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광장을 지키는 별 (김주영/송국현/이재진/박현의 편지글. 홍은전 씀)

by 어깨꿈 posted Dec 31,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광장을 지키는 별"

김주영/송국현/이재진/박현 동지의 편지글. 홍은전 씀.

 

  1. 나는 김주영입니다.
    나는 욕심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스물일곱에 자립해 장애인 운동가가 되었습니다. 중증장애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모습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전동휠체어에 캠코더를 달고 입에는 스틱을 물고서는, 이곳저곳 참 열심히 누비고 다녔습니다. 혼자 사는 나에겐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했지만 그 절반 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2012년 10월, 집에 불이 났습니다. 그때도 나는 혼자였습니다. 119가 도착하기까지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는데, 나는 그 사이에 죽었습니다. 나는 서른 네 살이었습니다.

 

  1. 나는 송국현입니다.
    스물다섯 나이에 시설에 들어가 쉰둘에 시설에서 나왔습니다. 혼자서는 생활이 어려워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하려 했으나, 받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활동보조서비스는 장애 1급과 2급만 받을 수 있었지만, 나는 3급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등급을 조정하기 위해 심사를 다시 받았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나에게 또다시 3급 판정을 내렸습니다. 이 손으로는 밥을 지을 수도 없고 이 발로는 건널목도 제시간에 건널 수가 없는데, 그들은 내가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정했습니다. 위태롭고 불안한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긴급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에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3일 뒤, 집에 불이 났습니다. 살려달라는 소리도 못 했습니다. 나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온 몸을 불에 데인 고통 속에 4일을 신음하다가 죽었습니다. 2014년 4월 17일 새벽이었습니다.
 
  1. 나는 이재진입니다.
    스물다섯살에 시설에 들어가 5년을 살았습니다. 직원들은 걸핏하면 우리를 때렸습니다. 밥을 흘린다고 뺨을 때리고, 재수가 없다고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습니다. 그날은 물티슈를 입에 물고 있는 게 화근이었습니다. 직원은 온몸을 던져 내 머리를 발로 찼습니다. 나는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아버지는 온몸에 피멍이 든 나를 붙들고 오열했습니다. 그렇게라도 아버지가 내 곁을 지켜주어 안심이 되었습니다. 나는 한 달 후 죽었습니다.
    나를 죽인 자들은 아무도 감옥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 시설도 폐쇄되지 않았습니다.
    시설에 들어가기 전 나를 살뜰히 보살폈던 할머니는 아직도 내가 죽은 것을 모릅니다.
    이번 설에도 할머니는 나를 기다릴 겁니다.
 
  1. 나는 박현입니다.
    일주일전, 12월 22일에 감기에 걸려 죽었습니다. 독감이 폐렴으로 진행되었다고 의사가 입원을 권했지만, 그냥 견디기로 했습니다. 탈시설 운동가로서 해야 할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행사를 마치자 증상이 더 심해졌습니다. 독감 같은 것은 남들도 다 겪는 일이니까, 나에게도 적당히 머물다 지나갈 줄 알았습니다. 예상과 달리 나는 죽었습니다. 남들처럼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으면서 번번이 이렇게 속아 넘어갑니다.  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었습니다. 열두살에 꽃동네에 입소해 16년을 살다가 스물여덟에 자립했습니다. 시설에서 나오자마자 노랗고 파랗게 머리를 물들였습니다. 특별한 존재로 살고 싶었습니다. 꽃동네에 사는 3천명의 이름 없는 장애인 중 한 명이 아니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 박현이란 존재로 인간답게 존중받으며 그렇게, 살고 싶었습니다.
 
 
KakaoTalk_20161229_170228803.jpg

 

KakaoTalk_20161230_100925206.jpg

 

KakaoTalk_20161230_102439513.jpg

 

KakaoTalk_20161230_170433404.jpg

 

KakaoTalk_20161230_170718243.jpg

 

KakaoTalk_20161230_191813350.jpg

 

KakaoTalk_20161230_191814943.jpg

 

KakaoTalk_20161230_191817440.jpg

 

 
 
 

  1. [고병권의 묵묵]소리없는 외침에도 귀를 열자

    [고병권의 묵묵]소리없는 외침에도 귀를 열자 고병권 |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고려대 민연 연구교수 인쇄글자 작게글자 크게 입력 : 2017.01.08 21...
    Date2017.01.10 Reply0 Views421
    Read More
  2. 광장을 지키는 별 (김주영/송국현/이재진/박현의 편지글. 홍은전 씀)

    "광장을 지키는 별" 김주영/송국현/이재진/박현 동지의 편지글. 홍은전 씀. 나는 김주영입니다. 나는 욕심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스물일곱에 자립해 장...
    Date2016.12.31 Reply0 Views418 file
    Read More
  3.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성명서]농성 1348일차! -더불어민주당 전혜숙의원의...

