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_노들야학연말정산편_가끔은 주목받는노들이고싶다(2019)

by nodl posted Dec 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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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노들야학연말 결산서(11) 나는 주목받는 노들이고 싶다. 삐빅 시집_행사와 노들)

 

말그대로, 2019년 노들야학 연말 정산일기 입니다. 일상 중에  삐빅에 담지못한 수많은 일정과 행사속에서 정말 줄이고 줄여서 담았습니다.

일상의 작은 호흡올 11명의 시인들과 함께 만나보셔요. 한해를 가득채웠던 하루들을 사진과 매월의 시와 함께 그려봅니다.

(기존에는 노들야학의 소통함을 설치하여 함께 공유하려 했는데요. 인기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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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노들장애인야학에 복지일자리로 청소업무를 시작한 모습입니다. 무려 첫출근의 날이에요.

몇몇의 선생님들과 함께 마대걸레로 나무 바닥을 함께 청소해보고있네요)

 

 

1: 방학

-(2)공공(복지)일자리의 시작, 학생들이 야학에 노동으로 오다.

 

(장정일) 햄버거에 대한 명상 (/햄버거에 대한 명상, 중 일부입니다.)_민음사

반죽이, 충분히 끈기가 날 정도로 되면

4개로 나누어 둥글납작하게 빚어 속까지 익힌다.

이때 명상도 따라 익는데, 뜨겁게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반죽된 고기를 올려놓고 1분이 지나면 뒤집어서 다시 1분간을 지져

겉면만 살짝 익힌 다음 불을 약하게 하여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절대 가스레인지가 필요하다뚜껑을 덮고 은근한 불에서

중심까지 완전히 익힌다. 이때

당신 머리 속에는 햄버거를 만들기 위한 명상이 가득 차 있어야 한다.

머리의 외피가 아니라 머리 중심에, 가득히!

그런 다음,

반쪽 남은 양파는 고리 모양으로

오이는 엇비슷하게 썰고

상추는 깨끗이 씻어놓는데

이런 잔손질마저도

이 명상이 머리 속에서만 이루고 마는 것이 아니라

명상도 하나의 훌륭한 노동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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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2월 7일 개학을 기다리는 노들야학 학생 60여명과 교사들의 모습입니다.

4층의 강당을 가득채웠습니다.)

 

2: 개학

-(7)새로운 학기의 시작

 

(오규원)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 (/지는해)_문학과지성사

 

그때 나는 강변의 간이주점 근처에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주점 근처에는 사람들이 서서 각각 있었다.

두손으로 가방을 움켜쥔 여학생이 지는 해를 보고 있었다.

주점의 뒷문으로도 지는 해가 보였다.

한 사내가 지는 해를 보다가 무엇이라고 중얼거렸다

가방을 고쳐 쥐며 여학생이 몸을 한번 비틀었다

젊은 남녀가 잠깐 서로 쳐다보며 아득하게 웃었다

나는 옷밖으로 쑥 나와있는 내 목덜미를 만졌다

한 사내가 좌측에서 주춤주춤 시야밖으로 나갔다

해가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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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무려 세종시 정부종합청사_기획재정부 앞에서의 노들 단체사진의 모습입니다.

거리에서 1박2일을 함께 진행하였어요, 3월 26일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 투쟁을 했던 최옥란열사의 기일이기도합니다.

이날을 시작으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날까지 힘찬 일정들이 있어요.)

 

3: 326

-(26)최옥란열사 추모제 그리고 420의 시작

 

(최승자)빈배처럼 텅비어 (/나의 생존 증명서는)_문학과지성사

나의 생존 증명서는 였고

이전에 절대 고독이었다

고독이 없었더라면 나는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세계 전체가 한 병동이다

 

꽃들이 하릴없이 살아 있다

사람들이 하릴없이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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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마로니에공원에서 추모제를 마치고, 노들야학의 학생 호식님과 후원인 종각님의 단체 사진입니다.

노들야학 학생/교사분들을 비롯한 노들단위의 100여명의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어요.

날은 덜 추웠고, 하늘의 형형색색의 가랜드를 걸어두었습니다. 매년 4월에 함께 하는 노들야학의 추모제입니다. 이름은 [봄이온다면, 당신도 와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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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역시 마로니에공원에서 1박2일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날 행사를

대항로에서 진행하고 본대회에 노들음악대_테크노 전사들이 20여명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4:

-(5)호식과 종각을 기억하다.

-(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날 

 

(김행숙)이별의 능력 (/일요일)_문학과지성사

며칠 늦게 일요일이 찾아왔다. 햇빛은 일요일의 뒤에 있었고,

몇덩어리의 구름은 일요일의 느리고 느리고 부드러운 말씨,

그리고 내린 비는 일요일의 가득한 눈물처럼, 앞에 있는 햇빛처럼,

나는 토요일 밤의 송별회를 지나 월요일 그리고 화요일 밤,

 

나쁜 일은 영원히 생기지 않을 것 같은 날들이 멀리 흐르지 않고 가까이

향월 여인숙에서 잠이 들고 다음날 다시 새 이불을 덮는다.

