듣는 것, 우리가 만들 음료를 같이 정하고 판매 계획을 세우는 것, 다른 카페를 방문하는 것, 일상적으로 커피를 내리는 것. 이 모든 게 수업이라니 놀라웠습니다. ‘카페 수업엔 무엇을 할까?’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노들야학은 멋진 답을 주었습니다.”

Y

 

“팝업카페라는 형식이 여전히 유효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건물 내의 사람들과 음료·간식을 통해 만나고 관계 맺고, 또 우리의 수업을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다는 부분도 좋다.”

I

 

“수업이 전에 비해 안정화된 것 같다. 커피를 내릴 때에도 팝업카페를 준비하고 오픈할 때에도, 학생들이 수업이 진행되는 순서를 이해하며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팝업카페를 진행하는 건 교실 안팎으로의 관계 형성에도, 카페의 준비 및 운영해보는 측면에서도 계속 유지하면 좋을 것 같다.”

K

 

“되도록 발달장애인 학생들이 만들기 쉬운 주제를 정해서 수업을 진행하려고 했고, 잘못된 선택으로 학생들이 만들기 어려운 주제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 안에서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 라는 고민을 했던 것 같다.”

J

 


2020 팝업카페 계획은?

 

2020 팝업카페는 애초 계획과 달리 코로나바이러스19가 창궐한 이유로 조금 축소되어 진행될 것 같다. 상반기에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상반기 팝업카페 라인업은 4월 딸기라떼-5월 도넛-6월 과일청에이드 였다. 언제쯤 우리는 또 시끌벅적하게 팝업카페를 홍보하고, 연습하고, 음료를 만들고, 판매하면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을까? 낮수업 학생들의 지루한 봄방학은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물러가라! 물러가라!! 코로나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