    오늘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농성 1468일차 입니다! [성명서] 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빈곤의 사슬, 부양의무제 폐지하...
    Date2016.08.26 Reply0 Views711 file
    Read More
  4. 자립생활 10년 꽃님 씨, 자립생활 꽃씨 뿌릴 '꽃님 기금' 만들다

    10년간 월 20만 원 모아 2000만 원 기부 "나 같은 사람 한명이라도 더 데려와 달라" 2006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나온 꽃님 씨에게 올해는 유달리 특별...
    Date2016.08.23 Reply1 Views373 file
    Read More
  5. 세계사회복지대회 폐회식 공식 발언

      무참하게 끌려나간 장애인 활동가, 폐회식 때 ‘특별한 손님’으로 초대됐다 세계 사회복지사들 요청에 세계사회복지대회 폐회식 때 공식 발언 “각국 ...
    Date2016.07.03 Reply0 Views360
    Read More
  6. No Image

    허공에 밧줄로 매달린 장애인, '경기도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

    허공에 밧줄로 매달린 장애인, “경기도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 경기420공투단, 남경필 도지사에 약속 이행 요구하며 고공시위 등록일...
    Date2016.06.03 Reply0 Views395
    Read More
  7. 20160126. 세월호 & 노들 집담회 녹취록

    20160126. 세월호 & 노들 집담회 녹취록 홍은전 :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4.16세월호와 노들야학 집담회 진행을 맡은 홍은전입니다. 반갑습니다. ...
    Date2016.05.20 Reply1 Views1501 file
    Read More
  8. [기사모음_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한)당 :]_01.27-03.30의 기록들

    1.우리는 폐지당 당원입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4759 (3.31일 프레시안) 2.폐지당·거지당에 흙수저당까지..총선 앞두...
    Date2016.04.29 Reply0 Views1288 file
    Read More
  9. [용산7주기 추모위원에 함께해요 :]

    https://goo.gl/photos/pq3u7PizqUwU65Mn9 : 노들장애인야학 용산 7주기 추모위원 앨범 보러가기. #‎용산‬ 7주기 전체일정입니다. 올해부터 멈춰진...
    Date2016.01.11 Reply0 Views398 file
    Read More
  10. “함께 일하자는 것이 장애인의무고용제도의 본질”

    국내 '최대' 서울대병원, 장애인 의무고용 ‘최하위’ “함께 일하자는 것이 장애인의무고용제도의 본질” By 유하라 201...
    Date2015.11.08 Reply0 Views614
    Read More
  11. 경기도 저상버스 도입 약속 파기 .. 광역버스 점거 시위

    경기도 저상버스 도입 약속 파기...광역버스 점거 시위 경기장차연 저상버스 100% 도입 계획 등 요구 2015.10.26 09:22 입력 | 2015.10.26 09:24 수정...
    Date2015.10.26 Reply0 Views636
    Read More
  12. 광화문 농성 3주년...“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하자”

    광화문역 농성 3주년을 맞아 각계각층 단체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 위해 공동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
    Date2015.09.05 Reply0 Views591 file
    Read More
  13. 장애인 시외아동권 '일부 승소' ... 국가 책임은 없다?

    장애인 시외이동권 ‘일부 승소’…국가 책임은 없다?교통약자 시외이동권, 장애인 차별만 인정…‘반쪽짜리 승리’ 국토부, 지자체에 대한 책임은 모두 ‘기...
    Date2015.07.12 Reply0 Views460
    Read More
  14. 광화문농성, 1000일의 시간과 11개의 영정

    광화문농성, 1000일의 시간과 11개의 영정 5월 17일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1000일 “권력의 무책임과 잘못된 방향” 폭로하는 전면전만 남...
    Date2015.05.18 Reply0 Views524
    Read More
  15. 마침내 인권위도 "장애인 못 타는 고속버스, 국가가 해결해야"

    마침내 인권위도 “장애인 못 타는 고속버스, 국가가 해결해야”인권위, 고속·시외버스 편의시설 재정지원, 법령 개정 등 주문 “현재 운행 중인 버스 개...
    Date2015.05.07 Reply0 Views571
    Read More
  16.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 '95일 투쟁' 예고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95일 투쟁' 예고1일 노동절, 올해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활동 마무리 5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1000...
    Date2015.05.04 Reply0 Views403
    Read More
  17. 420공투단, "시혜와 동정이 아닌 권리를 찾자"

    420공투단 “시혜와 동정이 아닌 권리를 찾자” 총투쟁 결의대회 끝으로 1박 2일 투쟁 마무리 24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총투쟁'으로 연대할 뜻 밝혀2015....
    Date2015.04.22 Reply0 Views565
    Read More
  18. 송국현, 그의 못 다한 열 걸음을 위하여

    송국현, 그의 못 다한 열 걸음을 위하여장애등급제 희생자 故송국현 1주기의 풍경2015.04.17 22:07 입력어느 시인이 무심히 던진 ‘4월은 잔인한 달’이...
    Date2015.04.18 Reply0 Views587
    Read More
  19. 비타500 속 '장애등급제 폐지' 요구, 이완구 총리에게 전달

    비타500 속 ‘장애등급제 폐지’ 요구, 이완구 총리에게 전달420공투단, 故송국현 1주기 맞아 장애등급제 폐지 재차 요구 국무총리 산하 ‘장애등급제 폐...
    Date2015.04.17 Reply0 Views674
    Read More
  20. 2025년 저상버스 100%, 서울시 장애인이동권 마스터플랜 공개

    '2025년 저상버스 100%',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마스터플랜 공개2022년까지 전 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 등 계획 담겨 장애인계 “차별받지 않고 이동할 ...
    Date2015.04.11 Reply0 Views802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