나는 화요일밤을 지나 수요일 아침 그리고 목요일 아침의 순서로 일요일을 기다린다.

 

일요일은 제멋대로 다리를 뻗고 두드리고 발을 주무른다. 일요일이 쓰고 온

넓은 모자가 넓은 그늘을 만들고, 나는 금요일 저녁에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

구두들이 글썽거리며 웃음을 물고 모여 있는 것을 본다. 금요일 저녁에서,

 

발이 녹는다. 발부터 일요일 까지, 토요일이라는 누구누구의 이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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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노들야학/노들센터/센터판/공장의 모든 분들이 함께 한 30여명의 단체 사진입니다.

노동절의 행사는 시청부터 충정로 사거리까지 진행되었구요. 하루 고된일정을 마치고 따끈한 저녁밥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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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탈시설한 이후 단단한 자신의 삶을 꾸려온 노들야학의 영은과 상우의 결혼식 단체 사진 모습입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었고 /예산반영 없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는 단계적 사기행각이다/ 현수막이 뒤에 걸려있습니다.)

 

5:

-(1)노동절

-(6)영은*상우 결혼

 

(김소연)수학자의 아침(/먼지가 보이는 아침)_문학과지성사

조용히 조용을 다한다

기웃거리던 햇볕이 방 한쪽을 백색으로 오려낼 때

길게 누워 다음 생애에 발끝을 댄다

고무줄만 밟아도 죽었다고 했던 어린 날처럼

나는 나대로

극락조는 극락조대로

먼지는 먼지대로 조용을 조용히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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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20090604 탈시설운동의 시작,

석암투쟁 10주년기념행사 자유로운삶, 시설밖으로 현수막앞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활동가들과 학생의 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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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노들야학의 급식후원마당_평등한 밥상의 행사중 무대행사가 진행되고 있어요.

음악대 분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고 뒤편에는 주점에 온 많은 손님들이 술한잔을 하고 있습니다.)

 

6

-(4)시설폐쇄 운동의 그 시작, 석암 투쟁 10주년

-(15)후원마당행사

 

(박소란)심장에 가까운말(/돌멩이를 사랑한다는 것)_창비

누구든 사랑할 수있다는 것

집앞 과일 트럭이 떨이 사과를 한 소쿠리 퍼주었다.

어둑해진 골목을 더듬거리며 빠져나가는 트럭의 꽁무니를 오래 바라보았다

낡은 코트를 양팔로 안아드는 세탁소를

부은 발등을 들여다보며아파요? 근심하는 엑스레이를

나는 사랑했다 절뚝이며 걷다 무심코 발길에 차이는 돌멩이

너는 참 처연한 눈매를 가졌구나 생각했다 이제는

 

지친얼굴로 돌아와 말없이 이불을 끌어다 덮는 감기마저

사랑하게 되었음을

 

내일이 온다면

영혼이 떠난 육신처럼 가벼워진 이불을

상할 대로 상해 맛을 체념한 반찬을 어루만지기로 한다

 

실연에 취한 친구는 자주 울곤 했는데

사랑은 아픈 거라고 때때로

그 아픔의 눈물이 삶의 마른 화분을 적시고 한다고 가르쳐주었는데

어째서 나는 이토록 아프지 않은 건지

 

견딜만하다, 덤덤히 말한다는 것

 

견딜만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텅빈 곳으로의 귀가를 재촉한다는 것

이 또한 사랑이 아닐까 궁지에 몰린 사랑,

그게 아니라면

 

도리가 없다는 것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우연히 날아온 무엇에라도 맏아 철철 피 흘리지 않을 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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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31년만의 장애등급제 폐지를 넘어 장애등급제 진짜폐지를 위한 잠수교 행진을 진행하기위해

조달청앞에서 많은 대오가 분홍풍선을 들고 모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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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석암투쟁을 함께 이끌었던 큰형님 중에 한명인 정용님이 떠나어 그의 빈소가 차려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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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우리의 친구, 박종필 감독님이 떠난지도 3주기가 되었네요. 그를 오랫만에 만나러 마석 모란공원에 함께 모였습니다.)

 

7: 방학

-(1)장애등급졔 진짜폐지 잠수교 행진의날

-(13)안녕, 정용이형

-(28)박종필감독님 추모의날

 

(유희경)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_아침달

나는 당신의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도는 사람이다

당신 발밑으로 가라앉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런 사람이다.

당신이 눈감으면 사라지는 그런 이름이다 내리던 비가 사라지고 나는 점점 커다란 소실점 복도가 조금씩 차가워진다

거기 당신이 서 있다 당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던 그것은 모르는 얼굴이다 가시만 남은 숨소리가 있다 오직 한색만 있다

나는 그 색을 사랑했다 당신은 내 오른쪽의 사람이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도는 사람이다

내머리 위에 흔들리는 이가 있다면 바로 당신이다 당신은 그토록 나를 지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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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2019년 2학기 개학식을 맞이하러, 많은 오십여명의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모여있습니다. 

