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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난한 사람 골라내는 ‘가짜 복지’ 넘어서려면?

by ADMIN posted Mar 1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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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점심을 내가 책임지는 것은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것이 바로 개인의 독립이며 자존이기 때문이다. 내가 할 일은 내가 하는 것이지 국가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다. (…) 그것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부모의 당연한 책임이자 정성을 쏟고 사랑을 할 수 있는 권리다. 자녀 양육 문제에서 가정의 책임이 무너진다면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인가? 국가나 권력이 나설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국가 의존형 인간들이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지켜 낼 수 있을까?” (2010년 무상급식 논쟁 당시 중앙일보 문창극 주필의 칼럼 “공짜 점심은 싫다”)



“'복지를 더 해달라, 버스를 공짜로 태워달라'며 기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노약자나 장애인처럼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자기 힘으로 걸을 수 있고 자기 힘으로 살 수 있으면 자립해야 한다. (…) 남한테 의지할 생각 하면 안 되고 자기가 독립적으로 살아갈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들은) 서로 기대서만 살려고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6월 11일 서울대 ‘저널리즘의 이해’ 과목 종강 수업에서 문창극 발언)



인용된 두 글은 모두 얼마 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의 발언이다. 윗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는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보편적 복지를 ‘도덕’의 문제와 연결한다. 그에게 있어 복지란 ‘의존’, ‘존엄의 상실’, ‘자립심 부족’의 다른 표현으로 이해되고 있다.



물론 이런 발상은 국무총리 인사 검증에서 탈락한 한 극우 논객의 발언으로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선별주의 원칙’은 한국에 복지 정책이 시작된 역사만큼이나 뿌리가 깊다. 여기에서 복지는 ‘사회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배려’의 문제로 인식된다. 즉, 국가가 일부 국민에게 복지혜택을 주는 것은 '불쌍하니까 배려하는 것', '상황에 따라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는 것'이 되어버린다.



7월 10일 늦은 7시, 비마이너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의 연속특강 네 번째 강사로 나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주은선 교수가 꼽은 한국 복지제도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강한 선별성’이었다. 주 교수는 ‘강한 선별성’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한국의 복지국가 전망과 발전 방향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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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주은선 교수


주 교수는 ‘강한 선별성’ 외에도, ‘낮은 복지지출’, ‘시장에 기대는 복지’, ‘불균형성’을 한국 복지정책의 주요한 특징으로 꼽았다. OECD 국가들 중에서 밑에서 두 번째 수준인 낮은 복지 재정 비중, 웬만큼 빈곤해서는 복지 급여를 제공하지 않는 강한 선별성, 공공의 책임을 회피하고 시장을 통한 경쟁만을 부추기는 복지전달체계, 그리고 지역 간, 계층 간 불균형으로 말미암아 복지 사각지대를 구조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한국에서 복지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벽을 만나야만 한다. 이런 장벽들이 세워지는 이유는 복지를 일회적인 ‘소비’ 또는 ‘낭비’ 정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 교수는 “아이를 돌보고, 교육을 시키고, 아픈 사람 건강하게 만드는 등의 일은 그냥 (일회적으로) 돈 쓰고 마는 것들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것은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어 경제적으로 새로운 모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므호 복지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의 사민주의 모델 복지국가들은 다양한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노동력의 탈상품화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사회적 안정을 추구해왔다고 지적했다. 이 덕분에 오히려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준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것 외에는 생계 수단 확보의 방법이 전무한 미국과 같은 자유주의 복지 모델은 오히려 이런 경제위기에 더 취약했고, 실제로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주 교수는 또 ‘강한 복지국가’가 단지 공적 영역의 비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대한 강한 신뢰’ 및 ‘강한 시민사회’와 궁극적으로 연결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스웨덴 사민당이 복지국가를 ‘인민의 집’(society as people’s home)으로 규정하고자 했던 정치 프로젝트를 지적하면서, 평등지향적 사회를 추구했던 북유럽 사민주의의 구체적 면모를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보다 더 심각한 자유주의 복지 모델을 구현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는 국민적 열망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열망이 실제로 이 나라에 복지국가를 구현하는 길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까? 또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주 교수는 현재 정치지형상 복지국가 논리의 대척점에 있는 ‘성장 우선론’의 논리가 아직 공고하기 때문에 한국이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길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게다가 국내의 ‘복지정치’가 최근 기초연금법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매우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어 전망이 더욱 암울하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이러한 암울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회복과 시민사회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제성장의 결과물로서 복지’라는 고정관념에 맞서 오히려 “좋은 복지제도를 만들고, 국민들이 질 좋은 사회서비스를 먼저 경험하게 함으로써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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