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에서 자원 활동을 하는 고등학생들이 쓴 글이에요!

by 진수 posted Apr 18,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서울국제고등학교 자원봉사 팀 첫 수업 소감

 

2학년 윤 수성:

몸이 불편한 조건 속에서 학업에 임하는 모습에 감동하였으며 주위에 불우한 조건 속에 있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깨닫고 이 분들을 위해 평소 봉사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 원래 봉사자의 대타로 오게 되었는데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점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2학년 권 혜성:

노들야학 수업보조 봉사를 다녀와서

 

서울국제고등학교 2학년 2반 권혜성

 

초등학생 시절 장애어린이 보육기관에 봉사를 간 적이 있다. 엄마 손 잡고 따라간 곳에서 나는 내 또래의 친구들이 나와 전혀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그때부터 내 머릿속에서의 장애인은 ‘몸이 불편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학교 선배를 통해 노들야학을 알게 되었고 장애인교육기관에서의 교육보조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조용하고 어두운 분위기일 것만 같았던 내 걱정과는 달리 처음 들어간 노들야학의 분위기는 활기찼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과 교사로 보이는 사람이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안내를 받고 들어간 첫 수업은 국어수업이었다. 이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모두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를 빤히 쳐다보며 웃으며 인사하는 그들의 모습에 마음이 왠지 모르게 편해졌다. 국어수업은 수업보조가 많이 필요 없는 터라 함께 수업을 듣기로 했다.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중 한명인 홍은전 작가의 ‘당신들의 평화’라는 한겨레신문의 칼럼을 읽었다. 어린 시절을 보내온 시설을 떠나 독립하기를 원하는 한 장애인의 이야기를 담은 글이었다. 글을 읽고 한명 한명씩 자신의 경험에 대해 얘기를 해보았는데 거의 모두가 ‘주인공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었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나를 제외한 수업에 참여한 사람은 여섯 명이었는데, 그들 중 온전하게 일반 사람들과 비슷한 속도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과 가까이서 대화를 해 보는 것은 처음이라서, 그들이 의사를 표현할 때 들리는 온갖 의성어들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수업을 담당하시는 선생님께서는 느린 속도의 말이지만 용케 알아들으시고 ‘네 말이 이게 맞아?’라며 호응을 구하기도 하시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내 옆에 앉았던 한 여성분은 말로 잘 표현을 못해서 핸드폰을 꺼내시더니 말하고자하는 한 문장을 5분간 타이핑 하고 있기도 했다. 흘러나오는 침을 닦기 위해 수건을 한 손에 계속 쥐고 있었는데, 핸드폰에 타이핑을 하는 동안에는 그러지 못해서 나는 바닥에 뚝 뚝 흐르는 침을 닦아주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속도만 느릴 뿐 우리와 별다른 점이 없었다. 연애도 하고 결혼 준비로 걱정도 하며 다음 주엔 어린이 대공원으로 소풍을 가서 피자를 먹자는 얘기도 했다. 노들 야학에서의 첫 수업 보조 경험은 어릴 적 박혀있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깨 주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경험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꼈다, 또 많은 것을 불평하지 말고 그저 건강함에 감사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3학년 박 정빈:

노들학교에서의 첫 수업이었다. 봉사라는 말을 붙이기조차 멋쩍게 멀뚱히 앉아 국어 수업을 들었다. ‘당신들의 천국’을 테마로 쓰여진, 장애인 시설의 병폐와 가족, 사회와의 갈등을 다룬 칼럼을 읽고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어렸을 때 시설에 보내져 10년이 넘도록 지루하고 행복하지 못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분도 계셨고, 집에서 자랐지만 가족들의 제대로 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어린시절을 보낸 분도 계셨다. 내가 자라왔고 또 보아왔던 세상과 옆에 함께 존재하지만 가려지고, 보지 못했던 세상은 너무나도 놀랍고 마음 아팠다. 항상 사회적 평등과 소수자 배려에 대해 학교에서 배우고 토론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상황은 학교에서 자세히 가르쳐주지도, 누군가가 나서서 알려주지도 않는다. 물론 소수의 사람들이 장애인들의 권익 보장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 수업 전까지 나에게 그 소리가 제대로 닿지 못했듯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봉사라고 칭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운다는 생각과 겸손한 마음으로 노들학교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3학년 이 세희:

처음으로 봉사팀원들과 함께 노들야학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학교 행사 시간의 지연으로 인해 첫 날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늦어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인지 활동에 혼란을 가중시킨 것만 같아 아직까지도 안타까운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두 팀으로 나누어 수업을 참관하게 되었는데 나와 2학년 윤수성 학생은 소설 반 수업을 듣게 되었다. 소설반 선생님께서는 우리 스스로를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셨고 덕분에 자리에 있던 모두의 얼굴을 보며 인사할 수 있었다.

수업은 소설의 일정 분량을 읽고 그 부분을 다시 요약하는 순으로 진행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우상의 눈물’로, 문제아 ‘최기표’와 그를 둘러싼 대립을 동급생 ‘이유대’의 시점에서 서술하였다. 오늘 읽은 부분은 담임선생님과 ‘최기표’의 갈등구조가 예상되는 발단 파트이고 서술자 이유대의 뛰어난 통찰력이 인상에 깊게 남았다. 내용의 흥미 면에서 작품선정은 매우 훌륭했고, 비슷한 소재가 사용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도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타 도서 연계 수업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같이 온 친구들에게는 첫 수업이기 때문에 각자 나름의 의미가 생겼을 것이다. 얼마 전 국제교류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이러한 의견을 말한 적이 있다. ‘인간은 이론적으로 분석되는 대상이 아니다. 어떠한 인과관계도, 상관관계도 완벽하게 성립되지 않는 비과학적 산물이다. 그러나 그런 인간을 유일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그저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곁에 가까이 있는 것이다. 접촉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어떠한 법칙을 넘어선 하나의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그 관계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이질감을 발견하지 못한다.’ 설령 작은 집단 사이에서의 접촉이더라도 꾸준한 만남을 통해 자연스러운 관계를 형성해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사회통합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봉사 팀과 노들야학 역시 그 사회통합의 과정 속에 포함되어 있기를 기대한다.

Comment '1'
  • ?
    큰별이될여인 2016.04.22 23:55
    이 학생들이 노들야학에 와 좋은 느낌을 받고 가서 너무 기쁘네요. ^____^

Articles

6 7 8 9 10 11 12 13 1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