더운 여름이라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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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마로니에공원에서 26번째 노들야학 생일 파티가 진행되고있습니다. )

 

8: 개학과 새학기

-(1)개학

-(8)개교기념제

 

(오은) 나는 이름이 있었다.(/한발)_아침달

이 사람아, 지금 오면 어떡해!

이 사람아, 벌써 가면 어떡해!

 

시침과 분침과 초침이

정확히 두 번 만나는 동안

 

늦거나 일렀다

 

아무리 간발에 다가가도

감정을 에누리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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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노들장애인야학의 1박2일 피플퍼스트대회는 올해 부산으로 함께 출발하였습니다.

행사가 시자고디기전 서울역에서 함께 모여 단체 사진 한장을 박고 갑니다.)

 

9: 일상

-(20,21)피플퍼스트대회

 

(하재연) 우주적인안녕(/후천적인 삶)_문학과 지성사

다른 나라의 말들만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사랑은 사라지는 것

너의 입술은 너의 국기

흘러나오는 모든 것들을 주워 담아

네 몸을 새로운 피로 채우는 마술은

추방된 어린아이의 손끝에서

 

끝나기 위해서만 못갖춘마디의

노래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이민자의 외투를 빌려 입고

불완전한 목소리를 가다듬어

, , , 여기, 있어,

계속해서

찢어지는

 

천 조각의 실 한 오라기로

바람에 섞여들어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어가면서

쓸 수 없는 문자로 쪼개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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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무대 사진들이 많아 이번사진은 행사 전체 스틸컷으로 대체 합니다.

이번 노란들판의 꿈 소중한 후원이 연결이 되어 1박2일간 진행이 되었고요.

첫번째날은 교육기금 바자회 행사가 두번째날은 무대 행사로 노들 피플퍼스트 대회와 저녁 문화행사로 가득채워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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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노들야학 2019년 하반기 마지막 행사, 백일장이 체질입니다.

학생과 교사분들의 좋은 글들이 많이 모였고 문집으로도 따로 만들어졌어요. 사진은 수상식및 뒤풀이가 진행되는 모습입니다.)

 

10:

-(5)노란들판의 꿈

-(11)백일장

 

(허수경)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이가을의 무늬)_문학과지성사

아마도 그 병 안에 우는 사람이 들어 있었는지 우는 얼굴을 안아주던 손이 붉은 저녁을 따른다 지난여름을 촘촘히 짜내던 빛은 이제 여름의 무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올해 가을의 무늬가 정해질 때까지 빛은 오래 고민스러웠다 그때면,

 

내가 너를 생각하는 순간 나는 너를 조금씩 잃어버렸다 이해한다고 말하는

순간 너를 절망스런 눈빛의 그림자에 사로잡히게 했다 내 잘못이라고 말하는 순간 세계는 뒤돌아섰다

 

만지면 만질수록 부풀어 오르는 검푸른 짐승의 울음 같았던

여름의 무늬들이 풀어져서 저 술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새로운 무늬의 시간이 올 때면,

 

너는 아주 돌아올 듯 망설이며 우는 자의 등을 방문한다 낡은 외투를

그의 등에 슬쩍 올려준다 그는 네가 다녀간 걸 눈치챘을까? 그랬을 거야, 그랬을 거야 저렇게 툭툭, 털고 다시 가네

 

오므린 손금처럼 어스름한 가냘픈 길, 그 길이 부셔서 마침내 사윌 때까지 보고 있어야겠다

이제 취한 물은 내 손금 앞에서 속으로 울음을 오그린 자줏빛으로 흐르겠다 그것이 이 가을의 무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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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11월에 1박2일로 용인 와우정사로 모꼬지를 다녀왔어요.

바베큐가 함께한 뒤풀이 현장입니다.)

 

11:

-(3,4)모꼬지

(김혜순)어느별의지옥(/여느별의지옥)_문학과지성사

 

가슴에 매달린 두 개의 봉분

이 아래 몇 세기 전의

사람들이 아직 묻혀

숨 들이키고 있는 곳 무덤은 여기

바다에 달 뜨고 달 지듯

두 개의 무덤 아래

죽은 자들이 모여 살면서

망망대해를 펼치고 오므리는

달을 건져 올리고 끌어당기는

여자의 깊은 몸 구중궁궐

또 한 세상, 무덤은 여기

몇 세기 전의 어둠이 아직도

피 흘리며 갇혀 있다가

초승달 떠오를 때

기지개 켜는 곳

여우와 뱀이 입 맞추고

초록 풀 나무 덩굴이 수천 번

되살아나고 되지던 곳

무덤은 여기

어느 별의 지옥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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