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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발의 장애학 연구노트-8]

거대 자본과 결합한 우생학 연구




미국은 우생학이 대중적인 차원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사회적 다윈주의가 확산되고 우생학이 발전하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 골턴과 피어슨이었다면, 미국에서는 찰스 대븐포트(Charles B. Davenport)와 해리 로플린(Harry H. Laughlin)이 그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하버드대학교 진화생물학 교수였던 대븐포트는 1898년에 뉴욕의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Cold Spring Harbor Laboratory)의 책임자로 부임을 하게 되는데, 이 연구소는 현재도 분자생물학과 유전학 분야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1953년에 그 유명한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James D. Watson)도 당시 이 연구소 소속이었지요. 대븐포트는 이 연구소를 근거지로 하여 골턴과 피어슨에게서 전수받은 우생학 사상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또한 1910년에 로플린과 함께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 내에 우생학기록보관소(Eugenics Record Office)를 설립하고 다양한 형질과 질병의 유전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하여 우생학의 과학적 기반을 다졌을 뿐만 아니라, 주요 우생학 단체들에서 활동하며 미국의 여러 주에서 네거티브 우생학이 확산되는 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우생학기록연구소의 초대 소장이었던 로플린은 1913년에 “기업이 더 좋은 상품을 생산하려하듯 인간도 그렇게 만들려는 것이다. 우생학이란 인간의 재생산에 대기업의 방법을 적용한 것”이라는 말을 했던 바가 있는데요,1) 그의 발언에서 시사되듯 미국에서는 독과점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한 자본가들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우생학의 발전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해리먼, 카네기, 록펠러, 캘로그

▲미국에서는 철도왕 에드워드 해리먼,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석유왕 존 록펠러, 씨리얼왕 존 캘로그와 같은 독점 대자본가들의 자금 지원과 주도 아래 우생학과 우생학적 국가 정책이 발전하였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해리먼, 카네기, 록펠러, 캘로그)





우생학기록보관소 자체가 철도왕 에드워드 해리먼(Edward H. Harriman)의 미망인인 메리 해리먼(Mary Harriman)의 직접적인 지원 아래 설립되었으며,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Andrew Carnegie)의 카네기연구소(Carnegie Institute), 석유왕 존 록펠러(John D. Rockefeller)의 록펠러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이 차례로 우생학기록보관소의 재정적 후견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씨리얼을 판매해 엄청난 재산을 모은 존 캘로그(John H. Kellogg)는 1911년에 인종개량재단(Race Betterment Foundation)이라는 좀 더 노골적인 이름의 재단을 설립해 우생학의 발전을 도모했지요. 미국에서 재벌이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화학재벌 듀폰(DuPont) 가문이나 금융재벌 J. P. 모건(John Pierpont Morgan) 가문 역시 우생학 단체들의 주요 자금원이었습니다.


미국 우생학의 발전과 확산은 이들의 역할을 제외하고는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즉, 이러한 거대 자본들은 자신들의 기구를 통해 직접 우생학 연구를 촉진하거나, 혹은 우생학을 위해 설립된 다른 단체들을 지원하면서 우생학의 발전과 우생학적 국가 정책을 주도하게 됩니다.2)


미국에서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유전학회(American Genetics Association, AGA)와 같은 유전학자들의 전문직 협회, 의사나 생물학자를 포함한 다른 많은 분야의 과학자들 또한 우생학과 결합되었습니다. 특히 심리학은 우생학과 직접적으로 연관을 맺으며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자 하였습니다.


예컨대 프랑스에게 처음 개발된 지능 검사의 선구인 비네-시몽검사법(Binet-Simon Test)은 심리학자들이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고자 노력하고 있었던 때인 1910년에 미국에 도입되었으며,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자이자 우생학 신봉자인 루이스 터먼(Lewis Terman)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IQ 검사의 원형인 스탠퍼드-비네검사법(Stanford-Binet Test)이 1916년에 탄생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IQ 검사의 확립은 정신적 능력에 대한 유전주의적 관점을 정당화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과학자들의 지원 아래 우생학이 하나의 과학으로 사회적 인정을 받게 되면서 당시 고등학교 생물학 교과서 중 90% 이상이 우생학을 다루었으며, 그 중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자랑했던 『시민생물학(A Civic Biology)』에서는 정신박약, 알코올중독, 성적 일탈, 범죄 경향은 유전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적 격리와 불임조치가 필요하다고 기술하고 있었지요.3)


그리고 1914년에는 44개의 대학에 우생학 과정이 존재했지만, 하버드대학교․예일대학교․스탠퍼드대학교와 같은 주요 대학의 총장들이 우생학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면서 1928년이 되면 그 숫자는 무려 376개로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역동적인 분위기 속에서 미국에서도 다양한 우생학 단체들이 만들어졌으며, 그러한 단체들은 1923년에 하나로 뭉쳐 미국우생학회(American Eugenics Society)를 설립하고 전국 28개 주에 지부를 둔 거대한 조직으로 발전을 하게 됩니다.


우생학을 지지했던 정치인들 중 다수는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이나 조지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의 할아버지 프레스콧 부시(Prescott Bush)와 같은 보수주의자였지만, 영국의 우생학 운동에서처럼 급진주의자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미국의 저명한 여성주의 산아제한 운동가인 마거릿 생어(Margaret Sanger)도 영국의 스톱스와 마찬가지로 우생학의 지지자였습니다. 헬렌 켈러(Helen Keller)조차 “행복의 가능성, 지능, 그리고 역량 등이 우리의 삶에 존엄성을 주지만 이것들이 없는 기형적이며 마비된 생각 없는 생물(…) 이러한 예외적 존재에 대한 관용은 정상적인 삶이 가진 존엄성을 줄이는 일이다. 정신적 결함자(…)는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라고 쓰면서 우생학을 옹호한 바가 있습니다.4)


미국우생학회는 우생학에 대한 이러한 지지를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기독교 교리와 우생학적 주장을 결합시킨 『우생학 교리문답집(A Eugenics Catechism)』(1926)을 출간하고, 우량아선발대회(Better Babies competitions)나 건강가족경진대회(Fitter Families contest)와 같은 대중적 행사를 개최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량아선발대회는 우리나라에서도 1971년부터 1984년까지 한 기업과 방송사의 주최로 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관심 속에 진행된 바가 있지요.

 

(다음 글에서 계속)




각주 1) 「우생학은 여전히 오늘을 지배한다」, 『비마이너』, 2013.12.17 기사.
각주 2) 김택균(Beilang), 「우생학: 순수와 우월을 지향하는 근대의 폭력(1)」, 『수유너머 Weekly』 103호, 2012.
각주 3) 에드워드 J. 라슨, 『진화의 역사』, 이충 옮김, 을유문화사, 2006, 219~220쪽; 김호연, 『우생학, 유전자 정치의 역사』, 164쪽.
각주 4) 다음 카페 ‘명품특수교육’(http://cafe.daum.net/doanddodo/4AgH/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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