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현장인문학에 다녀와서'

by 손오공 posted Jul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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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5 12:12:13


노규호

 

6월4일 현장인문학은 마로니에 공원 '야외무대' 에서 이루어졌다.

석암 베데스다요양원에서 생활하셨던 분들께서 시설 밖으로 나와 우리내 사는 곳인 이곳에 새로 발을 내딛으신 날이었다.
'시설 밖으로 나와 함께 살겠다' 는 외침과 그 외침의 실천이 함께하는 곳, 말그대로 '현장' 속에서 길진숙 선생님의 '장자'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여러분 『장자』의 첫머리 「소요유」 편이 어떻게 시작되는 줄 아십니까? 그것은 북녘 바다의 '곤'이라는 물고기가 '붕'이라는 새가 되어 남녘바다로 가는 하나의 우언으로 시작됩니다. '곤' 이라는 물고기는 '붕'이라는 새가 되어 하늘에 오르고 그 하늘에서 땅과 하늘이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다시 땅으로 내려옵니다."  


-'맙소사, 물고기'가 '새'가 된다고! 이런 장자이야기는 '뻥'에 대한 이야기 였단 말인가?


"뻥이 세긴 세지요, 그럼 여러분,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은 어떻습니까?"


 '.....'

" 물고기가 새가 되는 것은 물론 하나의 우언입니다. 여기서 장자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물고기가 물고기에 머무르지 않고, 애벌레가 애벌레로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계상황을 뚫고 나가려는 강렬한 '의지' 입니다. '이러한 강렬한 의지는 어디서 오는 가, 그것은 자기의 운명을 긍정하는 데서부터 오게 됩니다." 


- 자기 운명의 긍정이라. 아니 선생님, 자기 운명을 긍정한다는 게, 자꾸 자기를 (상황을) 긍정하면서 소극적으로 살라는 그런 말인가요? 전, 적극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살고 싶은데요.'


" 아, 좋은 질문이세요. 자기 운명에 대한 긍정, 그것은 단순히 '상황을 긍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자가 말하는 자기긍정이란, 자연상태로의 자기에 대한 긍정을 말합니다. 자기 운명을 긍정할 때 자기자신은 삶의 조건을 바꾸기 위해, 자기 인식을 바꾸기 위해 국가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고,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자신과 투쟁할 수 있는 겁니다. 지금 '탈시설' 운동 처럼요.


- 아니, 그런데 장자는 결국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라'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그럼 장자가 말하는 자기 긍정은 국가를 벗어나 다들 산으로 올라가라는 말입니까?" 


 "장자는 ''붕'은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고는 이 모두 '티클' 과 같다며 다시 땅으로 내려온다.' 고 빗대어 이야기 했습니다. 또한 장자는 인의에 사로잡혀 현실을 도피한 백이숙제를 '도척' 보다 더 악랄한 자라고 꾸짖습니다. 장자가 '자연으로 돌아가라' 라고 말했다면 그것은 현실도피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세상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경지, 즉 '소요유'에 이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 선생님, 저 한 가지 더, 그럼 국가가 준 돈으로 국가 혹은 시설로부터 벗어나려는 운동을 하는 상황은 어떻게 볼 수 있는 것입니까? 국가로부터 벗어나려면 어떤 힘이 필요한 것이 사실인데요.


 "장자가 국가에서 그토록 벗어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국가가 제시하는 '쓸모있음'에 복종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장자가 주장했던 것은 바로 자신을 억압하는 '선악, 시비, 미추' 라는 '인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인데 국가는 이러한 '인위'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장자는 그토록 '국가 그 자체'를 끔찍이 여긴 것입니다. 물론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국가에서 받은 돈으로 하는 운동이 국가에 대한 '의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장자가 말하고자하는 것, 그것은 모든 존재가 소수자임을 알고 각각의 소수성이 긍정되는 삶의 조건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세상 속에서 삶의 다른 욕망을 만들고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 이것이 장자가 실천한 '혁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존재의 혁명적 전환이 '뻥' 에서 '펑'으로 뒤바뀌게 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물고기'의 의지, '애벌레'의 강인한 꿈틀댐에 있었다.
그리고 그 꿈틀댐은 자기운명에 대한 긍정에서 비롯되며 자기긍정은 소수성에 대한 긍정에서 비롯된다는.

쌀쌀했던 밤공기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목줄기 흐르던 땀방울만큼이나 현장 안에서 토해져 나오는 언어들은 그만큼 뜨거웠다. 그 언어들이 내 몸에 와닿았을 때 '현장 인문학'이란 이렇게 살과 살이 맞부대는 뜨거운 것이로구나.' 느낄 수 있었다. 

달 뜬 밤, '현장' 속에서 한 껏 달아올랐던 시간이었다.   



댓글 '3'

유미씨

2009.06.05 14:01:58

누군가가 수업을 잘 기록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고맙습니다~!!

안티고네

2009.06.06 17:28:24

오오~규호~열심히 잘 정리했구나~멋져멋져^^

비단길

2009.06.06 23:15:33

오우! 내가 한 말보다 멋지게 핵심을 콕 집어서 써주다니. 그야말로 업그레이드된  확실한 정리. 곰사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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