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대담 '홍철이 이야기'

by 진수 posted Sep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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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대담

홍철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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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이는 노들야학 학생이다. 지적 장애를 갖고 있고, 영등포 쪽방촌에 살았다.

노들야학, 지적장애, 영등포쪽방촌, 이 세 단어를 제외하고 홍철이의 삶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최근에 홍철이는 인생의 절반이나 살았던 영등포를 떠나 종로로 이사를 왔다.

이것은 정읍- 이천- 영등포- 종로로 이어지는 홍철이의 이사에 대한 기록이자 삶에 대한 이야기다.

 

 

진수: 홍철아 이야기를 할거야. 영등포는 어떻게 오게 됐니?

홍철: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았는데 두 분 다 돌아가시고 아빠한테 갔어.

       이천에 아빠가 있었는데, 아빠랑 살려고.

       이천에서 아빠랑 살다가 작은아버지가 배타고 게 잡는 일을 했는데, 거기서 일해보라고

       아빠가 말해서 게잡는 일을 했어. 그런데 힘들어서 못하겠더라고. 몇 달 일하고 다시 이천으로 갔어. 이천에서 공장일을 했어.

진수: 그게 몇 살 때였는데?

홍철: 애기 때. 애들 만 했을 때.

진수: 너 중학교까지 다녔으니까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생 나이쯤이겠네. 20살도 안 됐겠네

       맞어?

홍철: 응 고등학생 때.

진수: 그럼 이천에서 공장 일을 하다가 어떻게 영등포로 오게 된거야?

홍철: 공장 일을 하다가, 아빠한테 말했어. 서울로 나가서 살겠다고.

진수: 아빠랑 사이가 안 좋았나?

홍철: 응 맨날 싸웠어. 그래서 아빠한테 나가서 살겠다고 말했더니 나가라고 하더라고.

진수: 아빠랑 지금도 연락해?

홍철: 응 지금도 하는데 전화가 끊겨 있네. 난 대학도 가고 싶었는데, 아빠가 돈이 없다고 그러더라고.

       내 친구들은 다 대학 갔는데.

진수: 그렇구나. 그럼 영등포로 그때 온거야?

홍철: 응 영등포에 있는 여관에서 살았어.

진수: 여관? 여관비는 어떻게 냈어?

홍철: 막노동을 해서 여관비 내고 살았어.

진수: 막노동을 했구나. 그럼 쪽방촌엔 어떻게 들어간 거야?

홍철: 영등포 역전에서 돌아다니는데 어떤 아저씨가 광야교회를 가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갔지.

       가서 목사님이랑 얘기하고 목사님이 수급자 신청해주고 쪽방 알아봐 주더라고.

진수: 고마운 분이네. 이사할 때 목사님께 인사는 하고 왔냐?

홍철: 없더라고. 요새 목사님이 바빠. 몸도 안 좋고.

진수: 그렇구나 그럼 그때부터 계속 영등포에서 산 거네. 십 년이 넘은 거네. 영등포에서 산지.

       영등포에서 오래 살았네. 야학은 어떻게 오게 된 거야?

홍철: 송집사님에게 내가 부탁을 했어. 놀 수는 없으니까. 노숙자들 에게 배식하는 일이랑 학교 다니고 싶다고.

       목사님이 노들야학 알아봐 줘서 왔어

       처음 왔을 때 한명희 샘이랑 상담했는데, 그때부터 명희샘이 내가 학교 열심히 다니니까 좋아하더라고

진수: 그래. 야학에 온지도 십 년 가까이 됐네. 오래 됐다. 홍철아. 야학에 오기 전이랑 오고 나서

       사는 건 어떠니 뭐가 달라졌어? 좋아진 게 있어?

홍철: 공부 가르쳐 주는 게 좋았지. 여기서 공부하다가 대학가야지 친구들 다 대학 갔잖아.

진수: 영등포에서 사는 건 어땠어? 쪽방에서 사는 건 불편하진 않았어? 

       예전에 명희샘이랑 성호샘이랑 너네 집 놀러 갔을 때

       겨울인데 창문도 뚫려 있고 했잖아. 힘든 건 없었어?

홍철: 응. 괜찮았어. 이불이 없으면 조금 춥고.

진수: 영등포 사람들은 보고 싶은 사람들 없어? 거기서 오래 살았잖아.

홍철: 없어. 보고 싶은 사람.

진수: 너 이사 갈 때. 쪽방촌에 같이 사는 어머니가 너한테 그랬잖아. 다시 쪽방촌으로 오지 말라고.

홍철: 안 와~ 안가~

진수: 쪽방촌으로 안 갈 자신 있어?

홍철: 응 자신 있어.

진수: 이사오니까 이 동네는 어떤 것 같아? 혜화 이 동네 뭐가 좋아? 영등포에 비해서 뭐가 좋아?

홍철: 친구 없는 게 좋아. 영등포에 있으면 친구 사귀고 술 먹고 싸움 붙고 그러는데, 그런 게 없어서 좋아.

       거기는 싸우는 게 일이야. 이제 그런 일이 없어서 좋아. 그런 거 신경 안써서 좋아.

진수: 신경 안 써서 좋다고? 넌 말을 반대로 하더라. 너 그러면서 추울 때 노숙인에게 오리털잠바는 왜 벗어 준거야?

홍철: 노숙인들은 돈이 없잖아. 장애인도 아니고(돈을 못 받는 수급자가 아니라는 말) 불쌍해서 줬어, 왜냐면 바닥이 차갑잖아.

       박스를 깔아도 차가워.겨울 되면 영등포 역전 위에서 노숙인들이 백명 넘게 자는데,

       젊은 사람들은 막노동일도 뛰고 하는데 나이 먹은 사람들은 돈도 없고 하니까. 그런 사람들이 많아

진수: 그렇구나. 밥은 안 사줬어?

홍철: 응 밥은 안 사주고 빵 사줬어. 빵이랑 우유랑.

진수: 밥은 안 사주고 빵이랑 우유를 사줬구나.ㅎㅎ 사주면 그 분이 뭐라 그래?

홍철: 고맙다 그러지

진수: 그럼 넌 어떤 마음이 드는데?

홍철: 모르겠어.

진수: 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니?

홍철: 일자리 알아보고 싶은데 잘 안 되니까. 왜 그러냐면 일 하게 되면 수급자 끊기니까.

진수: 수급 자 끊기는 게 두려워서 일을 못하는 구나.

홍철: 응 그래도 찾아 볼 거야.

진수: 앗! 은행 떨어진다. 홍철아 이야기 그만하자. 집에 또 놀러갈게

홍철: 응 알았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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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나는데 필요한 건 오리털잠바가 아니다.

내 삶은 내가 결정해 살겠다는 고집, 자유 같은 것들이다.

내 삶이 누군가에 의해, 혹은 어느 것에 의해 강요되고 통제 될 때, 아무리 좋은 오리털 잠바가 있어도 그 겨울은 춥기 마련이다.

홍철이가 지난 겨울 영등포 쪽방 촌에 살 때, 추위에 떠는 노숙인에게 준 오리털 잠바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홍철이의 삶은 그 공간이 어떻든 자기 의지로 이어져 있고 그 의지와 결정에 누군가 함께 할 때 달라져 왔다.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와 그 의지에 함께 하는 힘은 그래서 위대하다.

          

홍철이의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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